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is 뭔들’ 이라지만 한우에는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부족한 것 같은데요. 아무리 맛 중의 맛,최고 중에 최고라는 한우에도 분명 차이는 존재합니다. 더 맛있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싸게!이마트 한우의 맛을 걸고 고군분투중인 특급 한우 전도사. 신세계인의 손 일곱 번째 주인공,이마트 상품본부 한우 바이어 – 오현준 파트너의 이야기입니다.
이마트 대표 한우 감별사
유통의 꽃, 신선 식품 바이어 입문기
대학 시절 식품 관련 학문을 전공하면서 처음 신선 식품 바이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신선 식품 산업 트렌드는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생산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잘 잡혀있죠. 제가 기획한 바를 생산에서부터 반영하고, 전체 산업 트렌드까지 리드하는 점이 신선 식품 바이어 업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 생각했어요.
한우가 고객을 만나기까지, 모든 과정에 그가 있다!
많은 신선식품 카테고리 가운데에서도 제가 담당하고 있는 것은 한우에요. 한우란 참 몇 번을 들어도 군침이 먼저 도는 단어인데요. 여러 신선식품 유통 품목 중에서도 단연 매력적이죠!
8년차 바이어로서 한우를 맡은 지는 이제 4년 정도 됐어요. 저는 생산자로부터 최고의 상품을 구매해 고객에게 공급하는 유통 업무를 담당해요. 한우의 매입부터 상품화, 점포 입점, 판매 기획까지… 한우가 이마트로 들어와 고객을 만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제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 한우 바이어라고 하면 다들 한우 많이 먹냐고 먼저 물어보시는데요. 아니랍니다, 하하. 워낙 비싸서, 저도 한우 참 좋아하는데요. 많이 먹지는 못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걸 다루는 일을 해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출장이 없는 날엔 오전 10시쯤 이마트 축산 매장을 찾아요. 막 오픈한 시점이라 북적거리지도 않고, 불과 몇 분 전까지 이어지던 치열한 오픈 준비 작업도 없는 고요한 시간이죠. 이런 분위기에 깔끔하게 포장되어 쇼케이스에 가지런히 놓인 상품을 보면 힘이 나요. 물론 그 상품이 잘 팔리면 더 좋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아요. 더 열심히 달릴 원동력이 샘솟는 순간이니까요.
척하면 척, 4년 차 한우 감별사의 내공
바이어들이 한우를 잘 감별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바이어들은 맛있는 한우를 저렴하게 들여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녀요. 여러 공급처를 통해 적절한 물량과 단가를 맞춰야 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우 바이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한우 경매장입니다. 저도 이제는 막 도축한 상태의 고기만 봐도 딱 감이 오죠. 그리고 살 사이사이 마블링을 확인하는 디테일 작업까지 끝내면 확신할 수 있어요.‘아, 이 고기가 괜찮은 고기다.’ 그때부터는 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가져가려는 바이어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되죠. 엄청난 심리전이에요. 목표는 정해졌고 이제 원하는 걸 손에 넣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바이어들의 경매나 협력사를 통해 들어온 한우는 이마트 직영 축산가공센터인 미트 센터로 가요. 이곳에서 규정에 맞춰 가공된 후 물류 센터를 거쳐 이마트 점포까지 가는 거죠.
이마트 정육의 컨트롤타워, 이마트 미트 센터
이마트 미트 센터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의 축산물 전문 가공ㆍ포장 센터인데요. 이곳이 이마트 정육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난 2011년 개관한 이마트 미트 센터는 일대 혁신이었어요. 도축 이후의 모든 작업을 미트 센터에서 한 번에 진행하면서 축산물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가격을 줄였고, 전수검사를 통해 더욱 신선하고 깨끗한 품질을 확보했죠. 덕분에 점포 직원들의 업무도 많이 줄었고요. 이번에 화제가 되었던 이마트 숙성한우도 미트 센터에서 탄생했어요.
