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오리건·워싱턴 와인 전문가 양성을 위한 ‘퍼시픽 노스웨스트 와인 스페셜리스트 심화과정 인증 교육(Pacific Northwest Wine Specialist Advanced Certification)’이 진행됐습니다. 국내 최대 와인 포탈 와인21이 워싱턴와인협회, 오리건와인협회와 함께 개최한 것인데요. 저 역시 참가자 30인 중 한 명으로 교육과정에 참여해, 미국 와인의 다양성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와인 비교 테이스팅 등을 진행하며 고객들과 이 지역의 와인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해당 칼럼 바로가기]
그 후 몇 개월이 지나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신세계L&B가 미국 와인 브랜드 ‘레조낭스(Resonance)’를 국내 론칭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 와이너리 ‘루이 자도(Louis Jadot)’가 생산하는 와인이었죠. 루이 자도는 2013년 미국 오리건주에 레조낭스를 설립하고, 부르고뉴 이외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루이 자도가 선택한 두 번째 생산지, 오리건 AVA* 는 미국 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생산지입니다. 비록 생산량은 적지만, 맛과 품질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AVA: American Viticultural Areas의 약자로, ‘지정재배구역’을 뜻한다. 1980년대부터 미국은 와인 관련 규정에 따라 와인용 포도의 재배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 와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평가한 오리건 와인의 67%가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습니다(2021년 자료 기준). 프랑스는 63%, 캘리포니아는 58%인 것에 비해 높은 점수이죠. 게다가 평가된 와인들의 평균 가격은 61$로, 프랑스(110$), 캘리포니아(93$), 이탈리아(85$)에 비해 굉장히 친근합니다.
해양성 기후인 오리건 AVA의 주요 생산지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포도가 성장하는 계절인 여름에는 비가 적게 오고 겨울에 강수량이 집중됩니다. 특히 위도가 높고 주위의 큰 산맥의 영향과 함께 바닷바람이 불어와, 평균 기온이 부르고뉴 지역보다는 낮고 샴페인 지역보다는 높은데요. 서늘한 기후에도 재배 시기에는 하루 일조량이 15시간에 달해 포도가 잘 익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조건으로 오리건주를 ‘피노누아의 천국’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레조낭스는 오리건주 내 가장 큰 생산지인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에서 생산합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레조낭스 와인의 종류는 총 5가지입니다. 윌라멧 밸리 AVA에서는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생산합니다. 그중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는 2023년 와인 스펙테이터 TOP100에서 9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은 와인입니다.
그 외 세 가지는 싱글 빈야드로 출시됐습니다. 각각 윌라멧 밸리 안에 있는 세부 AVA에서 생산되며, 얌힐-칼튼 AVA의 ‘레조낭스 빈야드’, 던디 힐즈 AVA의 ‘데꾸베르트 빈야드’, 이올라-에미티 힐즈 AVA의 ‘쿠사 빈야드’가 있습니다.
레조낭스의 가장 중요한 생산지는 ‘레조낭스 빈야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윌라멧 밸리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토양을 가진 곳입니다. 42년간 루이 자도의 와인 메이킹을 이끌었던 인물, 자크 라드리에르(Jacques Lardière)는 이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을 ‘완벽’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와이너리 이름도 이곳의 이름을 그대로 본따 ‘레조낭스’라고 짓게 되었죠.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레조낭스의 5가지 와인으로 총 7분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테이스팅은 AVA에 따라 레조낭스의 와인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해 보았는데요. 레조낭스의 기본인 윌라멧 밸리 AVA부터 진행한 후 세부 AVA 와인을 테이스팅했습니다.
이렇게 비교 테이스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루이 자도와 마찬가지로 와인에 전부 동일한 오크통을 쓰기 때문인데요. 레조낭스는 와인을 숙성할 때 루이 자도가 자체 제작한 오크통을 사용함으로써 맛과 풍미를 높이고 있습니다.
섹션1. 윌라멧 밸리 샤도네이 vs 쿠사 빈야드 샤도네이
첫 주자는 화이트 와인 2종인 ‘윌라멧 밸리 샤도네이’와 ‘쿠사 빈야드 샤도네이’였습니다. 각각 윌라멧 밸리 AVA와 이올라-에미티 힐즈 AVA에서 생산된 샤도네이입니다. 참고로 쿠사 빈야드 샤도네이는 2022빈티지가 올해 최초로 출시한 와인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요.
