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에서 그린 커머스로, 유통업계 고단 기어 넣었다

2020/12/03

요즘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쿨해보인다.

유통업계가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린슈머’를 자처하며 소비를 통한 환경 개선에 동참했다. 환경부는 ‘친환경’의 명확한 정의를 위해 K-택소노미 를 내년 발표한다. 이제 변화한 사회 의식은 행동할 제품을 요구한다. 리테일기업의 그린 커머스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린 커머스란, 원료 선택부터 폐기 방식에 이르기까지 생산 전 과정을 친환경화한 제품을 말한다. 

그중 친환경으로 판로를 전환한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눈에 띈다. 폐 천 재활용 다이어리(스타벅스)와 같이 재활용 원자재를 사용하는가 하면, 세이브더덕(신세계인터내셔날)이나 알비백(SSG닷컴)처럼 생산 및 유통 방식에 있어서도 초록색을 입혔다. 변화한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기업이 가진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들은 그린 커머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기업엔 어떤 전개 방식이 필요할까.
오늘날 환경에 대한 주요 담론을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에게 들어보았다.

           

INTERVIEW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

먼저, 친환경 소비가 어디서 기인하였는지 살펴봐야 한다. 환경에 대해 민감한 부류는 MZ세대다. 환경적 감수성과 영향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진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지난 2018년 ‘거북이 빨대’ 사진으로 수면에 올랐고 올해 초, 코로나가 이를 키웠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젊은 세대는 택배의 과대포장 및 플라스틱 사용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비 트렌드를 만들었다.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발견되고, 거북이가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하여 먹는 문제는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일으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다. 여기서 죄책감이란 ‘민망함’, ‘미안함’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환경에 미친 죄책감을 상쇄시킬 행동을 찾게 된다. 최근 그린슈머들은 ‘비건 지향’ 같은 키워드를 선호한다. 이는 ‘친환경’을 개념이나 윤리가 아닌 ‘실천적 도구’로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환경적 죄책감을 떠안은 그린슈머에게 소비는 실천적 도구다. 기업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들이 실천할 수 있는 도구를 쥐여 줘야 한다.

그린 커머스의 전개 방식도 MZ세대가 가진 생활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여가 생활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조용하게’ ‘느리게’ ‘꾸준히’ 사는 삶의 패턴이 각광을 받는다. 일부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YOLO의 삶만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는 가치 있는 소비(Value for Money)를 찾는다. 이런 맥락에서 그린 커머스를 전개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태도 중 하나는 “불완전해도 괜찮아” 다. ‘처음부터’, ‘기초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강박을 버렸다. 최근 그린슈머들의 행동은 쉽고 간단하다. ‘오늘만 비건’ 또는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 칫솔 사용이 대표적이다. 모두 가볍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 역시 참여하기 쉬운 커머스를 제공해야 한다.  SSG닷컴이 새벽배송 시 종이 박스 대신 알비백을 보내는 것과 스타벅스의 종이빨대로의 전환이 좋은 예다. 유통기업은 소비자들이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는 지점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환경 개선의 올곧은 방향. 이를 바탕으로 한 국내 기업의 ‘선언’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미 수년 전부터 환경적 소비에 대한 요구는 존재했다. 지금의 친환경 문제는 누가 먼저 선언하느냐의 문제다. 스타벅스가 먼저 종이 빨대를 선언했듯, 신세계그룹은 그린 커머스를 선언하기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신세계그룹은 제품 판매와 생산 과정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그린 커머스 #1
신세계인터내셔날 x 세이브더덕
해외패션부문 세이브더덕 영업 담당자 인터뷰

 

Q. 비건 패션,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의 국내 출시는 어떻게 이뤄졌나.
패션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존엄성을 모두 지키고 싶었다. 비건 패션 브랜드를 찾던 중 세이브더덕을 만났다. 동물성 원료로부터 100%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세이브더덕은 신소재 ‘플룸테크’를 통해 다운을 완벽히 대체한다. 따뜻함은 물론 가볍고 손쉽게 물세탁도 가능하다. 디자인과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패션에 예민한 사람에게 만족할 옵션을 제시하고 싶었다.

