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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조에서 배우는
브랜드 전략
트레이더 조는 미국의 슈퍼마켓이다. 매장의 크기는 대형 마트의 1/3 이고, 판매하는 제품 수는 4,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판매하는 제품의 80% 이상이 자체 브랜드 제품이다. 심지어 온라인 판매도 안 하고 배송도 해주지 않는다. 할인 판매도 없고 프로모션도 없다. 월마트나 타깃처럼 제품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홀푸드처럼 매장의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슈퍼마켓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트레이더 조는 여전히 굳건하며 최근 들어서 오히려 더욱 성장하고 있다. 2019년 미국 7,000세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유통업체 선호도 조사(Retailer Preference Index)에서 트레이더 조는 아마존, 코스트코, 월마트 등을 제치고 모든 유통업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컨슈머 리포트 조사에서도 트레이더 조는 유통업체들 가운데 최고점을 받았다. 2018년 포레스터 리서치가 실시한 고객 경험 조사에서도 유통업체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으며, 브랜드키(Brand Keys)가 발표한 브랜드 로열티 순위에서도 유통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트레이더 조의 열렬한 팬덤이다. 트레이더 조는 미국의 유통업체들 가운데 가장 팬덤이 강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런 작은 규모의 슈퍼마켓이 강력한 팬덤을 만들 수 있을까? 트레이더 조의 성공 비결을 타깃, 제품, 소비자 선택, 운영 방식, 브랜드 이미지 다섯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자.
우선 트레이더 조는 모든 사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물건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트레이더 조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이국적인 식품에 대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인구통계적인 기준에서는 다양하다. 대학생도 있고, 전문직 종사자도 있고, 은퇴한 노인도 있다. 하지만 식품의 유형이나, 디자인, 매장 분위기 등에 있어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더 조는 자신들의 타깃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매장을 꾸밀 수 있다.
또한, 트레이더 조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제품이 많다. 트레이더 조의 바이어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찾아낸다. 그리고 제품들에 트레이더 조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입힌다. 그래서 트레이더 조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다른 어떤 매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자성을 가진다. 넷플릭스가 다른 OTT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드는 것처럼, 트레이더 조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제품들은 다른 제품으로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트레이더 조를 방문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트레이더 조는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그 어떤 유통업체들보다 우수하다. 트레이더 조는 제품 수를 4,000개 수준으로 유지한다. 제품 출시 전에는 매장 방문자들에게 무료 샘플을 제공해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이 좋은 제품만을 출시한다. 이미 출시된 제품 중에서도 고객 반응이 좋지 않은 제품은 빠르게 철수시킨다. 그렇다 보니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수는 많지 않아도 판매하는 제품들이 고객 취향에 잘 맞게 된다. 당연히 고객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으며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또한, 판매하는 제품들이 모두 자신의 취향에 잘 맞기 때문에 이곳이 자신만을 위한 매장처럼 느끼게 된다.
트레이더 조는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온라인 판매도 하지 않고 배송도 해주지 않는다. 고객 카드도 없고 할인도 없다. 대신 아직도 종이 신문을 발간한다. 광고 전단지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실제 신문이다. 이런 운영 방식은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형 매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트레이더 조를 차별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더 조가 가진 중요한 강점은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레이더 조의 매장은 마음씨 좋은 이웃이 운영하는 작은 식품점 같은 분위기를 낸다. 상업적으로 느껴지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은 전혀 실시하지 않으며, 매장 직원들은 늘 즐거워 보이고 고객을 친구처럼 대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샘플도 많고 커피도 무료로 제공된다. 매장 안에 숨겨놓은 마스코트를 찾은 어린아이에게는 막대 사탕을 선물로 준다. 그래서 트레이더 조의 매장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며 상업적인 기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매장 분위기는 다른 유통업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트레이더 조의 매장에 오는 것을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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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 협동조합에서 배우는
브랜드 전략
이번에는 REI 협동조합(REI Co-op)에 대해서 알아보자. REI는 아웃도어 용품 유통매장이다. 아웃도어 용품 시장은 제조사가 많고 제품 간의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이 흡수하기 가장 쉬운 시장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아마존의 성장과 함께 미국에서는 많은 아웃도어 용품 매장들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I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31.2억 달러의 매출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년도 대비 8%나 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매출이 함께 증가세에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도 전년도보다 3.5%나 증가했다.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많은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이 크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REI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REI도 트레이더 조처럼 강한 팬덤을 가진 브랜드다. 플랫폼에 가장 취약해 보이는 아웃도어 용품 매장이 어떻게 팬을 가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트레이더 조처럼 REI도 모든 사람을 위한 매장이 아니다. 암벽 등반이나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상업적인 기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대형 매장보다는 커뮤니티처럼 느껴지는 작은 매장을 선호한다. REI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REI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조합 회원제 형태(*회원이 아닌 사람도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회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로 운영되며, 자신들의 타깃의 선호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엄선해서 판매한다. 또한, 매장의 직원들도 아웃도어 활동가들이어서 REI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기보다는 지역의 커뮤니티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단지 아웃도어 용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아마존이 더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상업적인 매장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REI는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매장이다.
