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담당의 리테일 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

2020/04/08

지난 두 번의 칼럼에서는 고객 쇼핑 경험 개선과 매장 운영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기술과 서비스 시나리오 측면에서 바라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의미와 사례를 짚어보고자 한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다시 보기

           

손 안대고 쇼핑하기
‘자율주행 쇼핑 카트’

고객 쇼핑 경험의 문제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는 쇼핑 카트이다. 쇼핑 카트는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고객에게도 친숙한 물건이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에서 ‘장바구니’의 등장은 고객의 인식 변화를 일으켰다.
고객은 쇼핑할 때 온라인 장바구니와 오프라인 카트를 동일한 기능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카트가 애물 단지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장바구니는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담을 수 있는 반면, 카트는 무거운데다 반납까지 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유통업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쇼핑 카트에 자율주행 기능을 넣거나 결제 기능을 결합하는 등의 방식을 시도했다. 이마트 역시 2018년,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기능을 내장한 쇼핑 카트를 파일럿 테스트했다. 아래에 소개할 ‘일라이’가 바로 그것이다.

 

# 자율주행 스마트 쇼핑 카트 ‘일라이’
 

2018년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파일럿 서비스 형태로 선보인 자율주행 스마트 쇼핑 카트 ‘일라이’는 이마트가 개발한 최첨단 쇼핑 카트이다.

• 사용성은 합격, 실용성은 아직, 도전은 계속
자율주행 기능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사용되는 LiDAR 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매장 전체 지도를 구축하고, 지도상 카트 위치를 추정해 운영한다. 파일럿 서비스를 통해 ‘일라이’ 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아직 몇 가지 문제가 남았다. LiDAR 센서 및 전동 구동부 등 자율 주행을 위한 핵심 하드웨어들의 가격은 수 백, 수천만 원에 달한다. 유통업체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카트 수를 감안하면, 도입 비용이 너무 높은 수준이다. 또한, 대형마트 기준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이 필요하고 다양한 상품(신선/냉동/냉장 식품 등)을 다룬다는 특성은, 전기로 가동하는 자율주행 카트에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이 한계들은 분명 자율주행 카트 상용화의 장애요인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매년 핵심 하드웨어의 가격은 내려가고 있고, 배터리 성능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 동향을 주시하며 향후 상용화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의 자동화
‘자율주행 배송’

‘집 앞 배송’은 전 세계 유통업체의 핵심 과제다. 주요 화두는 집 앞 배송을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모두가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며 나타난 배송비용 문제이다. 배송비용은 판매관리비와 달리, 판매량(거래량)이 증가하면 함께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판매관리비는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만, 배송비용은 거래량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여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대부분 유통업체들은 자율 주행을 기반으로 하는 배송 자동화를 추진중이다.

 

# 집 앞까지 자율주행 배송, ‘일라이고’
 

2019년 10월 이마트는 자율주행 기반의 배송 자동화 서비스 ‘일라이고’를 2주간 시범 운영하였다.
일라이고는 일부 자동화된 주문 접수를 통하여, 자율주행으로 배송지까지 도착한다. 이 때 고객에게 문자로 안내가 발송되며 고객은 QR 코드를 스캔하여 패킹박스를 오픈할 수 있다.

• 갈 길이 먼 현실화
서비스 기간 동안 고객의 반응은 ‘신기하고 편하다’ 라는 측과 ‘직접 내려갈 바엔 쓱배송을 시키겠다’ 는 반응으로 양분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 거주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대부분의 배달 서비스가 상품을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형태가 많아, 집 밖으로 나와 직접 픽업해야 하는 서비스 형태에 거부감을 갖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입구에서 집 앞 현관까지 상품을 배송할 때 로봇으로 자동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먼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즉, 아파트와 같은 주택 건축 단계에서부터 자동화된 배송을 염두에 둔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고, 결국 일정 부분은 정부 주도로 도시 계획을 포함한 표준화 된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갈 길은 아직 멀다.

 

           

매장에서 로봇 직원을 만나다
‘인공지능 로봇 서비스’

우리나라 역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이후 인건비는 큰 부담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아가 다가올 고령화 사회는 노동 인구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기반으로 한 매장 안내 및 판매 촉진 서비스를 개발하여 고객에게 시범 서비스로 제공하였다.

 

# 로봇 매장 직원, ‘페퍼’ 

다국적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는 2018년, 2019년에 걸쳐 각각 한 달 간 매장 안내 및 쇼핑 행사 안내, 상품 홍보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매장 내 홍보 효과는 상당히 높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같이 시선을 끄는데 효과적이어서, 여타 매장 내 디지털 디바이스에 비해 고객 흥미를 유발하는데 탁월했다. 특히 쌍방향성을 가미한 상품 홍보에 있어서는 사람에 필적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 압도적 존재감, 그러나 흥미 이상의 실질적 도움은 아직
그러나, 이번에도 가격이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10 ~ 12 시간씩 운영하기에는 아직 내구성이 높지 않다는 점, 고장 발생 시 수리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 매장 내 행사는 매주 변경되는데 이에 따른 안내 컨텐츠 생성에 많은 공수가 든다는 점 등은 한계점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운영 대수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고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매주 업데이트 해야하는 부분은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앱 같이 수십에서 수백만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컨텐츠 제작 및 운영의 부담이 덜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객 접점이 물리적 기계 몇 대로 제한되는 서비스 구조에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로봇 인프라 확충의 용이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파일럿 서비스 결과를 종합하자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여 홍보할 경우 그 가능성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및 운영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로봇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과 수급 용이성이 담보가 되어야만 서비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시리즈를 마치며
: 유통업체에게 기술이란?

 

지금까지 세 편의 글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위기를 타개하려는 기술적 시도들을 살펴보았다. 현재 유통업체들에게 기술이란 어떤 존재일까. 온라인 유통업체에게는 매장을 대신하는 존재, 매장 그 자체로써 회사 존립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일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는 사업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존재는 아니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갖춰야하는, 아직은 몸에 잘 맞지 않는 갑옷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매장 운영 효율화를 위한 기술은 ROI(Return on Investment)가 확실하기 때문에 도입이 필수적이다. 실제 해외 선진 유통업체들의 경우, 이미 매장 운영에 신기술을 도입하여 일정 수준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은 벌써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실제 고객 쇼핑 경험을 높이려 기술 도입을 하려할 땐 다음의 의문이 떠오른다. “매장에서 편리한 쇼핑을 제공하면, 정말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올까?” 라는 물음이다. 아직 현 시점에서 ROI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고객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여 서비스 구축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는 활발한 상용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떠할까.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효율화는 비용 절감이 핵심이다. 다가온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이는 근시안적인 태도일 뿐이다. 단지 쇠락을 천천히 경험할 뿐이다. 그러나, 고객 쇼핑 경험을 높임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고객 내방 빈도 (Foot Traffic) 및 체류 시간 증대라면 신기술 도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답은 없을지 모른다.

다만, 그 어떤 방향이든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1) 유통업에서 제 1의 경쟁력은 상품이라는 점. 2)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토리가 우선이고, 이 스토리를 좀 더 쉽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기술이 해야 한다는 점. 3) 결국 기술은 Enabler 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

결국 유통, 여전히 본질은 그대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 때를 맞이했을 뿐이다.

 

박창현 이마트 S-LAB 담당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그 날을 기다리며,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