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다들 힘들지만, 저희는 40%나 늘었습니다”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면식품 생산업체 CEO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우동, 소바 등 이마트 노브랜드 면제품 주력 협력업체인 한일식품의 노브랜드 관련 상품 매출은 지난해 35억 원으로 2019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노브랜드 마라탕면과 우육탕면 등 인기 제품들은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인 일이다.
“중소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처럼 이마트 노브랜드는 우리나라 강소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새로운 상생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노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중 중소기업 비율은 70%에 달한다. 2015년 노브랜드 론칭 당시 노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120여 개였다. 현재는 320여 개로 중소기업 협력업체 수가 6년 만에 2.5배가량 껑충 뛰었다.
중소기업은 이마트 노브랜드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이로 증가한 매출과 이익으로 고용과 설비에 새롭게 투자한다. 노브랜드가 중소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노브랜드와 함께 협업하며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한일식품’이다. 한일식품은 노브랜드의 다양한 면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이다. 한일식품에서 개발한 노브랜드 우육탕면과 마라탕면은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2018년 출시한 노브랜드 메밀소바 판매량은 2021년 기준 300만 개를 돌파했다. 수출액은 2018년 300만 원에서 2020년 1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대한민국 강소 기업의 강력한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노브랜드의 비결은 어디에서 왔을까. 신세계그룹 뉴스룸이 이마트 노브랜드 바이어와 함께 한일식품 생산기지를 찾았다.
35년의 경쟁력
강소기업 한일식품
한일식품은 1986년 설립한 면 전문 업체다. 35년간 면을 만드는 외길을 걸었다. 한일식품 공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빌딩 높이의 사일로(밀폐형 원료 저장 설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면의 원재료인 밀가루를 보관하는 설비다.
본격적인 공장 투어를 시작하기 전 방역복을 받았다. 한일식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으로 무장해야만 공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철저한 위생관리는 한일식품 김주성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된다. 대학에서는 식품공학이 아닌 재료공학을 전공했고, 1993년부터 5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다. 해외 MBA 경험도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를 이어 16년째 한일식품을 이끌고 있다.
한일식품의 공장은 반도체 설비처럼 엄격한 청결함과 효율적인 생산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김주성 대표는 “공장의 청결함과 생산 과정의 효율성은 반도체 생산 공정 못지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 시작은 반죽이다. 면을 반죽하고, 면대를 뽑아내는 커다란 기계가 두 대다. 1호기는 우동면, 2호기는 노브랜드 메밀소바를 제조하는 메밀면 반죽기다.
상품 생산 전과정을 자동화해 직원이 버튼을 누르면 계량화된 원재료가 기계에 투입된다. 우동면이 될 반죽은 여기에 소금 등을 더하고, 메밀면이 될 반죽은 메밀가루와 전분 등을 일정한 비율에 맞춰 더한다. 재료 간에 이상적인 비율은 35년간의 노하우로 얻어낸 결과이다. 이후 기계가 반죽을 마치면, 1시간가량 숙성을 거친다.
숙성을 마친 우동면은 1인분 양으로 잘려 면을 삶는 곳으로 자동투입된다. 한편 메밀면은 이와는 달리 스팀터널에서 증기로 쪄낸다. 찌는 방식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메밀면 특유의 식감을 구현한 것이다. 35년 간 꾸준한 연구 개발로 일궈낸 한일식품만의 최적의 배합비와 공정방식이다.
한일식품 김주성 대표는 “개인적으로 메밀소바를 좋아한다. 시중에 나온 메밀소바는 다 먹어봤는데 딱 와 닿지 않았다. 2017년 약 6개월간 개발실 직원들과 100그릇 200그릇 먹으며, 가성비 높은 메밀면과 소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며 “완성한 메밀소바 시제품의 출시 루트를 고민하던 중, 이마트에서 때마침 연중 운영할 수 있는 노브랜드 메밀소바 상품을 찾았다. 신기할 정도로 노브랜드와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면을 익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장소와 장소 사이에도 방역이 철저하다. 사람이 들어서면 통로를 밀폐하고 소독을 하고 나서야 새로운 문이 열린다.
