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신(新)명품 브랜드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나타났다. ‘플렉스’ 열풍이 불고 명품이 대중화 되며 소비 연령도 낮아졌다.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의 50.5%는 2030 세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2030 세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로 대표하는 기존 명품을 위협할 신(新)명품 브랜드들이 떠오르고 있다. 신명품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보다 저렴하지만 개성 있고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를 일컫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러한 신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권을 대거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Refomation)’을 국내 최초 정식 론칭했고, 9월에는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꾸레쥬(Courrèges)’와 미국 액티브웨어 브랜드 ‘뷰오리(VUORI)’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한 신세계그룹의 다채로운 유통 채널 덕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와 SSG닷컴은 물론 오프라인인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이들을 소개한다. 특히 꾸레쥬와 리포메이션은 아시아 최초로 매장을 오픈해, 이를 기다렸던 소비자에게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주목한 이 브랜드들은 출신도, 주력 상품도 다르다. 다만 한 가지 동일한 면이 있다. 바로 203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다음 세대의 명품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 브랜드들의 성공 요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론칭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리포메이션 (Reformation)
스타일리쉬한 빈티지를 선보이는 ‘리포메이션’은 대표적인 다음 세대의 명품 브랜드다.
리포메이션은 2009년 미국 LA에서 탄생한 후 빠르게 Z세대 명품 구매자들을 사로잡았다. 리셀 시장에서도 이들을 향한 Z세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명품 리셀 플랫폼 ‘더리얼리얼’이 2,600만 개 이상의 판매 데이터로 완성한 ‘2022 럭셔리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리포메이션이 프라다와 함께 Z세대가 가장 자주 구매하는 의류 브랜드로 나타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리포메이션을 Z세대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판단하고 국내 최초로 유통 계약을 맺었다. 국내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신세계 강남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오픈했고, SI빌리지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리포메이션의 아시아 매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포메이션이 Z세대에게 통한 차별점 중 하나는 소통이다.
리포메이션은 고객과 관계 맺기에 능숙하다. 리포메이션 공식 계정에는 일반 고객의 사진이 눈에 띄게 많다. 리포메이션의 상품을 착장하고 개인 계정에 리포메이션을 태그하면 리포메이션 공식계정이 전문 모델 사진 옆에 고객의 게시물을 소개한다. 브랜드와 함께하고 있다는 친밀감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도 쉽게 참고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리포메이션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공유하는 공간을 한 켠에 마련하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고객이 온라인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 어필하는 만큼 리포메이션은 사회적 책임에도 민감하다. 친환경은 간혹 브랜드에게 유행처럼 여겨지지만, 리포메이션에게 친환경은 마케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를 줄이고, LA의 지속가능형 공장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여기에 ‘레프스케일(RefScale)’이라는 자체 시스템으로 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리포메이션을 국내에 들여온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컨템포러리2팀 이정은 파트너는 “소싱, 생산, 운송, 심지어 LA 사무실 건물까지 환경을 염두에 두었다. 리포메이션은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DNA에 뿌리 깊게 심고, 그 가치를 공유해나가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아이유, 리한나, 벨라 하디드 등 국내외 셀럽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특히 SS시즌에 아이유가 착용한 리포메이션 원피스는 화사한 색감과 플로럴 패턴으로 ‘아이유 원피스’라 불리며 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FW시즌에는 리사이클 캐시미어 아이템을 주력으로 선보인다. 이정은 파트너는 “일반적으로 캐시미어는 탄소 집약도가 매우 높은데, 리포메이션은 생산과정에서 수거한 자투리 원단과 조각들을 사용해 GRS*인증을 받은 재활용 캐시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일반적인 캐시미어보다 87% 더 적다”고 말했다. 올해 리포메이션은 리사이클 캐시미어 함량을 90% 가까이 늘렸고 2025년에는 100%로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브랜드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Global Recycled Standard, 국제재생표준인증
이정은 파트너는 “리포메이션은 감각과 윤리를 동시에 소비할 수 있는 브랜드다. 해외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한국에서도 오래 사랑 받을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뷰오리(VUORI)
뷰오리는 2015년 조 쿠들라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립한 기능성 의류 브랜드다. 지속가능한 소재로 다양한 애슬레저* 상품을 제안하는 뷰오리는 브랜드만의 ‘커뮤니티’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애슬레저(athletic+leisure) : 운동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하고 부담이 없는 옷차림
뷰오리는 ‘V1커뮤니티’를 운영한다. V1은 프로운동선수, 트레이너 등이 참가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뷰오리는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선 구매 기회처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운동 인플루언서에게 먼저 뷰오리의 품질을 알리는 전략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뷰오리는 오래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를 넘어 글로벌적인 명품 애슬레저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창립 후 4년만인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 투자사 노웨스트 벤처 파트너스의 4,500만 달러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2를 통해 4억 달러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뷰오리는 팬들과 브랜드만이 공유하는 해시태그 ‘#therisetheshine’ 만들었다. SNS에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9만개의 건강한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젊은 소비자를 ‘찐팬’으로 만든 힘이다.
