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담당의 리테일 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

2020/03/12

▶ 오프라인 유통 매장 효율화의 핵심,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매장 재고 관리
▶ 인력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비 및 과잉 재고를 줄이는 AI 기술 도입 사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이번 주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매장 운영 효율화다. 지난번 이야기했던 쇼핑 경험 개선은 일반인 입장에서도 낯설지 않은 주제였다. 쇼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매장 운영 효율화는 다르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일해본 소수의 경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주제다. 따라서 약간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일상

유통 매장의 하루는 상품 검수로 시작한다. 새벽부터 물류창고에서 전날 발주(매장에 필요한 상품 보충 요청)한 상품을 각 매장으로 배송하기 때문이다. 상품이 도착하면 매장의 검품장에서 하역 작업과 함께 상품 검수를 진행한다. 검수가 끝난 상품은 매장 내의 후방 창고로 옮긴다.

매장 내 상품 입고가 완료되면 진열 차례다. 대부분 매장 오픈 전에 진열 작업이 끝나지만, 보충해야 하는 물량이 많은 경우 오전 내내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오픈 이후, 고객 쇼핑에 따라 진열대의 상품이 일정 부분 소진되는 경우에는 보충 진열도 필요하다. 사실상 진열은 매장 폐점 시간까지 계속 반복해야 하는 업무다.

유통 매장의 영업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당일 상품 판매량 및 재고량 등의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날 영업에 필요한 상품을 발주한다. 이 상품 발주 작업까지 마쳐야 비로소 유통 매장의 하루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은 ‘매장 재고 관리’

앞서 살펴본 <발주 → 입고 → 진열>이라는 업무 루틴은 유통 매장 운영의 핵심 업무다. 이는 통상 ‘매장 재고 관리 업무’라 지칭하기도 한다.

상품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적정량을 발주하는 것. 수백에서 수천 평에 달하는 매장에 상품을 효율적으로 진열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매장 운영 효율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매장 재고 관리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인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비 및 과잉 재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유통 선진 기업들 역시 앞다투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해외 유통 기업의 매장 재고 관리 자동화 시스템 구축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매장 재고 관리 자동화 사례

#1. 월마트의 IRL (Intelligent Retail Lab)

인공지능 기술로 매장을 관리하는 월마트의 IRL(Intelligent Retail Lab) 프로젝트

월마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매장 자동화를 위해 IRL(Intelligent Retail Lab)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상반기, 미국 레빗타운에 인공지능 기술 기반 매장 재고 관리 기능이 적용된 테스트 매장을 오픈했다.

테스트 매장에는 매장 전체를 커버하는 다수의 카메라 및 센서(Depth Sensor 등)를 설치했다. 그리고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처리할 수 있는 서버를 매장 후방에 배치, 매장 자동화를 실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다. 매장 내 카메라를 이용하여 고객의 매장 내 동선 분석 및 매장 내 위험물 적치 상태 등을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적용하여 진열대 내 재고 상태를 이미지 인식 기술로 자동 인식하고, 이를 직원에게 알람 형태로 전달해 적시에 상품 진열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기존에는 직원의 노동력에 의존해야만 했던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물론 매장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 필요한 카메라 및 센서 구매 비용, 설치 비용, 또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서버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노동력 감축에 의한 효과)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카메라와 센서 수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인프라를 클라우드 등으로 전환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오히려 이런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매장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2. 월마트의 진열대 스캔 로봇

월마트의 상품 진열대 스캐닝 로봇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 Nova Robotics)’

월마트 IRL 테스트 매장 같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센서를 설치하는 형태는 초기 설비 비용이 많이 들고 매장 리뉴얼 시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월마트가 북미에만 4천 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방식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많은 매장을 보유한 국내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이에 월마트는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벤처 업체와 손잡고,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매장 재고 관리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자율주행 로봇은 매장 내 진열대 사이를 이동하며 실시간으로 진열 상태를 스캔할 수 있다.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 기술로 진열된 개별 상품 및 빈 공간을 인식하여 재고 수량을 파악할 수 있으며,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로 상품과 매핑된 라벨을 확인해 오진열 여부까지 찾아낼 수 있다. 월마트는 올해 내 이 시스템을 천개 이상의 매장에 도입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궁극의 서비스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로봇 한 대가 반복적으로 매장 내 진열대를 스캔한다고 했을 때, 매장 전체 스캔 횟수가 하루 2~3번 정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도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에, 매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자율주행은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와 달리 매장에서 쇼핑하는 고객 및 카트의 움직임은 예측이 어렵고, 쇼핑이 진열대 앞에 서서 상품을 고르는 형태기 때문에 스캔 주기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스캔 주기가 제한적이라면, 특정 상품의 경우 결품 상태(Out-of-stock)가 길어져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시 사람을 투입한다면 기술 도입을 통한 자동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지속적인 상품 이미지 학습의 부담이다. 보통 대형마트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가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종에 이른다. 또한 매주, 월 단위로 추가되는 상품도 상당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이미지 학습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로봇과 함께 상품 회전율이 높은 진열대 일부에 고정형 카메라를 설치하여 상시 이미지 인식을 적용하는 방식도 테스트하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해 세계 최대 유통산업 전시회 유로샵 2020에서 선보였던 매대 스캔 로봇
컴퓨터 비전 기술과 데이터 분석, 자율 주행을 기반으로 매대에 진열된 상품의 현재 재고와 결품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3. 크로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RaaS(Retail as a Service)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한 크로거의 유통 기술 서비스 플랫폼, RaaS(Retail as a Service)

월마트가 자체적으로 IRL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직접 기술 개발을 진행하거나, 외부 벤처 업체 기술을 도입하는 형태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반면, 미국 유통 사업자 중 하나인 크로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RaaS(Retail as a Service)라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장 내 카메라를 이용한 이미지 인식과 무게 센서 도입, LCD 화면이 내장된 진열대가 고객을 인식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화면에 노출하는 등 RaaS의 기능적 접근은 월마트의 IRL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해당 기능을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하고, 이를 다른 유통 사업자에게도 인프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은 다르다.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기술은 실 매장을 소유한 유통 사업자와의 협업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 사업자만을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에는 ROI(투자 대비 수익)를 따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 측면을 생각할 때(월마트는 단독으로도 충분히 규모가 나온다), 아마존이 AWS(Amazon Web Services: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웹서비스)를 별도 인프라 서비스로 외부에 제공하듯이, 리테일 기술도 인프라 형태로 판매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매우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매장 운영 효율화 중 본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고객 서비스 및 매장 배송에 대한 내용을 짧게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본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누고 싶었던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겠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어 보기

박창현 이마트 S-LAB 담당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그 날을 기다리며,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