“한정된 시간 내에 그렇게 완벽히 서브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일제히 열을 맞춰 들어와 전체 게스트에게 동시에 코스 요리가 서브되며, 완벽한 타이밍으로 진행되는 서비스에 감동받았다.”
“조선호텔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여러 번 참석했었는데, 이번 F&B(Food and beverage)의 모든 메뉴는 정말이지 특별했다.”
“조선 팰리스 호텔 연회 음식이 이렇게까지 훌륭하다니 놀랍다.”
“정확히 열을 맞춰 세팅된 테이블, 의자와 기물들이 완벽했다.”
“모든 연회 서비스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파텍필립 VIP 갈라 디너 고객 피드백 내용 中-
Perfect! Perfect! Perfect!
이렇게 완벽한 피드백이 있을 수 있나? 잠시 멍했다. 지난 저녁 우리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였다. 중요한 행사이긴 했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 사의 시계 전시와 VIP 갈라 디너. 그러니까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좋은 평가를 해준 분들은 파텍필립 코리아 대표, 스위스 본사의 부사장, 브랜드 관계자분들을 비롯해 행사에 초청되신 VIP분들이다.
“You never actually own a Patek Philippe, you merely look after it for the next generation
(당신은 사실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둔 것일 뿐입니다).”
세계 최고의 시계회사 파텍필립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파텍은 183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업한 유서 깊은 기업이다. 오늘날에도 자타공인 최고의 시계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의 시계는 비싼 것으로도 유명한데, 소더비(Sotheby’s)와 같은 경매에 나왔다 하면 종종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라는 기록을 경신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스위스 소더비 경매에 파텍의 회중시계가 나왔는데, 2,398만 달러(약 317억 원)에 낙찰되었다.
최고의 시계 브랜드인 만큼, 파텍필립을 소유했던 사람들 역시 역사적인 인물이 많다고 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 등의 귀족은 물론, 표트르 차이콥스키, 리하르트 바그너, 파블로 피카소, 레프 톨스토이와 같은 예술가들. 과학자 마리 퀴리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정치인 존 F. 케네디, 넬슨 만델라까지. 나열하고 보니 파텍 소유자 목록이 마치 위인전기 목록처럼 보인다.
이토록 유서 깊은 기업의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다. 기업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라도 있어야만 그 품위에 어울리는 요리와 의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텍필립은 판매정책도 독특했다. 파텍필립 모델 중 최상급이나 한정판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선 자신의 시계 구매 이력을 제출해야 한단다. 그러니까 소유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손으로 준비해야 할 행사가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텍필립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검색되었다. 올해 5월 홍콩의 경매에서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착용했던 파텍필립 사의 시계가 치열한 경쟁 끝에 4천만 홍콩달러(약 67억 원)에 낙찰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대학교 3학년 때 대한극장에서 봤던 영화 <마지막 황제>를 떠올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20대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였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부분들에서 나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 명작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간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그는 황제였기에, 어쩌면 ‘인간’이 되기엔 가장 어려웠던 존재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행사 전날부터 모든 메뉴의 준비 미장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드디어 D-day! 아침부터 주방으로 출근하여 전채 디쉬부터, 수프, 미들, 셔벗, 메인, 디저트까지 하나하나 미리 맛을 보고 수셰프들과 의논하며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를 잡아나갔다. 직접 수프도 끓이고, 소스도 만들면서 요리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음식을 먹고 즐거워할 고객들을 상상해 보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싶었다.
드디어 행사 시작. 우리는 준비한 그대로 일사불란하게 조리하고, 소스를 뿌리고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메인 식사까지 나갔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정신없이 코스 요리를 시간에 맞추는 것만 집중하다 보니 잔반 체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잽싸게 스튜어딩 쪽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잔반통만 있고, 속이 비어 있다. 잔반통을 새것으로 교체했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잔반으로 나온 게 없어서 새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대답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야~ 오늘 느낌 좋은데!’라는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호텔의 주방 책임자라면 멋지고 화려한 요리만 보고 만질 것 같지만, 잔반, 즉 음식물 쓰레기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야말로 우리가 만든 요리에 대한 가장 엄정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평가를 두려워하는 최고는 없다. 디저트까지 나가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느낌이다. 하지만 깨끗한 잔반통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고객 피드백을 보고받으며 나의 예감이 기분 좋게 들어맞았음을 확인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최고 VIP를 초청해 여는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나는 새로운 목표 하나를 더 정했다. 세상 기업인들에게 내가 있는 조선 팰리스 호텔이 뭔가 영험한 곳으로 소문이 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들이 구상하고 기대했던 모든 꿈과 야망이 ‘이상할 정도로 잘 이루어지는 특별한 장소’로 말이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그런 호텔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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