Q. 세이브더덕 이탈리아 본사에 느낀 친환경적 가치는 무엇인가.
세이브더덕에 놀란 것은 전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 신념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든 기획과 공정에서 환경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지표화 한다. 이를 통해, 그린 커머스란 결코 한순간에 이룰 수 없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친환경 제품의 구매는 곧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움직임이다. 개인의 가치 있는 소비가 모여 소비패턴과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Q. 패션시장에서의 그린 커머스 확장은 어떻게 예측하나.
‘비건’, ‘친환경’, ‘에코’가 빈번히 쓰이다 보니, 일순간의 트렌드처럼 여기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문제들이 쌓여 빅브랜드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가 연쇄적으로 그린 커머스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랜드들의 그린 커머스는 다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가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브랜드는 상응할만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린 커머스는 그렇게 확장하리라 생각한다.

           

신세계그룹 그린 커머스 #2
SSG닷컴 알비백 x WWF
마케팅담당 프로모션팀 조은솔 파트너 인터뷰

Q. 알비백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친환경’ 배송 패러다임을 주도하고자 ‘알비백(I’ll Be Bag)’을 지난 2019년 처음으로 기획했다. 스티로폼 박스를 대신하여, 반영구적 재사용이 가능한 보랭가방의 형태였다. 지난 7월 기준, 재사용률은 95%에 달했으며, 1년간 SSG닷컴이 절감한 일회용품은 1,080만 개로 추산하고 있다.

Q. WWF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새벽배송 권역의 고객만 알비백을 받을 수 있어, 권역 외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 이에 비권역 고객에게도 체험 기회와 SSG닷컴의 ‘친환경’정신을 확대하기 위해 협업을 기획했다. WWF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환경 보전 기관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알비백(I’ll Be Bag)을 사용할수록 멸종 위기 동물이 돌아온다(I’ll be back)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국내 유일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장보기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Q. SSG닷컴의 또 다른 그린 커머스 사례는 어떤가.
유통 전 과정에 환경친화적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일례로, 올해 4월부터는 상품 배송 시 제공하던 종이 형태의 주문 확인서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모바일 주문 확인서로 매월 A4 용지 250만 장에 달하는 종이를 절감하고 있다. 또, 오수 정화 효과와 함께 식물 생장 영양제로 활용 가능한 친환경 보랭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그린 커머스 #3
스타벅스 플래너 x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마케팅팀 마케팅1파트 이현미 파트장 인터뷰

 

Q.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플래너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2021 스타벅스 플래너 컨셉은 ‘가장 스타벅스다운 플래너’다. 스타벅스가 가진 영향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전하고 싶었다. 그 방식이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플래너를 제작하는 것이었고, 아르마니 익스체인지가 뜻을 함께했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측에서 제공한 폐원단을 플래너 커버에 적용했다. 버려진 것에 아이디어와 브랜드의 신념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Q. 스타벅스는 그간 일회용품 축소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이 있나.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영향을 받아 상품을 기획한다. 종이 빨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했지만, 이제는 다수가 스타벅스의 신념을 응원한다. 텀블러를 건네며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도 이젠 흔한 풍경이다. 스타벅스는 이런 고객의 신념과 동행한다. 이번 플래너를 통해서도 더 많은 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생각이 퍼지기를 기대한다.

텀블러 사용과 에코백 사용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친환경 활동이다.

“환경 지킨다면서 이건 왜 써?”, “비건이라더니 이건 왜 먹어?”
그린슈머 또는 비건 지향을 밝혔을 때 흔히 듣는 이야기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반쪽짜리 시작은 비난당한다. 우리는 때론 완벽하게 시작하려는 마음 때문에 다음 걸음을 떼지 못한다.

무엇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앞서 소개한 일들부터 실천해보자. 알비백으로 반찬을 주문해보고, 텀블러를 내밀며 커피를 주문해보자.  특별한 일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자.
오늘날 환경에 필요한 것은 ‘완벽’이 아니다. 일단 해보는 ‘불완전’한 시작이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