REI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매장이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REI가 자체적으로 세운 환경적, 사회적 기준에 맞는 제품들만 엄선해서 판매하며, 다른 유통 채널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REI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도 많다. 또한, REI의 자체 브랜드 제품들도 품질이 우수하고 높은 사회적, 환경적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들만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REI의 고객들은 이곳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좋은 제품이 많다고 느끼게 된다. REI 매장에서는 제품을 선택하기도 쉽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아웃도어 용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수없이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 사이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REI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REI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제품들이기 때문에 REI의 고객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크게 경험하지 않는다. 게다가 REI 매장 직원들은 제품 판매자이기보다 자기 자신이 아웃도어 활동가인 경우가 많아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준다.
REI에 대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운영 방식이다. 고객들은 20달러를 내면 REI 협동조합의 평생회원이 된다. REI 협동조합 회원은 매년 REI 매장에서 쓴 금액의 10%를 배당금으로 돌려받으며 REI 이사회 회원 선출에 대한 투표권을 가진다. 자신이 직접 이사회 회원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 또한, 회원들에게 다양한 클래스를 제공하여 REI 고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런 운영 방식은 매장이기보다는 커뮤니티에 가깝다. 이런 운영방식은 상업적 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REI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전혀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는 점도 그렇지만 REI는 실제로 고객, 직원, 그리고 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REI가 고객에게 돌려주는 배당금은 REI 순수익의 70%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금액이다. REI가 2019년 한 해에 고객들에게 돌려준 배당금이 무려 2억 달러, 한국 돈으로 2,200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2019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금액이 810만 달러(약 90억 원)에 달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준 수익금도 7,859만 달러(약 850억 원)나 된다. 자신들이 거둬들인 대부분의 수익금을 고객, 직원, 사회에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유통업체들이 1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아예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 주문도 받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에게는 유급 휴가를 주고, 블랙 프라이데이에 다른 소비자들처럼 마음껏 쇼핑할 기회를 준다. 이런 모습 때문에 REI의 고객들은 REI를 상업적인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플랫폼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REI의 매장을 방문하고 이들의 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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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이
못하는 것에 주목하라
지금까지 트레이더 조와 REI의 사례를 통해서 이들이 강한 팬덤을 가질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트레이더 조는 식료품 매장이고 REI는 아웃도어 용품 매장이다. 두 업체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가 제한적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이들은 강한 팬덤을 구축하여 아마존에 훌륭히 대항하고 있다. 이 두 브랜드를 통해서 플랫폼에 대항하는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우선 트레이더 조와 REI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고객의 선호와 취향에 잘 맞는 제품만 엄선해서 판매할 수 있고, 매장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도 고객의 취향에 맞출 수 있다. 반면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매장은 다양한 소비자의 선호와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상이한 성격의 제품들을 함께 판매해야 하고, 매장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도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다. 이런 매장은 자신만의 색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자신만을 위한 매장처럼 느껴지지 못한다.
