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없어진 듯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매장에서도 “오늘은 와인 말고 샴페인 주세요”라는 말을 듣는 일이 늘었습니다. 처음 샵에서 손님 응대를 했을 때 이런 말을 듣고는 당황했었습니다. 아마 스파클링이 없는 와인(스틸 와인)을 부르는 용어가 익숙지 않아 그렇게 표현하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쉽게 말해 탄산이 있는 와인입니다. 반대로 탄산이 없는 와인을 ‘스틸 와인’이라고 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을 만드는 방법 즉, 2차 발효를 거친 와인입니다. 스틸 와인과 마찬가지로 화이트, 로제, 레드 세 가지의 스타일을 갖고 있죠. 대개 뮤즐렛 (스파클링 와인의 코르크를 감싸는 철사와 캡)이 있는 와인을 스파클링이 아닌 “샴페인”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렇다면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무엇이 다를까요?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도 ①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②전통 방식으로 양조를 하며, ③피노누아, 피노 뮈니에, 샤르도네 세 품종을 주로 사용해 만드는 와인입니다(이 밖에도 샴페인에서 허용하는 품종은 네 가지 정도가 더 있습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며 가장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와인이 바로 스파클링, 그중 샴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 매장에는 20개 브랜드, 40여 가지의 다양한 샴페인을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량을 보면 5개 정도의 샴페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새로운 샴페인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에 마셔봤던 것 혹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브랜드를 찾는 편이죠. 제 생각에는 좀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괜찮은 샴페인이 분명히 있는데 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시음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판매량이 높은 유명 브랜드의 샴페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도 선택될지, 요즘같이 불경기에 가성비를 찾으려면 과연 유명 브랜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을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막상 주제를 정하고 나니 어떤 샴페인을 고를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조합을 해보다가 소주제를 타사 샴페인과 신세계L&B 샴페인을 비교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성비 좋은 샴페인들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시음에는 관련 업계 종사자 4분, 비종사자 3분 총 7명이 참석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진행자가 아닌 테이스터로 참여했습니다. 잔은 스파클링에 많이 사용하는 플루트 잔이 아닌 보르도 잔을 사용했습니다.
섹션1. 모엣 샹동 임페리얼 브뤼 vs 앙드레 끌루에 실버
어찌 보면 ‘모엣 샹동’은 이번 테이스팅을 구상하게 한 샴페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샴페인입니다. 매장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모엣 샹동을 대체할 수 있는 샴페인은 없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지요. 가끔 샴페인을 추천해 드릴 때 “모엣보다 낫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실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섹션에서 모엣 샹동과 붙은 앙드레 끌루에 실버가 맛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지만, 과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어떤 결과일지 궁금했는데요. 결과는 7명 중 5명이 앙드레 끌루에에, 2명이 모엣 샹동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앙드레 끌루에에 대해 시트러스 계열의 잘 익은 과실향을 이야기하며 미네랄 풍미와 함께 전체적으로 좀 더 복합미가 느껴졌다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모엣 샹동은 좀 더 가볍고 상큼한 과실향에 브리오쉬 풍미가 느껴졌으며, 앙드레 끌루에보다 비교적 거칠고 아로마가 덜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섹션2. 뵈브끌리코 옐로우 라벨 브뤼 vs 델라모뜨 브뤼
섹션2도 섹션1과 같은 이유로 매칭해 보았습니다. 이번 섹션에서는 7명 중 6명이 델라모뜨를, 단 한 명만이 뵈브끌리코를 선택했는데요. 주요한 점은 이날 시음회에 나온 샴페인을 통틀어 델라모뜨 브뤼가 참가자들에게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할인할 때 꼭 알려 달라는 말씀과 함께요^^.
뵈브끌리코는 잘 익은 과실 향과 흰꽃 향이 느껴졌으며, 피니쉬가 깔끔하다는 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뵈브끌리코의 진한 과실 향과 텍스처는 샴페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델라모뜨는 뵈브끌리코와 마찬가지로 잘 익은 과실 향과 함께 꿀 향과 토스티함이 같이 느껴졌다는 분도 계셨는데요. 특히 미네랄 풍미로 인한 상큼함이 적절한 밸런스로 다가와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뵈브끌리코도 굉장히 맛있었지만, 델라모뜨가 좀 더 미네랄 풍미와 여운, 복합성이 느껴져 좋았다는 평이었습니다.
섹션3. 루이나 블랑 드 블랑 vs 브루노 미셸 레 브루스 프리미에 크뤼 브륏
샴페인을 구매하는 분 중에는 ‘데고르주망’, 즉 샴페인의 병입 시기를 따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섹션에서는 블랑드 블랑의 샤르도네 100%로 만들어진 ‘루이나 블랑 드 블랑’과, 상당히 오래전 병입된 2013 빈티지 샴페인 ‘브루노 미셸 레 브루스 프리미에 크뤼 브륏’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과연 둘 중 어떤 와인을 더 선호할지 궁금했거든요.
결과는 ‘루이나 블랑 드 블랑’이 5표, 브루노 미셸이 2표를 얻었습니다. 루이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잘 만든 화이트와인의 느낌을 받았는데요. 시트러스 푸르츠 풍미부터 복숭아 같은 스톤푸르츠까지 풍부한 과실의 향이 느껴졌습니다. 이와 함께 바닐라, 브리오슈, 토스티한 풍미까지 복합성이 느껴졌으며, 탄산의 질감이 부드러웠다는 등 다양한 코멘트가 이어졌습니다.
브루노 미셸은 밀레짐(=빈티지) 2013으로 병입 후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이었습니다. 앞에 테이스팅 한 샴페인들이 신선하고 잘 익은 과실의 풍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면, 브루노 미셸은 좀 더 숙성되어서 과실의 풍미가 녹진해지고 숙성의 풍미가 다른 샴페인들에 비해서 더 많이 느껴지는 게 내츄럴 와인을 마시는 것 같다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두 가지 샴페인 중 내추럴을 좋아한다면 브루노 미셸을, 그렇지 않다면 루이나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모든 섹션을 마친 뒤 업계에 계신 참가자 한 분은 ‘의도가 너무 다분히 보이는 테이스팅 아니냐’며 저에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웃으며 “제 의도를 파악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죠.
약간의 의도가 있었던 만큼, 이번 테이스팅은 유독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요. 너무 유명한 샴페인이기에 그 친근한 맛이 테이스팅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죠. 하지만 섹션을 거듭할수록 신세계L&B가 수입한 가성비 샴페인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모습을 보며, 고객님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진행한 테이스팅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파워도 와인에 녹아든 일부이며, 브랜드가 지닌 가치는 맛뿐 아니라 그 자리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테이스팅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샴페인을 즐겨 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고객들의 입맛이 다채로워질수록 국내에도 좀 더 좋은 가격의 다양한 샴페인이 많아질 테니까요! 무더운 날씨, 톡 쏘는 샴페인과 함께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도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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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철 와인앤모어 삼성1호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쓰는 게 좋아져 시작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