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히말라야에서 만난 사람들, 네팔 1편

2016/08/09

 

  
위치
아시아의 산맥으로 인도아대륙과 티베트 고원 사이, 파키스탄, 인도, 중화인민공화국 시짱 자치구, 부탄, 네팔에 걸쳐 위치

최고봉
높이8,848m (29,029ft)의 에베레스트 산

기후
산의 높이에 따라 기후차가 심하고, 우기(6-9월)와 건기(10월-5월)가 있음

네팔 히말라야는 카라코람 히말라야에 비해 여성스럽지만 8000m 고봉이 즐비한 명실상부한 리얼 히말라야다.

  

지구의 선물이라는 히말라야를 품은 네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다양한 문화와 투박한 정취의 음식들도 생각나게 한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여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로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좌 고봉 중 8개가 밀집한 산악국가다. 네팔이라는 이름은 카트만두 계곡에서 한때 융성했던 네파 Nepa 왕국에서 비롯됐다.

사람보다 신이 많다고 할 정도로 신에 대한 경외심이 깊은 나라인 네팔은 인구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고 있다. 불교도는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산속에서 생활하는 부족들은 대부분 불교도다. 얼굴도 우리와 비슷한 몽골리안이다.

바크타푸르 궁 옆 힌두 사원, 신도들이 바친 음식 찌꺼기들로 먹을 것이 풍부한 사원 안은 비둘기들의 안식처다.

네팔은 유구한 역사와 독자적이고 뛰어난 문화를 자랑한다.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사원이나 외곽의 바크타푸르 Bhaktapur, 파탄 Patan 왕궁에 가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천혜의 휴양도시 포카라,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도 네팔의 자랑이다. 여기에 하늘이 내려준 히말라야까지 품고 있으니 네팔 사람들의 자존심은 만만치 않다.

힌두 사원 옆 나무 아래에 신도들이 기도하며 바친 꽃잎들. 네팔은 산간 마을을 제외하면 국민 거의가 힌두교 신자다.

 

네팔 서부 지역의 산간 마을. 학교를 마친 여학생들이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걸어가고 있다. 짚단을 나무 기둥에 매달아 놓은 모양이 특이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지나는 여인들과 소년.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눈 천지인 히말라야의 나라지만 정작 평원에 사는 아이들은 눈을 못 보고 산단다. 그래서 눈이나 눈사람 등의 낱말 카드를 보여 주고 설명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바다가 없기 때문에 바다와 고래 같은 단어를 가르칠 때도 난감하다고 한다. 기후적으로 네팔은 아열대 지역에 속한다. 대체로 네팔 하면 ‘눈의 나라’를 떠올리지만 눈이 있는 높은 산은 북쪽에 걸쳐 뻗어 있을 뿐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최근 몇 년 새 한국에서 ‘치유의 길’로 이름난 힐링 코스다.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남녀 직장인들이 ‘지친 머리’를 식히러 찾는 곳이다. 난코스가 아니면서도 단기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ABC라고 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130m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1980년 영국 찰스 황태자도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를 나흘 동안 걸었다고 한다.

푼힐 전망대 서북쪽에는 다울라기리(8,167m)가 위용을 펼치며 서있다.

 

포카라 Pokhara는 네팔 최대의 관광 도시이자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관문이다. 포카라 뒤편으로 우뚝 서 있는 네팔어로 ‘물고기 꼬리 Fish Tail’란 뜻을 가진 마차푸차레 Machhapuchhare, 6,997m의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산군.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란 뜻이다.

 

포카라 시내와 안나푸르나 산군을 조망할 수 있는 평화탑 샨티 스투파 shanti stupa는 일본의 한 불교 종파가 세운 것이다. 탑 바로 앞에 옥빛 페와 호수가 반짝이고, 안나푸르나 설산들과 마차푸차레가 한눈에 들어온다.

 

페와 호수는 해발 800m의 포카라 남쪽에 있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녹은 물이 흘러 들어 형성된 것이다.

 

안나푸르나의 트레킹 중에 만난 소녀들. 집안일을 돕기 위해 땔감, 물건을 나르는 고사리손들이 정겹다.

 

수도 카트만두 타멜 거리 곳곳에 달아놓은 원색의 깃발들. 히말라야를 오가는 트레커들의 출발지이자, 마지막 휴식 장소이다.