한우도 다 같은 한우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숙성한우의 발견
숙성한우 도입 아이디어는 고객에서 출발했어요. 몇 년 전부터 고객 조사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스테이크’와 ‘고기 두께’였어요. 예전에 사람들은 마트에서 주로 구이류 중심으로 고기를 구매했어요. 하지만 몇 년 새 쿡방, 먹방 등 여러 매체의 영향으로 새로운 식문화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거죠. 저희 바이어팀도 이런 새로운 수요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스테이크라는 게 고기만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썬다고 해서 답은 아니었어요. 셰프처럼 ‘잘 구워야’ 했어요. 그럼 셰프가 아닌 일반인들은 어떻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숙성육’이었죠. 숙성육은 아무나 구워도 맛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숙성이라는 개념이 낯설어서 숙성육이라면 죄다 드라이에이징인줄만 알았으니까요. 처음에는 드라이에이징 중심으로 숙성육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온도와 습도가 균일하게 유지되는 드라이에이징 숙성고에 진공포장된 원료육을 집어넣었는데 며칠 후에 꺼내보니 선도가 훨씬 좋고 육질이 부드러워진 것을 발견했어요. 이걸 보고 정보를 찾아봤더니 웻에이징이라는 또 다른 숙성 방법이 있던 거에요. 그때부터 드라이에이징 그리고 웻에이징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숙성한우 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어요.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숙성육 잡학사전
건조 숙성 드라이에이징 DRY-AGING
드라이에이징은 한우를 숙성고에서 생고기 말리듯 숙성시키는 건조 숙성 방식입니다. 28일간 숙성된 한우의 겉면은 검게 마르지만 속살은 진하고 부드럽게 응축되는데요. 중독성 강한 향긋한 풍미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이 마음속에 저장!
부드러움을 찾는다면 숙성 웻에이징 WET-AGING
웻에이징은 도축하자마자 진공포장한 한우를 숙성고에서 20일 동안 숙성하는 습식 숙성 방식인데요. 고기가 숙성되면서 단단했던 조직이 연해지고 감칠맛이 높아지는 덕분에 웻에이징 한우는 촉촉한 부드러움과 풍부한 육즙이 뿜뿜!
대형마트 한우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연 이마트 ‘숙성한우’
이마트 숙성한우 품질에 대해서는 제가 자부할 수 있습니다. 숙성한우를 위해 정말 연구를 많이 했거든요. 숙성 한우는 온도가 생명이에요. 온도 변화가 심하면 수분과 육즙이 빠져나가거든요. 그래서 미트 센터의 숙성고 설계에 공을 많이 들였답니다. 특히 온도 유지를 위해 냉각 팬을 여러 개 설치하고 출입구에 전실(前室)을 하나 더 만들었는데요. 이 전실(前室) 출입구는 냉장고 문과 동시에 열리지 않아 더욱 효율적으로 온도관리가 가능하죠. 그리고 고기의 진공포장을 벗긴 상태에서 진행되는 드라이에이징 한우 숙성고에는 습도 관리를 위한 제습기를 추가로 설치했어요.
온도나 습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어디에도 ‘명확한 기준’이란 없었거든요. 미트 센터 팀장님과 함께 지속해서 테스트를 하면서 최적 온도와 습도, 그리고 숙성 일자의 기준을 세웠어요. 가장 맛이 좋은 시점, 가장 향이 좋은 시점, 가장 판매가 좋은 시점을 모두 맞춘 저희만의 표준을 만든 거죠. 결과는 어떠냐고요? 맛으로 말씀드릴게요. 하하.
저는 한우 부위 중 안심, 등심, 채끝 부위를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안심은 소의 신장과 등 사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살 조직이기 때문에 지방이 없는 부위인데도 정말 부드러워요. 등심은 가장 실패하지 않는 선택인데요. 그래도 더 맛있는 등심을 드시고 싶다면 새우처럼 생긴 ㄱ자 부위가 큰 등심을 고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채끝 부위는 살짝 뻑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웻에이징 채끝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에요. 정말 부드럽게 숙성되는 부위거든요.
And to my hands 그리고 나의 손
요즘 정말 맛있는 수입육도 많습니다. 그래도 제가 여전히 ‘한우가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우는 정말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국가가 나서서 육성하는 사업이었기에 위생이나 관련 법규도 철저하게 관리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형태로 품종 개량도 지속적으로 이루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합니다. 이런 한우로 숙성을 한다는 것은 정말 최상의 재료로 최상의 상품을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제 사명은 단순히 좋은 원료육을 고르는 것을 넘어 철저한 품질 관리와 개발로 가장 맛있는 한우를 우리 식탁에 올리는 거에요. 어느 하나도 소홀이 할 수 없는 이 과정들 속에서 제 손은 꼭 필요한 재료가 되어버렸어요. 때론 전국 한우 농장과 공판장을 순회하며 녹초가 되기도 하고 차가운 숙성고에서 벌벌 떨기도 했지만, 제 손이 많은 고객의 밥상 위 맛과 건강을 책임진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고생해야겠다는 파이팅이 샘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