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경 팀장의 패션 뷰파인더] 가상의 지구에서 새로운 옷을 입다

“나보다 더 비싼 옷을 입는 메타버스 속 내 아바타”

‘메타버스(Metaverse)’란,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이 아닌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소비자는 본인의 분신인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감정을 표현하고, 입학식에 참여하고, 파티를 열고, 돈을 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생산한다.

장기화된 코로나19는 이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했다. 활동의 큰 제한이 생긴 현실과 다르게 메타버스는 현실처럼, 때로는 현실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올 한해 핫 키워드로 꼽는 메타버스.
이번 칼럼에서는 쉽고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메타버스로 인한 패션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01
BTS도 올라탄
메타버스

지난해 9월 25일, 방탄소년단(BTS)는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빌보드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쓴 다이너마이트 영상이 공개된 곳은 음악방송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도 아니었다. 바로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가 최초였다.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이용자 수가 3억 5천만 명에 달하는 3인칭 액션 슈팅 게임이다. 동시 접속자 수도 1000만 명을 넘긴다. 미국 10~17세 청소년 중 40%가 매주 한 번 이상 접속할 정도로 많은 인기 있는 게임이다.

클릭 시 포트나이트 코리아 유튜브 채널로 이동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5월 ‘파티로열’ 모드를 선보였다. 파티로열은 포트나이트 내의 여가 공간으로, 게이머들이 전투 없이 친구와 잠시 쉴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플레이어와 영화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BTS가 이곳에서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공개하자 사람들은 다이너마이트를 들으며 파티를 즐기고 안무를 따라 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아티스트인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약 2,700만 명의 팬이 모였고, 한국 돈으로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세계적인 가수인 영 서그(Young Thug), 노아 사이러스(Noah Lindsey Cyrus) 등도 포트나이트를 통해 신곡을 공개하거나 콘서트를 개최했다.

Z세대들이 시간을 보내는 글로벌 세상, 마케터라면 메타버스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02
요즘 10대들
여기서 명품 산다

좀 더 패션과 밀접한 사례를 살펴보자. 사진 속 아바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를 입고 있는 곳, 바로 메타버스의 대표주자 ‘제페토’다.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네이버가 개발한 증강현실 기반의 3D 아바타 앱이다. 콘텐츠, 게임, SNS 기능까지 합하여 현재 2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10대 가입률이 압도적이다. 누구나 쉽게 가입이 가능하고 금방 친구를 맺는다. 아바타는 추가 결제를 통해 구찌를 자유자재로 입어볼 수 있게 했다. 1월 15일 제페토는 구찌 버추얼 컬렉션을 일부 선공개했다. 구찌를 활용한 2차 콘텐츠가 무려 열흘 만에 40만 개 이상 늘었다. 조회 수는 300만을 기록한다. 소위 말하는 기본템이 아닌, 최근 SNS 상에서도 화제를 얻고 있는 ‘도라에몽X구찌 컬렉션’ 등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다양하게 포함하여 더욱 반응이 뜨거웠다.

제페토의 변화는 무한하다.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버추얼 공간도 새롭게 선보인다. 월드맵에서 구찌 빌라(Gucci Villa)를 찾아 직접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 구찌 빌라는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곳이다. 유럽 특유의 아름다운 정서를 경험하며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계 명품 소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8%까지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그들의 삶에 브랜드를 입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매우 획기적인 방법이다.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그 어떤 마케팅 툴보다도 더욱 상세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텐먼스’와 제페토와의 협업을 상상해보자.

격식을 차려야 하는 파티에 초대된 유저. ‘텐먼스’ 세상에 가면 ‘마스터핏 슈트’를 만들어주는 대한민국 명장이 있다. 텐먼스의 명장을 만나 신체 사이즈를 재고, 직접 원단을 골라보고, 옷을 만드는 봉제 과정을 체험한다. 나만의 마스터핏 슈트를 가상세계에서 먼저 입어보는 것이다. 내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어본 그들이 갖게 될 텐먼스에 대한 궁금증은 어떨까. 당장이 아니더라도 곧 현실의 S.I.VILLAGE로 구매하러 오지 않을까?

03
손끝으로 느끼는
쇼핑의 맛

신세계백화점 본점 ‘폴스미스’ 매장을 구현한 3D 버추얼 스토어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버추얼 스토어다. 메타버스에서처럼 내 두 번째 캐릭터, ‘부캐’를 드러내는 곳은 아니지만, 집에서 클릭만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실제 매장과 똑같은 3차원(3D) ‘가상 매장’을 통해 의류 매장을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D 스캔 기술을 적용한 가상 매장 네 곳을 선보였다. 바로 패션 브랜드 ‘폴스미스’, ‘맨온더분’, ‘리스’, ‘어그’다. 국내 패션기업 중 가상 매장을 선보인 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처음이다.

3차원 공간 스캐닝 기술로 구현한 ‘폴스미스’ 가상 매장

가상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매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상세페이지를 통해 가격정보 제공에 집중하는 기존의 평면적인 온라인 쇼핑과 달리, 온라인 가상 매장은 3차원의 입체적인 공간 구현을 통해 실제 매장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매장을 둘러보고, 옷걸이에서 직접 옷을 꺼내고, 결제하는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가상세계이지만 내가 직접 체험을 하는 것. 메타버스와 맞닿아있는 주요 포인트다.

가상 매장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3D 가상매장이 문을 연 2주 동안 (2020년 10월 12일~25일) 네 개 브랜드 가상  매장에 노출된 38개 제품의 온라인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메타버스. 아직도 10대들만 즐기는 유행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현실만이 정답이 아닌 세상이다. 그 가상세계에 또 다른 경제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발전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산업의 정답은 고객에게 있다. 마케팅 툴 변화는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자, 이제 눈을 크게 뜨고 제2의 지구로 꿈꾸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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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경 신세계인터내셔날 10MONTH 팀장
오래도록 설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