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마셔본 적 있으신가요? 모스카토 와인은 풍부한 과일 향과 달콤함, 가벼운 탄산, 낮은 도수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에요. 그래서 와인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많이 추천해 드리는 와인이지요.
가끔 졸업한 대학교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여러 종류의 와인들을 소개하고 시음할 수 있게 해요. 시음의 마지막은 달달한 ‘모스카토 디스티’로 마무리하는데 매번 반응이 아주 폭발적입니다.
“이게 정말 와인이 맞나요?”
라는 반응이 바로 나오더라고요. 평소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던 친구들도 ‘맛있다’며 더 마시곤 합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와인, 아니 술 자체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친구들에게 드라이하고 높은 도수에 강한 풍미를 가진 와인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거든요. 이때 모스카토처럼 가볍고 달콤한 와인은 와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좋은 출발점이 되죠.
“와인은 소고기 고르듯이 고르세요”
요즘 매장에서 고객분께 자주 드리는 설명입니다.
1.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소고기의 원산지처럼 와인의 나라, 혹은 지역을 고르고
2. 어느 부위인지: 소고기의 부위처럼, 포도의 품종을 고르세요
기른 사람, 즉 와이너리를 먼저 찾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와인을 고르시면, 전반적으로 본인 취향의 와인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유럽 와인은 생산지만 확인해도 그 지역의 주요 품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주제,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에 적용해 볼까요?
1. 지역: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주의 ‘아스티(Asti)’에서
2. 품종: 모스카토(Moscato)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
마치 ‘횡성 한우’처럼 이름만 들어도 산지와 품종을 알 수 있죠. 여기에 더해서 모스카토 다스티는 발효를 중간에 멈춰 도수가 약 4.5%~7%로 낮다는 특성이 있어요. 또한 프리잔테, 즉 약간의 탄산이 있는 세미 스파클링 와인의 형태를 지니는데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이탈리아 와인 등급 체계에서 최고 등급인 DOCG에 속하는 ‘모스카토 다스티 DOCG’가 됩니다.
라 스피네타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코 꽐리아(La Spinetta Moscato d’Asti Bricco Quaglia DOCG)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Vietti Moscato d’Asti DOCG)
파올로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 (Paolo Saracco Moscato d’Asti DOCG)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모스타토 다스티 3대장’으로 불리는 와인들이 있어요. 실제로 매장에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모스카토 와인 순위도 위와 동일합니다. 모두 부담 없는 달콤함과 부드러운 탄산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스카토 다스티 3대장과 다른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혹 의외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디 바이라 모스카토 다스티 (GD Vajra Moscato D’asti DOCG)
스칼리올라 프리모 바치오 모스카토 다스티 (Scagliola Primo Bacio Moscato d’Asti DOCG)
스카르파 모스카토 다스티 (scarpa moscato d’asti DOCG)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모스카토 와인 중 세 가지를 선정했습니다. GD. 바이라(G.D. Vajra), 스칼리올라(Scagliola), 그리고 스카르파(Scarpa) 모스카토 다스타가 이번 비교 테이스팅에 도전할 주인공들입니다.
테이스팅에는 총 8분이 참여했습니다. 와인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위해 3명의 대학생도 초대하였습니다. A그룹에는 3대장 와인을, B그룹에는 제가 선택한 와인을 넣고 참가자들이 두 그룹에서 하나씩 무작위로 선택하여 맛보도록 했어요. 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요?
본격적인 테이스팅 전!
본격적인 테이스팅에 앞서, 오늘의 주인공인 ‘모스카토 다스티’와는 또 다른 모스카토 와인 2종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적당한 단맛의 스파클링 와인, 칸티 아스티 세코 (Canti Asti Secco)와 드라이하고 탄산이 없는 499 비노 이니그마 비앙코 (499 Vino Enigma Bianco)를 준비했어요.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와인 애호가과 전문가 그룹은 드라이하고 탄산이 없는 499를 선호했고, 일반인과 대학생 그룹은 적당한 단맛의 스파클링 와인 칸티를 선호했죠. 입맛의 차이를 예상은 했지만, 저도 참 신기하더라고요. 완전히 다른 취향의 이번 참가자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결과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1번 블라인드, 파올로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 VS 스카르파 모스카토 다스티
첫 번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두 와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대비되었습니다.
파올로 사라코는 복숭아, 리치, 오렌지의 싱그러운 과일 향, 자스민, 허브의 은은한 아로마가 상쾌하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반면, 스카르파는 진한 꿀, 잘 익은 복숭아와 사과, 아카시아 같은 농후하고 진한 풍미를 지녔다는 의견이었죠.