반죽은 자동으로 기계를 타고 이동한 후, 이곳에 도착한다. 메밀면은 삶지 않고 찌는 방식을 거친다. 잘 쪄진 메밀면은 차가운 물 속으로 퐁당 들어가 열을 식힌다. 이후 기계가 자동으로 1인분씩 면 포장을 완료한다.
면 반죽부터 완성까지 사람이 손길이 닿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면을 보관할 수 있는 한일식품만의 기술을 더한다. 바로 식초 성분으로 pH 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에 한일식품의 제품은 숙면 상태로,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한일식품 이재안 공장장은 “기본적으로 음식이 부패하려면 그 속에 세균이 번식해야 한다. 한일식품은 공정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을 막고, 면에 식초 성분의 pH 조절을 더해 세균의 번식을 막는다”며 상온으로 면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기술력을 설명했다.
사람의 손은 포장 단계가 되어서야 첫 등장한다.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생산공정을 거친 메밀면과 쯔유를 하나로 합친다. 혹시 모를 공정과정에서의 오류도 여기서 잡아낸다. 언뜻 보기에 깨끗해도 직원들은 가차 없이 불량제품을 잡아낸다. 설사 직원들의 눈을 피해갔더라도 기계가 한 번 더 오류를 걸러낸다. 모든 과정을 거친 제품은 노란색의 노브랜드 포장지 옷을 입는다.
“아, 이거였구나, 이거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어” 생산과정을 담는 영상을 찍던 영상 감독이 옆에서 나지막이 말한다. 18년 출시 후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한 노브랜드 인기상품, 메밀소바의 탄생이다.
INTERVIEW 01
한일식품 김주성 대표
Q. 간단한 회사소개 부탁한다.
한일식품은 면 전문 기업이다. 35년간 연구, 개발한 수타식 제면법을 가지고 있다. 배합비, 면 제조 방법 등도 35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경험을 쌓았다.
매출도 매년 10%가량 증가해 2019년 230억, 20년에 250억, 올해 260억을 바라본다. 노브랜드에서 창출한 수익은 2020년 기준 35억이다. 회사 매출의 10% 이상이다.
Q. 노브랜드 파트너사로 함께 하는 장점이 있다면.
집 근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라면 매대를 가보면 거의 대기업이 생산한 유명 상품 위주로 진열되어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좋은 상품을 출시해도 매대에서 소비자를 만나기 어렵다. 이마트 노브랜드를 달고 상품이 출시되면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들 접점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노브랜드 상품은 수출액이 2018년 300만 원, 2019년 600만 원으로 미미했으나, 지난해 1억 원으로 수출 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 수출국도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미국 등 다양하게 늘었다. 수출 규모가 이렇게 폭증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 나라에 수출하기 위해서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 해당 국가에서 상품을 유통해줄 바이어를 찾는 데만 최소한 2년이 걸린다.
또, 기존에는 OEM(주문자 생산)을 주로 했다. OEM은 주력 시즌에만 생산한다. 우동을 납품하면 겨울에만 파는 식이다. 생산량이 편중되니 중소기업으로서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이마트 노브랜드는 우동이든 메밀소바든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을 연중 운영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이는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 이마트 노브랜드라는 박리다매 형태의 PL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 공장을 쉼 없이 돌릴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이다.
Q. 한일식품은 메밀소바 외에도 노브랜드 마라탕면, 노브랜드 우육탕면도 납품한다. 마라탕면과 우육탕면은 100만 개 이상 팔리며 매출을 견인했다. 이 상품의 장점은 무엇인가.
보통 마라탕, 우육탕에는 고수가 들어가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고수가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고 느낀다. 그래서 고수를 별첨으로 넣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빼고 드시면 되고, 좋아하는 분은 넣으면 된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킨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용기가 직화 용기라 편리하다. 야외에서 용기 채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어 캠핑장에서도 인기다. 우육탕면, 마라탕면은 시중에 많지만, 직화 용기에 담은 건 한일식품이 유일하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외식으로 많이 즐기는 평양냉면이나 들기름 막국수처럼 평소 “아, 이거 맛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싶은 메뉴들이 있다. 이런 음식들을 좋은 재료로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게 만들고 싶다.
