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와인의 계절입니다. 연중 어느 때나 마셔도 좋은 것이 술이지만, 왠지 추운 겨울에는 와인이 먼저 떠오릅니다. 와인의 강렬한 붉은색이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오늘은 와인의 계절을 맞아 ‘직관적인 와인 쇼핑’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와인을 살 때면 많은 분이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매번 마셨던 와인을 마실까? 유명한 브랜드 와인을 골라볼까? 아니면 모르겠으니 그냥 싼 와인으로 골라?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입니다. 쭈뼛쭈뼛 와인 매장에 어렵게 들어서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합니다. 매장 직원의 ‘어떤 스타일로 찾으세요?’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것입니다. ‘아… 내가 왜 술 한잔 마시는데,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죠.
우선 화를 가라앉히세요. 이제 저와 함께 와인 쇼핑을 시작해 보시죠! 와인을 전혀 마셔보지 못한 분들도 괜찮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칠레 와인을 고르는 공식, 등급을 확인하라!
뚜벅뚜벅 와인 매장을 향해 걸어가며 머릿속으로 생각해 봅시다. ‘얼마짜리 와인을 살까? 무슨 맛인지 모르지만 맛있는 와인이면 좋겠다.’ 이 두 가지만 생각하셔도 나머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함께 쇼핑 중이니까요. 자, 이제 매장에 들어섰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행사 상품을 모아놓은 매대도 보이고, 국가별로 와인이 분류된 진열대도 보이고, 고가의 상품이 보관된 와인 셀러도 보입니다.
먼저, ‘신대륙’ 또는 ‘칠레’라고 쓰인 진열대로 가세요. 프랑스, 이태리 와인도 참 좋은 상품이지만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오늘의 픽이 칠레인 이유는 이마트에서 와인 매출 비중이 37%로 가장 높은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칠레 와인 중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와인도 많이 찾을 수 있답니다.
칠레 와인만 모아놓은 진열대로 왔는데… 와인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또 눈앞이 흐릿해짐이 느껴지죠.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라벨을 주시해보세요. 대체로 일관된 형식의 라벨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블라블라 쓰여있고, 같은 브랜드 안에도 어떤 와인에는 ‘리제르바’, 어떤 와인에는 ‘그랑 리제르바’라고 쓰여 있네요. 이제 가격표를 보세요. 리제르바와 그랑 리제르바가 가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칠레 와인의 공식은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이름만 쓰여 있는 버라이탈(Varietals)’, ‘리제르바(Reserva)’,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 ‘싱글빈야드(Single Vineyard)’로 순으로 가격이 올라갑니다. 해당 등급 내에서는 대체로 맛도 비슷한 편입니다. 때문에 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등급을 정하고, 해당 등급에서 좀 더 저렴한 브랜드의 와인을 고르시면 됩니다. 물론 브랜드별로 양조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등급별 맛은 비슷합니다. 몇 번 마시다 보면 내 취향의 와인 브랜드가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좋아하는 와인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선호하는 국가와 지역, 품종, 브랜드까지 생기게 되겠죠?
오늘은 와인 매장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많은 분을 위해서 간단히 칠레 와인 섹션 쇼핑을 안내해드렸는데요. 간단한 공식만으로도 혼자서 쉽게 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습니다. 한번 도전해보세요!
▍스파클링 와인이냐 샴페인이냐, 당도가 중요하다!
이렇게 오늘의 쇼핑을 끝내려고 생각했는데… 곧 와인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오네요. 그럼 간단하게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도 함께 골라 드릴게요.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는데요,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것은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뿐입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최근에는 신대륙 스파클링 와인도 샴페인 방식으로 만들어서 품질이 많이 좋아졌답니다. 스파클링 와인 역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고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스파클링 와인 고르는 방법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가격순으로 나열하면 신대륙 스파클링 와인 ≤ 스페인 까바 ≤ 프랑스 크레망 ≤ 샴페인 순입니다. 최근에는 샴페인도 전략적으로 수입량을 늘려서 가격을 낮춘 상품들이 많습니다. 2만 원 대부터 시작해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만원대 샴페인이 눈에 보인다면 일단 한 병 장바구니에 담아보세요. 워낙 콧대 높은 샴페인이라, 저렴하다 해도 틀림없는 샴페인이니까요. 저렴하게라도 신선한 기포를 느끼고 싶다면, 원산지가 스페인인 스파클링 와인 ‘까바’를 추천합니다.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고를 때는 당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샴페인 라벨을 한 번 보겠습니다. 대부분 샴페인 라벨에는 ‘Brut’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드라이 하단 뜻입니다. 그와 달리 ‘Demi sec’ 또는 ‘Doux’라고 적혀 있다면 당도가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샴페인이 아닌 다른 스파클링 와인도 보통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당도를 분류합니다. 가끔 정말 쉽게 dry 또는 sweet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당도를 드라이에서 스위트 순으로 나열하면 Brut nature > extra brut > brut > extra dry > sec > demi sec > Doux 순입니다.
당도는 라벨에 적혀 있는 분류 용어 말고도 알코올 도수로 유추해 볼 수 있어요. 보통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은 12도 이상입니다. 9도 이하의 상품은 당도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와인 고를 때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매회 칼럼을 쓸 때마다, 더 많은 분이 와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문 용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난감해집니다. 물론 용어를 알아두면 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됩니다. 하지만 전문 용어가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라면, 우선은 무시해도 괜찮습니다. 와인을 즐기다 보면 용어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니까요. 와인을 쉽게 고르는 데는 전문 지식보다 제가 알려드린 작은 팁이 더욱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다들 와인과 함께 로맨틱하고 우아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