최근에는 팬데믹 시대가 전세계적으로 마무리되며 에슬레저 브랜드들은 전반적인 호재를 맞았다. 국내에서도 SSG닷컴의 올 1~8월 인기 애슬레저 브랜드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50%에 달한다. 뷰오리의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렌드에 맞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오리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이번 달부터 에스아이빌리지와 SSG닷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신세계 강남점 5층에 국내 첫 매장도 열었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89%의 재활용 섬유로 제작한 ‘드림니트(Dream Knit)’ 소재의 제품들이다. 드림니트는 뷰오리만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친환경 퍼포먼스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나고 극강의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스포츠&애슬레져팀 노현진 파트너는 “고객들이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움이라며 깜짝 놀라신다. 특히 남성의 폰토 퍼포먼스 팬츠, 여성의 퍼포먼스 조거가 베스트셀러”라 말했다.
뷰오리는 국내에서도 고객과 긴밀히 관계를 맺는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을 펼친다.
국내에서는 운동선수, 트레이너, 요가 강사 등 전문 스포츠인으로 구성한 ‘V1코리아 프로’를 운영한다.
노현진 파트너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커뮤니티는 쇼핑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V1코리아에서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뷰오리는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스포츠웨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브랜드다. 국내 진출 목표는 ‘가장 입고 싶고, 가장 참여하고 싶은 애슬레저 브랜드’가 되는 것. 노현진 파트너는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뷰오리만의 소재와 고객경험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꾸레쥬(Courrèges)
꾸레쥬는 디자이너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가 1961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패션 하우스다. 여타의 명품 브랜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꾸레쥬는 미니스커트, 고고부츠 같은 디자인을 고안한 브랜드로, 현대 패션에 드리운 영향력만큼은 어느 명품 브랜드 못지않다.
꾸레쥬는 당시 전통적인 의류 미학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미니멀하고 미래적인 스타일을 지향했다. 현재 앙드레 꾸레쥬는 사망하였지만, 브랜드의 차별적인 철학과 스타일은 여전하다. 꾸레쥬는 2020년 디자이너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가 부임한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꾸레쥬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미니스커트와 크롭 재킷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시그니처인 비닐 소재는 오가닉 코튼과 재생 식물로 제작한 친환경 폴리우레탄으로 구성했다. 세련된 디자인과 지속가능한 소재, 명품이면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가격대인 점도 인기에 한몫 한다.
현재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꾸레쥬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국내 최초로 론칭했다. 현재는 신세계 강남점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 자리한 오프라인 매장은 파리, 뉴욕에 이은 아시아 최초 단독 매장이다. 남녀 의류, 신발, 가방, 주얼리 등 23년 FW시즌 컬렉션 전체를 소개하는 매장은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꾸레쥬 신세계 강남점은 2020년 9월 프랑스 파리의 루 푸랑스와 프르미에에 개장한 역사적인 꾸레쥬 플래그십 스토어의 스타일로 구성했다. 여기에 브랜드의 발자취처럼 헤리티지에 ‘혁신’을 더했다. 바로 경험이다.
꾸레쥬 신세계 강남점은 쇼핑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옷을 입어보는 공간이었던 피팅룸도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커다란 뷰티링이 떠오르는 ‘뷰티모드’에서 인증샷을 찍어볼 수 있고, ‘클럽모드’ 버튼을 눌러 화려한 조명과 클럽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도 찾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신진 명품 브랜드들이 첫 아시아 진출의 발판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수많은 럭셔리 및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워낸 저력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이번 브랜드 확장에는 미래 시장을 향한 포석이 깔렸다. 다음 세대가 주목하는 브랜드를 선점해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형성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인프라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며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입지를 선명히 만들어가고 있다. 올 한해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기준으로 깐깐하게 엄선한 꾸레쥬, 리포메이션, 뷰오리를 포함해 최소 4개 이상의 수입 패션 브랜드를 신규 확보할 예정이다.
미래 세대의 명품이 궁금하다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해보자. 향후 명품 시장의 중심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굳건히 그 중심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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