유통업체가 자신만의 팬을 만들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타깃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인구통계적 기준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 고객을 정의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선호가 나이, 성별, 소득 수준 등에 따라서 구분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이가 같아도 취향이 상이할 수 있고, 나이나 소득 수준이 전혀 달라도 같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인구통계적 기준이 아니라 고객의 선호나 취향과 같은 문화적인 차원에서 고객을 정의해야 한다. 자신이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가진 사람들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어야 브랜드의 팬을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브랜드의 팬을 만들 수 없다. 자신의 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자적인 제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적이라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독특한 제품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고객의 취향과 선호에 잘 맞는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트레이더 조는 매장에 많은 무료 샘플을 비치해서 고객의 선호를 파악하고, 넷플릭스는 고객의 시청 행동을 분석해서 이용자의 선호를 파악한다.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빠르게 파악하고 제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이 선택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도 중요하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은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의 다양성은 좋은 일처럼 들리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고객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진다. 선택하지 않은 제품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에게 자신이 좋아할 만한 제품만을 엄선해서 판매하는 매장은 오아시스처럼 편안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콘텐츠 시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IPTV 업체들은 수십만 편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고작 5,800편 정도의 콘텐츠를 가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IPTV를 이용하는 시청자는 어떤 콘텐츠를 봐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지만,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선별해서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경험이다. 보유한 제품 수가 적어도 고객의 취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쉽게 해주면 고객들은 더 크게 만족하게 된다.
운영 방식의 차별성도 중요하다. 소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이 운영되는 방식을 통해서도 브랜드의 차별성을 느낀다. 많은 유통업체의 문제는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매장의 모습도 비슷하고,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심지어 마케팅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소비자들은 이런 매장에서 차별성도 새로움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이 새롭고 차별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플랫폼에 대항하고 자신만의 팬을 만들고 싶다면 남들과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가져야 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는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에 차별성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아마존이 선보이는 오프라인 매장도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아마존에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매장을 만드는 일이다.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업적 의도가 진하게 드러난다. 고객을 구매력에 따라서 차별하기도 하고 복잡한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속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보이는 이런 모습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이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매장에서 차별받는 경험을 하거나 자신을 비즈니스 상대로만 여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 소비자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은 다양한 일이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매장에서 드러나는 상업적 의도를 철저히 지워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매장을 따뜻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많은 소비자가 트레이더 조나 REI의 매장을 방문하길 좋아하는 이유도 이들의 매장이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해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종합하자면, 브랜드가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깃을 문화적인 차원에서 정의하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엄선해서 고객의 선택을 도와주고, 차별적인 운영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매장에서 보이는 상업적 의도를 지우고, 매장을 따뜻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온라인 플랫폼이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에 맞설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8
신세계그룹만의 브랜드 전략으로
플랫폼에 대항하라
신세계그룹은 한국의 리테일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리테일 시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신세계그룹만의 브랜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트레이더스, 아웃렛 등 다양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 각각을 계열사나 유통채널이 아니라 브랜드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브랜드라고 인식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지향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자신의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해서는 그 누구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다. 브랜드의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제공하는 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서 이들을 철저히 만족시켜야 한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 매장 분위기 등 모든 요소에 있어서 고객의 선호와 취향에 잘 맞도록 노력한다면 브랜드는 이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런 고객을 만드는 것을 브랜드 전략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손익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손실이 발생해도 브랜드의 팬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방향을 고집해야 한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어보자. 넷플릭스에는 모든 콘텐츠에 광고가 없다. 광고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준다. 하지만 광고가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넷플릭스의 팬이 되도록 만든다. 브랜드의 팬은 브랜드를 지켜주는 재산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팬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손실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인식해야 한다.
매장의 형태와 운영 방식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큰 규모의 대형마트는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 가장 효과적인 리테일 방식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의 대형마트를 지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와 방식을 가진 매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매장의 도입에는 큰 비용이 발생하며 실패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신세계그룹만의 새로운 리테일 패러다임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신세계그룹에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부여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미국의 아마존 같은 독점적 위치의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네이버, 쿠팡, 마켓 컬리 등이 서로 경쟁하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독점적 위치의 플랫폼이 언제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한국 리테일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사실상 신세계그룹 밖에 없다. 최근 이마트 월계점을 그로서리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비식품군 제품들은 PP 센터 중심으로 운영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신세계그룹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한국의 리테일 시장을 이끌어온 저력을 바탕으로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리테일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시대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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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 마케팅 박사
(전) USC마셜경영대학 교수
(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난 15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소비자 의사결정과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마케팅협회에서 부여하는 최우수 논문상 Paul E. Green Award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