또, 한일식품의 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판매되기를 바란다. 사업도 확장 중이다. 내년 12월 완공 목표로 충주에 4천 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연간 매출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노브랜드와 함께 앞으로의 성장을 믿기 때문에 가능했다.
INTERVIEW 02
노브랜드 윤진석 바이어
Q. 한일식품과 인연을 맺은 이유는?
상온 진열 가능한 숙면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했다. 국내의 회사는 전부 찾았다. 세 곳 정도가 있었는데, 한일식품만큼의 기술경쟁력이 있는 곳은 없었다.
한일식품은 30년 이상의 고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수타식 공법으로 쫄깃하게 익힌 숙면을 상온으로 6개월가량 보관할 수 있다. 냉장, 냉동이 필요 없어 진열대에서 빛을 발한다. 한일식품만의 독점적인 기술이다.
Q. 파트너사로서 한일식품과의 시너지는 어떤가.
한일식품은 기존 뛰어난 기술력을 넘어 계속해서 신상품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보자면, 국내에는 직화 용기를 활용한 면류가 없었다. 기존에는 직화 용기 우동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판매했다. 이를 국내 제품으로 운영하고 싶었는데, 마법처럼 한일식품이 직화 용기에 담은 우동을 들고 왔다. 일면 ‘한강 라면’으로 소비자가 직화 용기는 접하기 쉽지만, 이를 제품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는 기존 업체에선 없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매장에 진열하면 무서울 정도로 빨리 나갔다. 이후 개발한 한일식품의 마라탕면과 우육탕면도 직화 용기로 담았다.
Q. 노브랜드가 생각하는 상생은 무엇인가.
상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철저한 경쟁력이다. 원가 경쟁력, 품질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협력사와 노브랜드가 모두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노브랜드 제품을 접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렴하다고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나부터도 자녀들도 먹고, 가족에게 권할 수 있는 퀄리티를 고집한다.
노브랜드는 강소기업 발굴로 바쁘다. 전국 방방곡곡에 제2, 제3의 한일식품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한 수출 실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를 트는 중이다. 일례로 한일식품은 2018년 300만 원에서 2020년 1억 원으로 수출실적이 급성장했다. 수출이 전무했던 ‘서광 F&B’는 노브랜드 협력 이후 4억 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했고, ‘동우농산’은 노브랜드와 함께한 후 2년 만에 320억 원에서 650억 원으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뿐만 아니다. 노브랜드 수출국은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20여 국에 달한다. 수출액은 2015년 노브랜드 론칭 당시 20억에서 지난해 115억 원 규모로 늘었다. 이마트는 베트남 기업 타코(THACO)와 함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노브랜드를 10개 점까지 확대한다. 베트남 이마트를 노브랜드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필리핀엔 현재 5호점을 운영하는데, 올해 안에 점포 수를 1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 세계에 한국 문화 열풍이 분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출시하는 라면이나 간편식품을 리뷰하는 유튜브 영상도 인기몰이 중이다. 한국의 식품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요즘, 노브랜드와 한일식품이 개척한 수출 활로는 더욱 증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거 먹어 봤어?”로 시작하는 흔한 지인들의 대화 속에 노브랜드 제품은 하나 둘 대화의 소재로 자리한다. 노브랜드 버거, 노브랜드 마카롱 등 인기몰이 중인 식품들은 노브랜드를 힙한 브랜드로 부상시키고 있다. 이 대세를 이어갈 식품으로 노브랜드와 한일식품의 합작인 메밀 소바는 한치의 부족함이 없다. 점차 더워지는 요즘, 시원한 메밀 소바로 여름다운 여름을 맞이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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