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성 CTO의 커머스 혁신] 머리없는 거인. 헤드리스(Headless) 커머스의 부상

2021/06/24

안녕하세요. SSG닷컴의 장유성 DI(Data/Infra) 본부장입니다.

DI본부는 Data/Infra로 시작하여 현재는 디지털 이노베이션(Digital Innovation),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등 다양한 영역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IT나 개발 영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비스와 변화를 리딩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이커머스를 시작한 시점은 SSG닷컴 합류 이후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를 다룬 지는 어언 17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간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하다 보니 이젠 기술 중심의 온라인 비즈니스 트렌드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유성 CTO의 커머스 혁신>에서는 SSG닷컴이 온라인 비즈니스 영역에서 Trend Setter, Technology Leader 같은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현재 DI본부는 직접 호스팅하는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강연회를 비롯한 블로그 및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부적으로 정보를 교류 중인데요. 본 칼럼을 통해 전 그룹사적으로 교류를 확대하여 많은 분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부상하는 뜨거운 감자, ‘헤드리스 커머스(Headless Commerce)’에 대한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약간의 배경지식을 심어드리기 위해 커머스 플랫폼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Phase 1
이커머스 호황기와
초대형 커머스 플랫폼의 등장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첫 번째 오피스

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온라인 비즈니스는 급변을 겪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이커머스입니다. 90년대 말 ‘닷컴 버블(Dot Com Bubble)’에 편승해 각종 이커머스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었지만, 이내 이커머스 리더인 미국의 초강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은 개편되었습니다.

일례로 아마존(Amazon.com)은 1995년 당시 단순한 북스토어(Bookstore)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초대형 커머스로까지 확장하였고 지금은 메이드-인-아마존(Made-in-Amazon)이란 말이 유행일 정도로 전 세계 최강의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아마존이 온라인 확장을 하며 얻은 고통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았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기반(Backbone)이 되는 새로운 클라우드 비즈니스, ‘AWS’ 까지 만들어 냅니다.

아마존은 고객과 셀러가 만나는 오픈마켓을 넘어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라는 고유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비디오, 음악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완전한 고객 환경(Ecosystem)을 구축했습니다. 고객과 셀러 모두에게 쌍끌이 록 인(Lock-in) 전략을 구사하며 온·오프라인 마켓 모두를 위협하는 절대 강자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 많은 커머스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쿠팡이 유사 전략을 이용하여 마켓쉐어를 늘려가고 있고, 검색 포털인 네이버, 소셜 미디어인 카카오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신세계그룹도 세상에 없던 커머스를 열기 위해 네이버와 사업제휴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모두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각 회사가 지닌 사용자 포지셔닝을 이용해 경쟁하는 상태입니다.

        
Phase 2
편리하고 직접 소통이 가능한
D2C 플랫폼의 도전

오늘날 인터넷 활동의 중심축은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이에 아마존과 같은 초대형 플랫폼은 온라인 프레전스** 강화를 위해 각종 솔루션을 도입합니다. 간편한 웹빌더(Web Builder)를 찾던 업체들은 결국 D2C(Direct-to-Consumer)***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Digital Natives: 1990년 이후 출생한 각종 디지털 접근성이 생활화 된 세대 / **Online Presence: 온라인 존재감 / ***D2C: 업체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사몰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전통적인 SI(System Integrator)인 SAP, 인터페이스 도구 회사인 Adobe, SaaS(Software-as-a-Service)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 Shopify까지. 고객 데이터 기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업종을 불문하고 등장하면서 D2C는 2018년 이후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D2C 플랫폼의 부상에는 고객과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맞물렸습니다. 고객은 대형 플랫폼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상태였고, 브랜드는 탈중앙화(Decentralize)로 고객에게 직접적인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화제인 친환경 브랜드, 최고급 브랜드들은 D2C 이외에 다른 디지털 채널은 운영하지 않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Allbirds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Shopify를 이용해 운영비를 절감하면서도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직접 전달합니다. 또, 만약 대형 플랫폼이었다면 발생했을 유사품과의 경쟁 부담도 줄였습니다.

