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 사는 33세 직장인 A씨는 최근 와인 보관을 위한 와인 셀러를 구입했다. 지난해부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과 홈술로 와인을 마시는 날이 많아져, 아예 제대로 즐기자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A씨는 “예전에는 어렵고 비싼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어 관심이 커졌다”며 “와인잔도 새로 구매하는 등 ‘홈바(home bar)’ 꾸미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한해 동안 이어진 집콕 트렌드에 맞춰 ‘홈술’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그 중에서도 와인은 작년 사상 최고 수입액을 갈아치우며 때 아닌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더 이상 특별한 날 마시는 고가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술이 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주류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41.1% 신장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난 12월은 같은 기간보다 66.2% 넘게 늘었다. 와인은 다른 주류보다도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전통주는 22.1% 신장률을 기록했고, 위스키 등 양주는 6.9%였다. 수입 맥주는 0%대에 그쳤다.
홈술로 가볍게 즐기기에는 고도주보다는 저도주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고, 주류 규제 완화로 온라인 스마트오더가 가능해진 점도 와인 인기를 끌어올렸다. 스마트오더는 온라인에서 미리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부터 이 서비스를 SSG닷컴과 연계해 시행하고 있다.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관련 품목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로 나가기 어려운 것도 백화점 와인 구매로 이어졌다. 사실상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구매하던 제품들을 국내에서 찾는 고객이 늘어나며, 역으로 다양한 제품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최원준 식품담당은 “과거 백화점 와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VIP 등 소위 단골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대중 수요가 많아졌다”면서 “홈술 등의 트렌드로 와인을 자주 접하다 보니 취향이 더욱 세분화 되고, 시음 적기를 고려해 쇼핑하는 등 시장이 더욱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용품도 수혜를 입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는 새해를 맞아 직접 디자인한 ‘와인 캐리어’를 출시했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와인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죽으로 제작해 품격을 높였다. 지난 12월 시범적으로 선보인 후 완판한 제품으로 본점, 강남점 등 주요 점포 5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격은 5만8000원. 지난달 본점에서는 연말 연시를 맞아 와인 셀러 팝업도 진행했다. 홈파티족과 와인 애호가 등을 위해 3주간 진행한 유로까브 와인셀러 팝업 행사에는 10병부터 230병까지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명절 카탈로그에서도 와인은 단연 화제다. 지난 추석 선물 중에서는 와인 및 주류 장르는 전년 대비 60.1%의 신장률을 보일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다가오는 설을 앞두고 신세계는 와인 물량을 15% 정도 늘렸다. 올해 단독으로 선보이는 제품은 물론 10만원 이하의 대중적인 제품까지 엄선했다. 로버트 파커, 제임스 서클링 등 세계 유수의 와인 기관의 평가를 받은 고득점 프리미엄 와인세트를 가격대 별로 나눠 제안하는 등 고객들의 선택을 돕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캠핑족 등을 공략한 캔 와인 세트도 준비했다. 대표 상품은 이기갈 꼬뜨 로띠 라 랑돈 16 99만원, 뚜아 리따 페르 셈프레 시라 17 39만원, 알타 비스타 알토 15 22만원, 남프랑스 하프 와인 컬렉션 8만원 등이다. 예년보다 더 풍부해진 와인 액세서리도 선보인다. 디켄터, 오프너, 와인잔은 물론 더 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렉, 샴페인쿨러 등 더욱 다양한 제품을 담았다. 대표 상품으로는 리델 블랙타이 스마일 디켄터 25만원, 바크셀라 와인렉 38만원, 생루이 아폴로 샴페인잔 25만8000원, 패롯 프로스트 와인 오프너 10만8000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