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가치 소비를 지향하며 지구를 사랑하는 당신이 이제 꼭 알아야 하는 문제다.
많은 사람이 1번을 선택했을 것이다. 우린 늘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비닐과 플라스틱은 당연히(?) 그렇게 분리배출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답은 그나마(?) 2번이다. 정답도 아니고 ‘그나마’라고 표현한 이유는 뒤에 이어진다.
생분해성 친환경 수지가 뭔데?
스타벅스의 샌드위치, 바나나, 베이커리류를 포장한 비닐과 이마트 델리코너의 초밥·회, 반찬·중화요리 등이 담긴 플라스틱 트레이는 모두 생분해성(PLA, PBAT, PBS 등) 친환경 수지다. 이들은 일반 석유계 비닐·플라스틱과 유사한 생김새와 물성을 보이지만, 사실은 옥수수와 같은 식물 전분으로 만들어졌다. 폐기 및 매립 시 ‘자연분해’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환경에 부담을 덜고자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들이 고심 끝에 취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러한 선의에도 불구하고, 과연 생분해 포장재가 정말 실효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분해는 생분해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우리 리테일 업계는 수많은 상품과 포장재들을 세상에 소개한다.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의 무게만큼, 생분해 선택으로 단순 ‘길트-프리(Guilt Free)’ 하던 시대를 지나 상품의 생애 전과정(Product Life cycle)차원에서 무엇이 더 이로운지 이제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부분 사람들이 모른다. 사회 전반의 공감·교육 부족 탓도 있겠지만, 비싼 선택을 하고도 더 많이 홍보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도 자성해야 한다. 결국 이 값비싼 생분해 포장재들이 대부분 일반 석유계 비닐·플라스틱과 똑같이 분리배출되어 버려지고 매립되어 자연분해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분해되는 물성의 특성상 오히려 다른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성만 저해시킨다고 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죄책감은 덜었지만, 사실상 지구는 여전히 아프다.
정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기를 권하며 홍보한다. 사실 이 역시 그리 명쾌한 답은 아니다.
우선 생분해 포장재들은 겉보기에 플라스틱과 유사해서 고객이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다. 분해된다고 해서 마냥 마음 놓고 사용하며 계속 매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생분해에는 온도, 미생물 등 필요한 조건들이 갖춰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매립지와 쓰레기 처리 구조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생분해 포장재들을 위한 별도 수거처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생분해 포장재가 말 그대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현재로서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서, 애써 분리수거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차선이다. 위에서 답 2번을 ‘그나마’라고 표현했던 이유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의 항변
그렇다면 우리 리테일 업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존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를 벗어나 생분해와 함께 취할 개선안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기존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단점을 적절히 보완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 부각되고 있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 원료로 생산되기 때문에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과 달리 원료의 자원고갈 이슈를 해결하고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높다. 동시에 생분해 소재와 달리 재활용이 용이하여 현재 플라스틱 분리배출 시스템에 당장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아울러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한 물성을 가지기 때문에 소재로서의 가치와 활용도 역시 높으며, 생분해 대비 비용도 적게 든다.
실제로 ‘20년 글로벌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시장’은 15년 대비 약 57%나 성장했다. 최근 발표한 우리 정부 정책 방향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생분해와 같은 소재 대체보다는 감량·재사용·재활용(Reduce·Reuse·Recycle)을 강조하는 추세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생분해와 달리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에서의 사용 확대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베이스와 생분해 점유 비율이 8:2인 것에 비해, 국내는 그 반대로 2:8이라고 하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UN이 권장하는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Waste Sustainable Management) 위계에서도 매립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방법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처리 방법으로 소개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결국 ‘감량(Reduce)’임을 직시하게 한다. * 경향신문 21.1.28 사설 [쓰레기 위기,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참조
재포장금지법, 그리고 MZ세대의 목소리
오는 4월 재포장금지법이 본격 가동한다. 원칙은 올해 1월부터 이미 시행되었지만, 3월까지는 기존 포장설비 변경, 잔여 포장재 소진 등을 고려하여 계도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4월부터 생산하는 제품은 바로 해당 법의 적용을 받아 위반 시 과태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리테일 업계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고객들의 환경을 위한 자발적 포장재 개선 문의와 요구가 정말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린피스와 같은 대형 환경단체만의 목소리가 아닌, 아니 그를 넘어서 이제는 정말 개인의 움직임으로 거세게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이마트 본사 앞에선 대학생 환경연합 동아리 ‘에코로드’의 플라스틱 어택 시위가 열렸다. 에코로드는 ‘본인들이 살아갈 세상을 쓰레기로 가득 찬 미래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상품 포장재 문제에 진정 어린 질문과 개선요구를 전달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뿐 아니라, 플라스틱 이슈에 관한 어택 메일과 개선 요구는 여러 채널을 통해 하루가 멀다고 담당 실무자들에게 전해진다. 거기엔 물론 소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음)’이라고 하던가, 일일이 속사정을 다 말하지 못해서 생긴 또는 부족한 소통의 탓으로 쌓인 오해와 잘못된 사실관계도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고민하는 정말 뼈아픈 지적과 풀어야 할 숙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상당하다. 당시 에코로드의 경우, 직접 만나 함께 고민을 나누고 개선방안을 찾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MZ세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많아질 것이다.
