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와 함께 떠날 와인 쇼핑 여행의 목적지는 미국입니다. 점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핫한 섹션이죠.
미국 와인, 참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지난번 알려드렸던 칠레 와인 라벨 확인 방법이 어떤 법규로 지정된 것이 아니듯, 미국 와인도 마찬가지거든요. 미국 와인은 AVA(포도재배지역)라는 제도가 있지만, 법적인 등급 표시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미국 섹션으로 넘어왔냐고요? 바로 와인 시장에서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기 때문입니다.
과거 국내에 수입된 미국 와인의 대부분은 콩코드 품종으로 만든 저렴한 스위트 와인이었어요. 물론 ‘와·알·못’이었을 때 저도 자주 애용했던 와인이죠.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 와인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미국 와인은 다양한 가격과 품질로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죠.
여담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에 가면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포도밭이 대부분입니다. 가뭄에 콩 나듯 진판델이나 메를로, 까베네 프랑같은 품종의 밭도 있긴 한데요. 포도밭이 은행 소유가 되는 순간 기존에 재배하던 토착 품종의 포도나무는 뽑아버리고, 돈이 되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포도나무를 심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혹시라도 나파 밸리의 와인 중 까베르네 소비뇽 이외의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본다면, 그 역시 레어템이라 생각하고 즐기시면 됩니다.
▍와인계의 라이징 스타, 미국 와인 고르는 팁
다시 우리의 본 목적인 쇼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미국 와인 섹션에서는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까요? 먼저 선호하는 품종을 마음속에 정하세요. 저는 무난한 까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할게요. 오레곤주의 피노누아도 유명하지만,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라벨을 살펴보니 칠레 와인처럼 그랑 리저브라고 쓰인 상품도 보이고, 나파, 캘리포니아, 소노마 등 용어가 다소 생소하고 복잡해 보이는데요. 가격순으로 나열해보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미 자주 언급했던 ‘나파 밸리’는 쉽게 말해 ‘비싼 와인’입니다. 강남 같은 땅에서 재배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드니 얼마나 비싸겠어요. 그래서 가격을 기준으로 순서를 매기면 나파 밸리 > 나파를 제외한 캘리포니아의 ㅇㅇㅇ 밸리 > 캘리포니아 순입니다. 물론 이건 캘리포니아 와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맛의 차이도 확실합니다. 이게 중요한 거예요.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답죠? 다른 지역 와인의 경우도 가격에 따른 맛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단, 같은 브랜드 내에서 비교해야 합니다. 미국 와인은 유수의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는 순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답니다. 얄밉겠지만 어쩌겠어요. 고객들은 또 기가 막히게 그 상품을 찾거든요.
저는 미국 와인의 특징을 ‘투자한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와인’이라 말하고 싶어요. 우선은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부터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 와인 브랜드 중 초심자에게 추천할만한 브랜드는 캘리포니아의 베린저(Beringer), 캔달 잭슨(Kendall-Jackson) 그리고 워싱턴의 샤또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 콜롬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 등이 있습니다.
▍로맨틱 시즌, 연인들을 위한 달달한 와인 추천 리스트
이렇게 미국 와인 쇼핑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곧 연인들을 위한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시즌이네요. 그래서 준비한 달달한 연인들을 위한 달달한 와인 고르는 팁, 아낌없이 풀어드리겠습니다!
#1. 모스카토(Moscato)
스위트 와인의 대표 품종으로 여러 번 언급했었죠?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 중에서는 이태리 와인이 가장 유명하고 품질도 좋습니다. 여러 나라의 모스카토 와인이 있지만, 일단은 이태리 모스카토 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모스카토 뒤에 ‘다스티’가 붙어있는 상품을 고른다면 조금 더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2. 브라케토(Brachetto)
브라케토는 모스카토의 친구예요. 이름도 비슷한 느낌이죠? 모스카토는 화이트 와인, 브라케토는 레드 와인입니다. 그리고 둘 다 약간의 스파클링이 들어간 약발포성 와인입니다. 로맨틱한 장밋빛이 매력적인 브라케토는 연인들이 분위기 잡기에도 좋은 와인입니다. 그 옛날, 클레오파트라도 좋아했던 와인 품종으로도 유명하죠.
#3. 소떼른(sauternes)
프랑스 소떼른 지역의 와인입니다. 라벨에 ‘Sauternes’이라 쓰인 와인을 찾아보세요. 마치 꽃향기 머금은 벌꿀을 마시는 듯한 깊은 맛과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가격도 기본 3만 원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어요. 소떼른 와인이 비싼 이유는 일명 ‘귀부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 프랑스 소떼른 지역의 포도밭은 아침저녁 짙은 안개로 덮입니다. 시롱강의 영향이죠. 하지만 오후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데요. 이 때문에 포도 표면에 유익 곰팡이가 배양됩니다. 이를 귀부(貴腐) 현상이라 합니다. 고귀한 부패라는 뜻이죠. 이 유익 곰팡이가 포도 껍질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으로 포도의 수분은 증발하고 당분만 남게 됩니다. 이런 포도로 와인을 만드니 얼마나 달콤하겠어요. 묵직한 풍미의 고급 스위트 와인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아이스와인(Icewine)
캐나다 여행 기념품으로 많이 사 오는 것 중 하나죠? 원산지는 독일이며, 독일어로는 아이스바인(Eisbein)입니다. 하지만 독일보다도 생산량이 많은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이 유명하죠. 아쉬운 점은 가격입니다. 심지어 용량은 375ml에 불과합니다. 아이스와인은 언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얼고 난 후의 포도를 수확해 언 상태에서 압착하기 때문에 당분만 추출됩니다. 양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죠. 최근 신대륙에서도 아이스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저렴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아이스와인을 원한다면 독일 또는 캐나다 상품으로 골라보세요. 독일의 아이스바인은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좀 더 대중적이니 참고하세요!
#5. 토카이(Tokaji)
헝가리의 소떼른 와인으로 생각하면 쉽답니다. 이마트에서도 와인 장터 때나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입량이 많지 않아요. 가격도 10만 원 내외로 비싸지만 숙성력이 좋아서 장기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오늘 추천한 와인의 최대 단점은 조금 마셔도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케이크나 초콜릿 등의 달콤한 디저트와 궁합이 좋은 와인이지만, 조금씩 기분 좋을 정도로만 즐기세요! 연인을 위한 시즌인 만큼 와인이 로맨틱한 시간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 참, 혹시나 솔로라도 좌절하지는 마세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고 하니까요.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