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희 팀에서는 G마켓 모바일앱 홈 화면의 개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쇼핑 패턴을 기반으로 매일 특가 혜택인 ‘슈퍼딜’ 상품을 정렬하여 개인별 맞춤형 상품과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서비스로 고객은 관심 있는 상품이 쉽게 노출되어 쇼핑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판매자는 판매하는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상품 노출과 판매 기회를 얻습니다. 실제로 모바일앱 홈 화면에서 고객 당 클릭 횟수가 이전 대비 약 40% 이상 증가했으며,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클릭한 상품 수도 이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화 모델을 고도화하면서 매출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들이 관찰됩니다.
서비스에 AI를 도입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비즈니스의 본질 ‘고객’
최근에는 ChatGPT를 필두로 LLM(Large Language Model, 초거대 언어모델)으로 대표되는 소위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기반 생성형 AI 접근성이 상당히 높아지며 새로운 서비스들이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실제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서비스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치 2000년 초반 닷컴버블 때처럼, 진주 같은 서비스만 살아남아 큰 성공을 거두고 대다수의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우리라 예상합니다.
저희 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다 말고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하는 시각을 환기하고자 함입니다. 최근 AI의 발전이 이전에는 어려웠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AI를 활용할 때에도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AI기술은 ‘고객의 어떤 문제, 또는 니즈를 해소하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어떻게 해소되는지 고객의 반응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AI가 더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동일한 AI 모델이라도 어떤 데이터로 학습하느냐에 따라 그 성능은 매우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 데이터는 바로 ‘고객 반응’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생각보다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G마켓 모바일앱 홈 화면 개인화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기존의 G마켓 모바일앱 홈 화면은 영업 담당자가 선별한 딜 상품들을 홈 화면 상단에 잘 배치하여 고객들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한정된 모바일 화면에서는 상단에 어떤 상품이 배치되는지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검증된’, ‘잘 팔릴만한’ 상품들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이때, 기존의 방식 대신 ‘개별 고객들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상단에 배치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언뜻 좋아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구현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G마켓에서 떡볶이를 검색했거나 구매했다고 해서, 홈 화면이 떡볶이로 도배된다면 고객이 만족할까요? 그렇다면 떡볶이와 같이 구매할 만한 다른 식자재들을 섞어서 배치하면 괜찮을까요? 이런 기준을 수립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개별 고객들이 관심 있을 만한 상품들을 학습하는 AI 모델을 활용하여 홈 화면을 구성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이 모델이 좋은 성과를 보이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용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되죠. 게다가 초기에는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이더라도 고객의 반응을 다시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성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AI 기술 도입의 어려움 두 가지
AI 기술을 비즈니스 또는 서비스에 도입할 때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움에도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AI 모델의 학습에는 많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필요하고, 모델의 크기나 데이터양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데이터 품질이 매우 중요하기에 잘 정제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더 큰 산입니다. 두 번째는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과 개발 방법론의 차이로 인한 프로젝트 관리의 어려움입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그나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지만, 두 번째 어려움은 서비스 개발 추진 동력의 문제입니다.
두 번째 어려움을 좀 더 풀어볼까요? 먼저, AI를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AI 전문가가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거나 서비스 기획자가 AI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부터 많은 정보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합니다.
AI 기술부서에는 근본적인 비즈니스상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종의 기술 컨설팅적인 감각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런 역량을 가진 AI 엔지니어는 그리 흔하지 않죠. 각고의 노력 끝에 적절한 솔루션을 찾았다 하더라도, 서비스 개발팀과 적절한 개발 범위를 협의하고 이에 맞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도 기획자와의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초기에 구상한 솔루션을 뒤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논의조차 개발할 AI 모델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야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즉, 기획 초기부터 AI 전문가와의 긴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만 그 이후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과정은 기획 초기뿐만 아니라 모델을 개선하는 과정마다 반복됩니다. 어떤 데이터로 어떤 모델을 학습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단번에 수립되기 어렵습니다. 필연적으로 모델 적용과 평가를 거쳐야만 다음 모델 개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선정되고 협의가 이뤄진 AI 모델이 도입 초기부터 좋은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첫 번째 어려움마저 더해서 초기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면, 과연 이 AI 기술 도입 프로젝트는 시작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작한다 해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AI 기술 도입의 어려움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조직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
AI 기술 도입에 언급된 문제들을 극복할 방법은 단 하나, 어렵더라도 조직적 공감대를 갖고 꾸준히 추진하는 길뿐입니다. AI 도입이 필요한 문제나 투자 대비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잘 식별 해내는 안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전에 내부적인 기술 검증(Proof of Concept) 프로젝트로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고요.
무엇보다도 꾸준한 투자 없이는 그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한정된 자원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까지 감안하면 AI 기술 도입은 조직적 공감대가 없이는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조직적 공감대에 필요한 요소를 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AI 모델 적용 여부를 위한 조직적 협의 기준을 지표화하고, 흔히 A/B 테스트로 알려진 ‘온라인 종합 대조 실험 시스템’ 등 지표의 개선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은 고객의 반응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축적할 수 있어, 당장의 성과가 도출되지 않거나 예상보다 낮은 기술 효과를 보였을 때도 꾸준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조직적 동력을 제공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AI 엔지니어와 데이터분석가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구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일 이런 환경이 부재한다면 도입한 기술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혹은 아직 AI 모델이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판단 기준의 부재는 조직적 혼선을 불러일으켜 어렵게 형성한 공감대를 무너뜨려 프로젝트 중단이나 AI 조직의 신뢰도와 사기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저희 팀은 현재 모바일앱 홈 화면 개인화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AI 기반의 개인화 랭킹 모델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거치고 있습니다.
‘모바일앱 홈 화면 개인화 프로젝트’라는 간결한 프로젝트명 이면에는 본 칼럼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조직 내의 공감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팀은 AI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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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지마켓 AI Product팀 팀장
AI기술과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