우리 미래세대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반가움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며 업계를 리딩해 가야 하는 선도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더욱이 ESG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리테일 기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숙명 같은 개선 과제다.
지난 18년 이마트는 ‘하루 하나 바나나’라는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했다. 매일 잘 익은 바나나를 하나씩 먹을 수 있도록, 노란색부터 초록색까지 후숙도가 다른 바나나가 총 6개 플라스틱 패키지에 담긴 상품이다. 당시 이 상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과 미국 타임지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엔 몰랐던, 아니 알았지만 놀라운 아이디어에 가려져 애써 외면했던 문제가 있었다. 바로 플라스틱 패키지 이슈다. 당시 해외 기사와 외신 반응을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면, 뛰어난 발상을 극찬하면서도 말미에는 항상 플라스틱 패키지를 바라보는 고민과 지적이 있다.
물론 상품 선도를 개선하고, 버려지는 바나나를 줄여보기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을 담당 바이어 입장에서 대변해 보자면 사실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혹자는 위 사진 속 바구니에 담긴 바나나처럼 나눠서 낱개로 팔면 되지 않겠냐고도 하겠지만, 선도가 생명인 신선 제품은 사람 손을 타기 시작하면 그 품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하물며 바나나가 어떨지는 쉽게 예상된다.
상품 포장재와 폐기물을 둘러싼 고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저 포장재를 없애고 낱개로 알맹이만 판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썩는 소재를 사용해 마냥 매립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또한 같은 상품도 판매 채널 특성에 따라 다른 포장방식을 요하기도 한다. 상품 특성을 살리고 품질을 유지하되 가격경쟁력도 고려해야 하고, 생산·유통·진열·구매·소비·폐기 전 과정에서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 환경 영향까지 생각해야 하는 전 방위적이고 심층적인 고민과 설계가 요구되는 일이다.
어느 강연에서 누군가 ‘왜 한국만 이렇게 힘들게 유난일까요?’라는 볼멘 질문에 강연자는 ‘한국은 좁잖아요. 사람은 많고요.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켜야죠’ 라고 답한 걸 본 기억이 난다. 당시엔 나름 한 대 맞은 듯 반박 못 할 논리라 생각했는데, 요즘 글로벌 뉴스들을 보면 이제 그런 얘기를 할 시기도 지났다 싶다. 환경 이슈는 너나 할 것 없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결코 혼자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최근 신세계그룹 내 고민도 활발하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이노베이션팀을 통해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했다. 시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아이스팩은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 걸리지만,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친환경 아이스팩은 자연 분해되는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노베이션팀은 ‘고강도 종이 테이프’, ‘고차단성 종이 박스’ 등 친환경, 차세대 포장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울러 이마트는 비닐쇼핑백, 롤백, 플라스틱 트레이와 같은 내부 구매품목 감축 및 개선활동을 넘어,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상품들 전체로 관련 시각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포장재를 중심으로 상품의 생애 전과정에서 비롯하는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활발히 소통 중이다. 아울러 정보제공 및 고객들과 보다 활발한 소통은 물론, 더 나아가 리테일 업계 전반에서 필요한 개선 포인트를 찾아 공유하며 리딩기업으로서 가이드를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결코 혼자 할 수는 없다. 서로가 계속 순환·공유하며 에너지로 재탄생 되지 않으면 소멸되거나 썩지 않는 플라스틱처럼 땅 속에 남아 버려질 뿐이다. 최근 이마트는 매장으로 회수된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여 연안정화활동에 필요한 업사이클링 집게를 제작했다. 이마트는 이를 관련 기관 및 단체에 기부하고, 고객들에게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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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선순환경제 이슈는 단순히 기후나 쓰레기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상품의 이야기다. 이는 리테일업계 생존과도 직결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SG는작은실천부터한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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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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