 

 


타멜에서 나와 왕궁 지역에 들어서면 두르바르 광장이 있고 주변에 사원들과 구 왕궁 Old Palace이 있다. 가히 카트만두의 ‘중심 중 중심’이다. 광장 옆 3층 건물엔 ‘세계 유일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 데비 Kumari Devi’가 살고 있다. 쿠마리 데비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석가모니의 ‘샤카’ 성을 가진 여성 중 4~12세 소녀들이 지원한다고 한다. 눈과 머리카락이 검고, 몸에 흉터도 없어야 하며, 이의 모양도 좋고 목소리가 깨끗해야 하는 등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어두운 방에 가둬 놓고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을 때 놀라지 않아야 하고, 이전의 쿠마리가 사용했던 옷이나 장신구 등을 가짜와 섞어 놓았을 때 진짜를 골라내야 한다. 일단 쿠마리로 뽑히게 되면, 이곳에서 살게 되는데 나갈 수도 없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이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여신 자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몸이 성숙해 초경이 시작되면 불결해진 걸로 여겨 집을 나가야 한다. 나머지 인생은 거의 불운하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남자도 불행해진다고 해서 평생 외롭게 혼자 사는 쿠마리가 대부분이다.

스와얌브나트는 네팔의 불교 사원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맨 처음 맞는 건은 걸인 가족들이다. 그 다음이 원숭이들이다. 원숭이들이 하도 많아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파탄은 카트만두에서 5km, 바크타푸르는 카트만두 동쪽 15km 지점에 있다. 모두 15~17세기 말라 왕조 당시의 왕국이다. 우리의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삼국지를 연상케 한다. 카트만두, 파탄, 바크타푸르 세 왕국은 1768년 샤 왕조에 의해 통일될 때까지 좁은 땅덩어리에서 각각 문화를 꽃피웠다. 네팔 스타일 힌두 건축물의 백미 白眉가 여기에 몰려 있다.

두르바르 Durbar라고 하는 광장을 지나니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독특한 건축 양식의 궁들이 나타났다. 고색창연한 힌두식 건축물들이 석탑, 청동탑들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건물 창이나 외부는 목조가 대부분이다. 압권은 목조 조각이다. 섬세하고 정밀하다. 이토록 뛰어난 작품은 유럽이나, 인도, 중국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시미가운 마을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가우리상카르 봉우리가 석양에 물들어있다.롤왕링히말의 으뜸산이며 힌두교 신자들은 시바 신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은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된다. 고단한 하루 하루가 지나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걷고 걷는다. 보통의 포터들은 하루 종일 일해 겨우 10달러 정도를 버는데, 그나마 처음 계약 때 장갑, 신발 구입명목으로 받는 돈도 그것들을 사지 않고 모아 둔다.

 

산중 마을에선 발효된 기장에 물을 부어 몇 시간씩 끓여 증류하는 술인 라크시를 손수 빚는다. 가공 방법에 따라 50도에서 70도 사이의 독주가 만들어진다.

 

석양이 롤왈링히말의 하얀 설산을 붉게 물들였다. 산촌 마을의 어둠은 일찍도 찾아온다.

 

네팔 히말라야에는 ‘설인 雪人 예티 Yeti’의 전설이 무성하다. 롤왈링히말에 특히 그런 이야기가 많다. ‘예티’는 ‘설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간혹 산악인들 중에 ‘설인을 봤다’는 이들이 있다. 산중 곰파에는 설인의 머리나 손이라고 알려진 전시물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로는 산양 혹은 곰의 가죽이거나 티베트승 미라의 한 부위라고 한다.

죽음의 고개 테시라프차를 건너는 원정대와 셰르파들. 바위 아래는 낭떠러지다.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미끄러운 빙벽이라 위험한 구간이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Sebastiao Salgado의 ‘금 캐러 벽을 오르는 금광 노동자들 사진’이 떠올랐다. 절벽으로 가까이 가 보니 깎아지른 얼음 벽이다. 괜히 빙벽이 아니었다. 삐끗하면 그 자리에서 몇 백 미터 아래로 추락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아이젠을 했지만 정확하게 내딛지 않으면 이내 미끄러진다.

돌개바람이 몰아쳐 몸이 휘청거린다. 해는 중천에 떴는데도, 쌓인 눈이 미친 바람에 날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화이트 아웃 White out이다. 세차게 몰아치는 강풍 때문에 한 발 한 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고개를 넘는 동안 눈밭에 방치된 시신을 여러 구 목도했다.

강풍이 만년설을 휩쓸어 올려 눈산에 하얀 연기를 피우는 듯하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돌변하기 일쑤다.

 

타메 Thame, 3820m는 셰르파 마을이다. 롤왈링히말 너머 쿰부히말의 들머리가 그곳이다. 마을 위쪽 커다란 곰파를 보니 안심이 된다. 달아 놓은 지 몇 년이 흘렀는지 색이 바래 꾀죄죄한 타르초와 룽다가 곳곳에서 펄럭인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쿰부히말의 중심부로 진입한다.

 

롤왕링히말에서 쿰부히말로 넘어가는 마을 타메에서 어린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만난사람들 네팔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