최종적으로 8명 중 6명이 묵직한 풍미의 스카르파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2번 블라인드, 라 스피네타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코 꽐리아 VS 지디 바이라 모스카토 다스티
두 번째 블라인드는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두 와인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참가자들이 선택하기 가장 어려워했죠. 최종적으로는 지디 바이라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이번에 참여하신 와인 전문가 한 분은 지디 바이라의 좋은 밸런스, 잘 익은 과일 향과 함께 올라오는 다채로운 꽃 향기가 정말 기분 좋았다는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술을 잘 못하고 즐기지 않는 분도 있었는데, ‘지디 바이라는 향만 맡아도 마셔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네요.
3번 블라인드,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 VS 스칼리올라 프리모 바치오 모스카토 다스티
이번 테이스팅은 첫 번째 테이스팅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비에티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상큼하다는 의견, 스칼리올라는 상대적으로 꿀 같은 단맛이 두드러진다는 의견이었죠. 결과적으로 진한 풍미의 스칼리올라가 승리했습니다.
테이스팅 후반부엔 소스를 곁들인 닭낡개 요리를 함께했는데, 이 요리가 진한 풍미의 스카이올라와 잘 어울린 점도 한 몫한 듯합니다.
이후 스카이올라 프리모 바치오가 오늘 테이스팅한 6가지 와인 중에 유일하게 2만 5천 원대로 가장 저렴하다고 이야기해 주자 더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또 그 이름의 의미가 ‘첫 키스’라고 말씀드리자 호응은 더 커졌죠. (비록 저는 마지막 키스도 희미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이 와인을 추천할 때 커플일 경우, “이 와인을 같이 드시고 제발 옆에 있는 분이 떠오르시길 바랍니다……” 라는 농담도 던지곤 한답니다. 제가 모스카토 와인 중 이 친구를 가장 좋아해서일까요? 열렬한 반응에 더 흐뭇했습니다.
오늘 테이스팅에서는 상큼한 맛의 3대장 와인들보다 묵직한 맛의 새로운 모스카토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3대장이 3대장으로 자리 잡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모스카토를 찾으시는 분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있어요. ‘부담 없이, 가볍게, 안주 없이’ 안주 없이 간단하게 마실 땐 진한 풍미를 가진 모스카토보다는 깔끔하고 상쾌한 모스카토가 가장 잘 어울리거든요.
시음 종료 후 모스카토 다스티 병들을 쭉 늘어놓고 사진을 찍으니, 각 와인의 라벨이 자연스레 눈길을 끌더라고요. 스카르파(Scarpa)는 병 속의 금색 와인과 어우러진 화려한 하이힐 그림이 돋보였어요. 그 모습에서 우아함과 세련미가 전해져 와인의 풍미를 상상하게 했죠. 지디 바이라(G.D. Vajra)는 라벨에 그려진 꽃들이 마치 달콤한 과실 풍미를 병 속에 그대로 담아둔 듯하더라고요. 향기로운 꽃 한 송이가 잔에 피어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칼리 올라(Scagliola)는 풀밭에 누워 하늘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흰 꽃의 은은한 향기를 맡는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첫키스의 설렘 같은 부드러움이 와인 한 모금에 담겨 있죠. 라벨이 와인의 성격을 담아낸 초상화처럼 느껴졌어요.
오늘 테이스팅 한 6가지 모스키토 다스티 와인을 특징에 맞춰 나누면 이러합니다.
꿀같이 진한 무게감을 보여주는 와인, 상큼하고 화사한 와인, 그리고 그 중간 지점에 자리한 와인이 있었죠. 참가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종합한 것이지만, 모스카토 와인을 고를 때 하나의 힌트가 되겠죠?
결국, 모스카토 다스티의 매력은 그 다양성과 깊이에 있습니다. 어떤 날엔 상큼한 가벼움이 끌리고, 또 어떤 날엔 꿀처럼 진한 풍미를 원할 때가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떤 모스카토 다스티를 선택하시겠나요?
무엇이든 초보자들에게 와인의 매력을 소개하는 완벽한 다리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일 거예요. 2024년의 끝자락, 내 맘에 드는 모스카토 다스티 한 잔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의 2025년을 기다리면서 ENJOY~!
신세계그룹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는 미디어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콘텐츠 사용 시에는 신세계그룹 뉴스룸으로 출처 표기를 부탁드립니다. |
양윤철 와인앤모어 삼성1호 점장
마시는 게 좋아 일하는
와인앤모어 점장이
쓰는 게 좋아져 시작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