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보복적 소비 카운트다운, 국내 유통업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020/04/29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되던 지난 2월. 모두가 소비시장 둔화의 심각성만을 이야기하던 그때, 보편적 시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글 하나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저자는 바로 중국 전문 기업 컨설팅 회사 ‘아펠라 파트너스’의 추선우 대표. 중국 유명 경제학자 우샤오보의 ‘보복적 소비’에 대한 강연을 소개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도래할 보복적 소비를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코로나19, “8월이후 중국 ‘보복적 소비’ 대비하라” : https://brunch.co.kr/@qtingnan/26) 이 글은 SNS상에서 8,000회 이상의 공유를 일으키며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한 지금, 우리는 보복적 소비의 도래를 목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와 지갑을 여는 것이다. 보복적 소비로 시작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연 소비시장과 소비자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아펠라 파트너스의 추선우 대표가 중국의 사례와 함께 국내 유통시장의 변화 방향에 대해 예측했다.

▶ 이동 제한 해제와 함께 중국 내 폭발적인 소비 증가 행태, ‘보복적 소비’ 등장
▶ 2003년 사스(SARS) 확산 이슈 당시 데이터를 토대로 한중 소비시장의 변화 예측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업계는 건강식품 수요에 주목할 필요

 

           

카운트다운 시작한 중국의 보복적 소비,
언제까지 이어질까?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를 먹고 밀크티를 마시고. 코로나19 이후 사라졌던 중국인들의 일상이다. 최근 웨이보에 ‘코로나 종식 후 내가 할 첫 번째 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4.1억뷰를 기록했고, ‘훠궈를 먹겠다’는 댓글에 20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1월만 해도 이동 제한 때문에 집에만 있던 중국의 ‘집콕족’들이 이른바 ‘보복적 소비’를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배달업이 재개되고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뒤, 4월 들어서는 보복적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국 최대 배달서비스 플랫폼 ‘메이퇀(美团)’의 배달 기사들이 배달에 앞서 배달 가방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Thatsmags.com)

중국의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捞)나 티 전문점 희차(喜茶)는 배달 폭주상태다. 전자상거래업체인 타오바오에는 ‘배송 대기’가 쉴 새 없이 뜨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음식배달업체인 메이퇀(美团)에서는 2월과 비교해 평균 5배 이상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저우의 한 식당 만월(滿月)에는 지난 주말(4월18~19일) 2일 동안에만 1만 467그릇의 후이멘(烩面)과 1만 1,372그릇의 후라탕(胡辣汤) 배달 주문을 받았다. 지난 2월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항저우의 한 작은 쇼핑몰 샤오스니우따오(小试牛刀)는 영업 재개 5시간 만에 1,100만 위안(한화 약 19억1,6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인타이(银泰)그룹이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3.8 부녀절에 한 고객이 한꺼번에 50개의 립스틱을 사 갔고, 다른 고객도 MAC 매장에서 128개의 립스틱 4만 위안(한화 약 70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는 ‘보복적 소비(报复性消费)’라는 단어가 일상어로 쓰이고 있다. (캡쳐:웨이보)

이런 사례들은 10분만 중국 미디어를 뒤져봐도 수백 건을 확인할 수 있다. 갇혀 지냈던 답답함을 보상받으려는 보상심리에 따른 기형적 소비, 이른바 ‘보복적 소비’의 사례들이다.

그러나 계속 이런 보복적 소비가 보편적인 혹은 지속해서 이어질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현재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슈 시작 이후부터 앞으로의 소비패턴을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지역 봉쇄 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시작된 온라인 서비스. 즉 대체성 소비
둘째, 코로나가 종료된 후에 대체성 온라인 서비스 사용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연속성 소비
셋째, 코로나가 끝나면 사람들은 어떤 소비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보상적 소비(이런 보상적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앞에서 본 보복적 소비다)
넷째,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에 따른 소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소비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월부터 회복을 시작한 4월까지,
중국의 소비시장 변화

그렇다면 본격적 시장 회복이 예상되는 5월 이후 소비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사실상 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과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의 자료를 토대로 짐작은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앞선 재난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는 전국적인 영향이 훨씬 더 컸고 통제가 더 강하게 들어갔기 때문에 소비위축도, 소비회복도 더 빠르게 올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산업이 급속히 발달해 생산력과 생활 수준에 영향을 끼치는 강도가 2003년 사스 때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코로나 때 더 강한 통제가 일어났어도 그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과 회복이 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2003년 사스 당시 전체적인 GDP를 살펴보자. 그래프를 보면 사스가 중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다.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03년 2/4분기에 GDP 증가 속도가 11.1%에서 9.1%로 떨어졌으나, 3~4분기에는 10%로 빠르게 회복되어 결국 1% 정도 마이너스 된 수준에서 영향이 일단락됐다.

구체적인 업종을 보면 사스가 발병한 2분기에 질병 보호 관련 필수품이 폭발적으로 판매됐으며, 식품과 미용·화장품류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고 3분기에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의류는 모임이 줄어들면서 2분기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많이 감소했으나 만남이 시작되면서 강한 반등을 보였다.

