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경 팀장의 패션 뷰파인더] 다시 기본에 집중한 브랜딩의 힘 ‘텐먼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나단 아이브가 ‘심플’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단순함은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수준을 넘어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심플하기 위해서는 지우개가 아니라 연필이 필요한 것 아닐까.
연필로 머릿속에 산재한 아이디어에 선을 긋고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
감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시즌리스 브랜드인 ‘텐먼스’의 탄생은 조나단 아이브의 ‘심플’에 맞닿아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텐먼스’ 브랜드 네이밍부터, 디자인, 판매 기획까지 브랜드 기획 전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가성비 끝판왕
1년 중에 10개월 동안 똑같은 옷을 돌려 입는다고?

‘텐먼스’의 뜻은 10개월간 입는 옷이다. 1년 중 대부분의 시즌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디어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사내 게시판에서 시작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사계절이 뚜렷하지가 않다. 그런데도 패션은 사계절을 구분해서 옷을 출시한다. 텐먼스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다. SS/FW의 시즌 구분을 없애 비용을 절감하고, 절감한 비용으로 제품 자체의 퀄리티에 집중했다.

기존 방식의 또 다른 문제점은, 패스트패션의 인기로 한 시즌만 입고 버리는 옷이 늘었다는 점이다. 시즌이 지나면 품질에 문제가 없는 옷도 재고품이 됐다.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 집중하여 텐먼스의 브랜드 철학을 더욱 확장했다. 실제로 패스트패션은 향후 5~10년간 매출과 순익이 각각 10~30%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한 부분은 소비자 설득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당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텐먼스의 상품 철학을 살리기에는 온라인이 적합하기에 이커머스 베이스로 사업화를 진행했다.

텐먼스 로고 ‘10’의 앞머리와 ‘;’의 끝 모양을 같게 기획했다.

브랜드 컨셉을 텐먼스라는 브랜드명으로 함축하자 설득력은 더욱 커졌다. 로고도 10MONTH라는 브랜드명 자체만으로 기획했다. 오래도록 지속하며, 앞으로도 발전하며 이어진다는 의미로 세미콜론을 늘 같이 쓴다. 자세히 보면 ‘10’의 앞머리와 ‘;’의 끝 모양이 같다. 처음과 끝이 같다, 즉 지속 가능함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SI, 1년 내내 입는 친환경 브랜드 ‘텐먼스’ 론칭]

          

패션의 편견을 벗어 1년 내내 효율적으로
텐먼스 대표 상품 ‘마스터핏 슈트’

사실 ‘텐먼스 슈트’는 신사복에 많이 사용하는 기존 패션 용어다. 10개월 착용 가능한 슈트란 뜻으로, 7~8월의 한여름철을 제외하고, 거의 일 년 내내 착용 가능한 슈트를 말한다.
텐먼스 컨셉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이 텐먼스 슈트라고 파악했다. 이후 상품개발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버버리-버버리코트 와 유사한 효과를 의식한 것도 사실이다. 버버리(Burberry)는 브랜드명이 대표 아이템이 된 대표적 사례다. 버버리 창시자인 토마스 버버리(Thomasr Burberry)는 본래 포목상으로 당시 농부나 목동들이 즐겨 입었던 스목-프록이라는 옷감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소재 개발과 연구를 거듭하여 ‘개버딘’이라는 혁신적인 원단을 개발했다. 이 소재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입고 난 후 세탁이 수월하다. 또 습기의 영향을 덜 받아 비가 자주 오고 축축한 영국 기후에 적합한 ‘레인코트’로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우수한 품질과 실용성으로 ‘개버딘 버버리’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왕이 버버리 개버딘 코트를 입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말한 것이 널리 퍼져, 버버리가 곧 트렌치코트를 지칭하는 패션 용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텐먼스 슈트도 이렇게 캐주얼한 슈트 자체를 대신하는 용어가 되기를 바란다.

텐먼스는 ‘마스터핏 슈트’로 텐먼스 슈트를 차별화했다.
1년 중 10개월간 입을 수 있도록 적당한 두께감과 주름이 잘 지지 않는, 그리고 착용감이 뛰어난 소재를 찾기 위해 국내외 소재 상담을 진행했다. 수많은 실무진이 발로 뛰며 마스터핏 슈트에 적합한 소재를 결국 개발해냈다.

국내 입체패턴의 선구자, 대한민국 명장 서완석

또한 한국인 체형에 꼭 맞는 실루엣으로 재킷을 제작하기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우리나라 유일의 서완석 입체패턴 명장과 협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상의와 하의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호환성을 높이고, 오래 그리고 효율적으로 입도록 상품 라인을 전개했다. 재킷 하나에 슬림 팬츠와 와이드 팬츠, 스커트로 다양한 룩을 선보일 수 있다. 봄에 사서 입은 슬림 팬츠에 잘 맞는 재킷을 가을에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사계절 내내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설계했고, 이런 부분이 고객들의 재구매로 연결되고 있다.

          

모델이 달라졌다
사내 직원이 제안하는 텐먼스 룩북

150cm대에서 170cm대까지, 다양한 키의 텐먼스 사내모델

텐먼스 상세페이지에서 사내모델 콘텐츠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만 판매하는 텐먼스는 직접 입어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사내모델이 전문모델 컷보다 구매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는 리뷰를 꽤 받았다. 진정성과 친밀감을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사내모델 선발 당시 공고문

뒷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사내모델 경쟁률은 무려 8:1이었다. 다양한 키를 보여드리도록 모델 선정에 많은 부분을 고려했다.
공을 들인 또 하나의 부분은 상세페이지다. 온라인상의 상세페이지는 매장 스태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와 고객이 궁금한 부분을 미리 요약하여 콘텐츠화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텐먼스는 지난 3월 남성복도 출시했다. 많은 고객이 텐먼스의 남성복을 요청해주어, 브랜드 런칭 1년 만에 젠더 확장을 결정했다. 텐먼스를 먼저 경험해본 여성 고객들이 남친룩으로 자발적 바이럴을 해주고 있다.

텐먼스는 ‘꼭 필요한 제품을 잘 만들어 소개하는 브랜드’다. 이런 철학을 표현하는 데 제품 카테고리로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한다.

남성복뿐 아니라 앞으로도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텐먼스의 브랜드 철학을 표현하고자 한다.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텐먼스,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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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경 신세계인터내셔날 10MONTH 팀장
오래도록 설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