테이스팅 결과, 윌라멧 밸리 샤도네이는 쿠사 빈야드보다 음용성이 좋아 편하게 접근하기 좋다는 평이었습니다.
청사과 풍미와 함께 복숭아 중에서도 딱딱한 천도복숭아의 느낌, 레몬이나 배 같은 과실의 풍미가 함께 느껴졌습니다. 이에 더해 시트러스 계열 과일의 껍질 느낌과 함께 미네랄과 오크의 풍미가 조화를 이뤄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다만 비교적 복합미가 떨어져 아쉽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쿠사 빈야드를 시음해 보니, 역시 루이 자도가 화이트 와인을 잘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실의 향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윌라벳 밸리에 더 높은 점수를 주신 분도 있었지만, 쿠사 빈야드의 섬세한 복합미를 높게 평가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약간의 허브 풍미와 꽃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분은 흰 후추의 향과 깨 향, 오크의 풍미가 잔잔하게 느껴지며 좀 더 미네랄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평가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높은 복합미가 특징인 만큼 숙성이 더 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요즘 가격이 치솟고 있는 부르고뉴 샤도네이보다, 쿠사 빈야드를 마시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섹션2.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
그다음 테이스팅에서는 싱글 빈야드의 가이드 테이스팅 격인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를 진행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르고뉴 피노누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오리건주의 피노누아를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벌써 미국의 피노누아라고 하니, 진한 느낌의 피노누아를 떠올리는 분이 많았습니다. 테이스팅 결과, 루비 컬러를 뽐내며 딸기, 체리와 같은 레드 베리류의 향을 보여주면서도 꽃 향과 은은한 버섯 향까지 전형적인 피노누아의 풍미를 잘 살려냈습니다.
동시에 산도와 탄닌의 밸런스가 훌륭해 참가자 중에선 미국 피노누아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오히려 싱글 빈야드보다 좋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섹션3. 데꾸베르트 빈야드 피노누아 vs 레조낭스 빈야드 피노누아
마지막 순서는 ‘데꾸베르트 빈야드’와 ‘레조낭스 빈야드’의 비교 테이스팅이었습니다.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를 시음한 후여서 인지, 레조낭스의 피노누아의 풍미가 느껴졌으며, 두 와인을 통해 표현하는 싱글 빈야드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테이스팅 이후 바로 라벨을 보여 드리자, “각각의 싱글 빈야드의 느낌을 라벨에 표현했다”라는 말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야말로 라벨처럼 데꾸베르트는 좀 더 붉은 캐릭터에 피노누아가 표현되었다면, 레조낭스는 좀 더 검은 캐릭터의 피노누아가 느껴졌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데꾸베르트 빈야드의 와인이 붉은 캐릭터의 예쁘장하고 발랄한 느낌을 표현한 분이 있는 데 반해, 레조낭스는 좀 더 우아한 느낌과 함께 복합미가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테이스팅한 윌라벳 밸리 피노누아가 이 두 가지 와인의 중간처럼 느껴져 가장 좋았다고 평한 분도 계셨습니다.
테이스팅을 마친 뒤 다섯 가지의 와인을 떠올려 보며, 루이 자도에서 느꼈던 것과 같이, 떼루아의 느낌을 잘 살린 와인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라멧 밸리와 루이 자도의 메이킹 조화를 이룬 윌라벳 밸리 샤도네이, 와인 스펙테이터 TOP100 9위의 명성을 보여준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 42년간 부르고뉴에서 와인메이킹을 이끈 자크에게 완벽한 울림을 선사한 레조낭스 빈야드, 올해 전세계 최초로 출시된 2022년 빈티지 쿠사 빈야드 샤도네이, 피노누아의 붉은 과실 향을 매력적으로 보여준 데꾸베르트 빈야드 피노누아. 다섯 개의 보석 같은 와인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가오는 추석, 레조낭스 와인과 함께 오리건과 부르고뉴의 ‘공명’을 소중한 사람들과 느껴보기를 추천 드리며, 오늘도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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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철 와인앤모어 삼성1호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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