사스뿐만이 아니다. 2011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2015년 한국의 메르스 등 공중보건 혹은 재난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충격-안정-회복의 패턴을 보였는데 회복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사스의 경우 발병 3개월 후 소매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평온하게 반등했고, 동일본 대지진 때도 비슷했다. 한국은 메르스 발병 후 회복기가 추석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조금 더 큰 폭으로 성장했고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5월 이후의 한중 소비시장의 변화는?

그렇다면 이런 자료와 현재 데이터를 참고삼아 중국과 한국의 소비시장이 5월 이후 어떻게 변화될지 살펴보자.

이미 빠르게 평년 수준을 회복하거나 소비가 몰리고 있는 업종은 단연 식품업이다. 그동안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느라 힘들었던 주부들이 배달 음식 주문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러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 최대 음식 배달업체인 메이퇀의 주문율은 4월 들어 2월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났다.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판매업체인 허마센셩(盒马鲜生) 관계자는 “보상적 소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3월 20~3월 22일 허마센셩은 상하이에서 ‘다시 설을 쇠자’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새해에 자주 먹었던 음식을 다시 내놓았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고 언급했다. 허마센셩은 2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해 주문이 상승하고 있다. 신선 음식과 수입과일 등의 상품 주문율은 평년 수준을 되찾았고, 3월 2일부터 무료배달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4월 초까지 전체 주문량이 25%나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체 구매자 수도 97%나 상승했다.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목적성 소비 증가로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마스크뿐 아니라 쌀, 라면, 생수, 등 생필품을 찾는 ‘목적성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 이상 뛰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도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1% 나 상승했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3월에도 5.7%가 올랐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4월 6일 전용할인상품, 결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 ‘트레이더스 클럽’을 오픈했다. SSG닷컴은 생필품 수요로 인한 온라인 장보기 주문 급증으로 높은 매출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출 상승의 일등 공신도 역시 식품이다. 기존에도 식품 카테고리가 강했던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로나 이후 먹거리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료 회원제 서비스와 커피 구독 서비스 등 소비자의 선택권과 혜택을 다양화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SSG닷컴도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매출이 71.2%나 뛰었다. 이는 생필품의 수요증가가 주효했다.

입이 즐거워진 후에는 미용과 의류, 생활용품의 수요로 넘어간다. 외출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구매도 이어지는 것이다. 인테리어 용품이나 홈웨어 등의 매출 증가도 한 예다.

일상으로 복귀한 회사들이 위챗에 만든 커뮤니티인 ‘위챗 복귀자연맹’은 다시 일을 시작한 업종을 조사해 3월 중순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내놨다. 지난 2~3월간 위챗에서 결제가 일어난 각종 업종의 데이터로 통계를 낸 것이다. 업무 복귀율이 가장 빠른 업종 1위는 미용업이었으며 그 뒤를 택배, 간식, 건축재료, 공공교통, 의류&신발, 주차장, 디저트&음료, 종합 온라인쇼핑몰, 빵, 정찬, 패스트푸드, 채소&과일, 생활용품, 종합생활 서비스플랫폼이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신세계의 란제리 편집매장 ‘엘라코닉’의 매출 또한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집에서 소비할 수 있는 인테리어 용품, 홈웨어 등의 품목이 쇼핑 욕구를 보상해주면서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파자마 및 홈웨어 의류인 ‘엘라코닉’ 매출이 전년대비 21.6%나 상승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안정을 되찾을 무렵 다른 업종보다 눈에 띄게 성장할 산업은 건강식품으로 파악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의 인식이 생긴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건강 관련 용품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텐센트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13%가 1년 내에 반드시 건강식품을 사겠다고 응답했으며, 15%는 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구매 횟수에 대해서는 6개월에 1회라고 응답한 사람이 28.7%로 가장 많으며, 구매금액은 회당 500위안 이상이 26%로 가장 많았다.

중국의 경우 중국의 경우 확실한 병의(病義)는 없으나 병의 증상만 있는 ‘아건강(亚健康)’ 환자들이 코로나19로 건강염려증이 더해지면서 건강식품 소비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건강 환자는 수익이 어느 정도 있는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아 조금의 시장점유율을 가지더라도 수익이 높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타민과 식이보충제의 경우는 중국 건강 보조식품 소비 중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아직 전체적인 건강식품 보급률이 현저히 낮아 시장 전망도 양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 주말. 지난 주말의 풍경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의 쌓였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이마트에, 스타벅스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마스크 구매를 위한 줄이 아닌 소비를 위한 줄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5월 황금연휴의 시작과 함께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슈는 오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 19 발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소비 행태도 마찬가지다. 보복적 소비로 시작한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통업계는 지속해서 이 거대한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에 끊임없이 응답해야 할 것이다.

추선우 아펠라 파트너스 대표

필자 추선우 대표는 베이징 제2외국어대, 대만정치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중국 전문 컨설팅 기업 ‘아펠라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