Shopify를 이용한 Allbirds 홈페이지 (2021)

Shopify류의 SaaS 형태 D2C 플랫폼은 많은 기능을 통합하여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의 컨셉으로 제공합니다. 따라서 개발인력의 필요성을 최소화하고, 운영 편의성을 도모하며, 비즈니스를 확장해 멤버십, 배송 서비스까지 애드온*으로 제공합니다. 이렇다 보니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직접 전하고 싶은 업체들에게 D2C는 선풍적인 인기입니다.
*add-on: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 내 확장기능

시장의 흐름을 읽은 아마존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산토스(Project Santos)와 Shopify 경쟁업체인 Selz등의 매입을 통해 D2C의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시장에서도 관련 업체들의 투자가 급등합니다. 본격적인 D2C 플랫폼 경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Phase 3
옴니 채널 트렌드에 따른
헤드리스 플랫폼의 급부상

2020년은 다시 한번 전통적인 플랫폼에 변화를 요구합니다.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 온라인화, AI와 같은 고도의 데이터 기술 발달화로 커머스 플랫폼은 또 한 번 진화를 겪게 되는데요. 또, PC를 사용하던 사용자들은 모바일, 워치 디바이스 등의 옴니 채널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더 빠르고 유연한 반응형 웹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등장한 것이 헤드리스 플랫폼입니다.

헤드리스 플랫폼이란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분리하는 걸 말합니다. 여기서 프론트엔드는 머리에 해당하고 백엔드는 몸통에 해당하는데요. 이를 좀 더 쉽게 풀면, 프론트엔드는 ‘표현 방식’을 백엔드는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콘텐츠(몸)를 소비하기 위해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면 디바이스마다 다른 모양의 표현 방식(머리)들을 보게 됩니다.

헤드리스 플랫폼이 아닌 기존 사이트의 문제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PC로 접근하면 업체는 PC용 머리로 우리를 맞이하고, 모바일로 접근하면 모바일용 머리로 맞이합니다. 업체는 디바이스에 따라 각각의 머리와 몸을 준비해뒀던 것이죠. 하지만, 완전한 형태의 헤드리스 플랫폼은 머리 없이 몸통만 존재합니다. 이는 CMS 내에 콘텐츠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오직 API*를 통해 필요한 콘텐츠를 불러온다는 의미입니다. 하나의 콘텐츠(몸)에 다양한 형태의 표현 방식(머리)을 끼워 맞출 수 있다는 것이 헤드리스 플랫폼의 핵심입니다.
*API: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 출처: 두산백과

헤드리스 플랫폼의 대두 배경에는 기존 D2C 플랫폼의 한계도 한몫했습니다. 간편했지만 또 그만큼 단순했기에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과 개인화(Personalization)가 어려웠거든요. 이런 몰개성화는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는 결국, 기존 SI업체들이 제공했던 빅박스(Big Box)커머스 솔루션들이, 작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API화 된 다양한 마이크로서비스(Microservice) 빌딩 블록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기술 쪽에서는 보통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부르는데요. 개발 등의 기술 리소스 등이 기존 플랫폼보다는 더 많이 필요한 반면, 적응성(Flexibility) 및 확장성(Scalability)는 상대가 될 수 없이 강했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 플랫폼 아키텍처

2021년은 유독 헤드리스 플랫폼을 활용한 헤드리스 커머스 업체들이 많은 주목을 받으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Fabric, Saleor, Nacelle 등, 헤드리스 커머스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2019년 총 16억 불 이상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있고 기존 D2C 업체들도 Adobe Magento 2 등 헤드리스 플랫폼으로서 스스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부터는 어디로

결국 이커머스의 트렌드도 다른 온라인 서비스의 트렌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고도화와 데이터의 중요성은 결국 전통 산업에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가속화하고 기술과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입니다. 헤드리스 커머스의 탄생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콘텐츠 비즈니스의 강자인 유튜브, 페이스북도 탈 플랫폼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를 돕기 위한 Patreon등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 유통에 기반을 둔 우리 신세계그룹도 이러한 기술 산업계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계속 스텝을 따라가기보다는 한 번쯤은 큰 도약(Quantum Leap)을 이루는, 그러한 용기를 가지면 어떨까요?

신세계그룹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는 미디어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콘텐츠 사용 시에는 신세계그룹 뉴스룸으로 출처 표기를 부탁드립니다.

장유성 SSG닷컴 DI본부 CTO
고객의 감성을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자극시키는
에인터테이너(AI-nterta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