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담당의 리테일 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1)

2020/02/03

신세계그룹 인사이드에서 이마트 S-LAB과 함께 리테일 테크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고객 쇼핑 경험을 혁신하는 리테일 테크.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리테일 테크.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의 경험을 살려,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그룹이 디지털 이노베이션을 이뤄나가는 IT 유통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온라인 유통의 룰로 경쟁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이대로 괜찮은가
▶ 오프라인만의 강점과 IT 기술의 접목, 새로운 경쟁력 될까
▶ 국내외 사례로 얻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발전 가능성

 

           

유통, 예견된 어려움

사방에서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2019년 내내 “위기”라는 단어는 오프라인 유통에 낙인이 되어 뒤를 쫓아다녔다. 위기를 증명하듯 오프라인의 대표적인 유통업태인 대형마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부진했다. 이 성적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데이터로 유추할 수 있듯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수년간 정체 상태였다. 그 사이에 온라인 커머스 매출은 급성장하여 매년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대한민국 인구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데, 누군가 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면 내 파이가 줄어들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 오프라인 유통의 어려움은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위기를 예측했다.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왔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유통업체 대항 전략으로, 온라인 유통업체의 강점인 ‘ 저(低) 마진’ 과 ‘빠른 배송 서비스’를 채택한 것은 무언가 찜찜한 의문을 남긴다. 이는 내가 주도하던 판(오프라인)을 벗어나 타인이 주도하는 판(온라인)에 진입해 그들의 룰로 경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입자는 새로운 판에서 특성을 잃은 수많은 온라인 유통업체 중 하나로 전락한다. 그 경쟁의 대가는 어떠한가. 모두가 알고 있듯 대부분의 진입자는 돈을 잃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해야 한다

다시 고개를 돌려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살펴보자.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 유통시장보다 2배 이상의 규모다. 게다가 소폭이나마 성장하고 있고,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서비스와 운영 능력을 가진 숙련된 인적자원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여전히 수익이 창출되고 있는 마켓이다. 다만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선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필요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갖춰야 할 수비란 무엇일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IT 기술은 온라인 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온라인에 가상의 매장을 구축하여 초기 투자비를 극도로 낮추고, 기술 기반의 최소 인력으로 유통 서비스를 전국에 제공해왔다. 소비자로서는 배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일부의 경우 30분 내에 배송을 받을 때도 있다. 경험한 바와 같이 IT 기술은 온라인 유통업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자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말 고맙게도 첨단 기술에는 눈이 없었고, 기술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서비스 경쟁력 및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인력 의존도를 낮춘 결과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오프라인 유통에 IT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서비스의 품질 및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통칭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짧게나마 여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 중 고객 쇼핑 경험 개선 사례를 중심으로 그 내용 및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줄 안 서고 쇼핑하기
아마존 고(Amazon go)

 

전 세계 고객이 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겪는 공통된 어려움은 단연 체크아웃(상품 결제) 과정이다. 아마존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미지 인식, IoT, 고객 동선 추적)을 선택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장 내 다양한 센서를 장착하여 실시간으로 고객 동선을 모니터링하고, 매장을 나설 때 선택한 상품들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참으로 마법 같은 서비스다.

물론, 이 기술은 이미지 인식의 한계가 있다. 이미지 인식을 위해선 매장 내 판매하는 상품 수를 제한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100평 내외의 매장 하나에 수백 개의 센서를 장착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 문제는 이미지 인식 기술의 범용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한다. 제공되는 편의 대비 비용이 크다는 점은 필자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이러한 기술 기반의 서비스가 가지는 혁신성이다. 이러한 기술 서비스는 오프라인 유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하기 때문이다.

           

스캔하고 바로 결제
스캔 앤 고(Scan & Go)

 

비단 아마존의 방식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들은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고객의 체크아웃 시간을 줄이는 것 역시 좋은 예다. 이마트 앱에 내장된 “스캔하고 바로 결제” 가 대표적이다. 이마트 앱을 이용해 고객이 상품을 직접 스캔하고,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로 직접 결제까지 진행한다. 이후 간단한 검수 절차를 거치면 쇼핑을 끝낼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단, 간편결제 수단은 SSG 페이만 지원하기 때문에 아직 확장성의 여지는 남아있다.

‘아마존 고’에 비해 고객 편의는 다소 낮지만, 매장 내 별도의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범용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결제 인프라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범용성은 더 높다. 현재 이마트의 “스캔하고 바로 결제”는 다양한 고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을 온라인처럼
엔드리스 아일(Endless Aisle)

 

월마트가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엔드리스 아일(Endless Aisle)도 주목할만하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설치하여,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미 진열 상품이나 품절 상품 구매를 원할 경우 즉시 현장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미 진열 상품 또는 품절 상품을 매장에서 즉시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구매한 제품은 집으로 배송받거나, 추후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다. 이 서비스의 본래 목적은 매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열하지 못한 상품이나 품절된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마트 입장에선 쌀 한 톨이라도 아끼는 심정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를 우리나라에 곧바로 적용하긴 어렵다. 쇼루밍 형태의 소비가 젊은 층에게 보편화되어 있고, 해외에 비해 온라인 쇼핑 침투율은 매우 높다. 게다가 당일/새벽 배송도 흔하다. 다만, 우리나라 대형마트 주력 고객 중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진 않다. 특히, 여전히 신선식품 구매는 오프라인이 상품 구색 등 더 강점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월마트의 O2O(Online-to-Offline) 서비스 모델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형한다면 꾸준히 추진해 볼 만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매장 운영 효율화에 집중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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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이마트 S-LAB 담당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그 날을 기다리며,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