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 6월 24일,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44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G9 등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픈마켓 사업자이다. 간단하게 영업실적을 살펴본다면, 2020년 GMV 17.2조 원(+6.2% YoY), 매출액 1.2조 원(+13.8% YoY), 영업이익 850억 원(+38.2% YoY)를 기록하였다. 상위권 이커머스 사업자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사업자라는 것이 눈에 띈다.
3.44조 원의 인수 대금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명확한 가치 산정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전액 차입으로 인수 대금을 지불한다고 가정할 때, 이자 비용의 증가는 연간 800~9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베이코리아가 연간 9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마트의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에서의 실적 부담은 연간 200억 원 수준에서 방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이마트의 예상 지배주주 순이익 규모가 4,00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5%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로 인한 실적 훼손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의미,
양질의 무형자산 확보
유형자산이 사실상 없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한다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해당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무형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서비스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무형자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에 따라 가치도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무형자산이 개발자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무형자산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무형자산이 양질이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가장 이커머스 분야에 잔뼈가 굵은 사업자이기 때문에 인력의 이커머스 전문성은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커머스 전문가를 스카우트한다고 하면 이베이코리아 출신이 대다수였다. 업계에서도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스마일 서비스들도 모두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론칭한 서비스들이다. 스마일 서비스 중 대표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 배송같은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베이코리아가 2014년부터 시작했다. 현재의 이커머스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는 쿠팡, 네이버 등 사업자조차 2020년~2021년에 되어서야 해당 서비스를 론칭한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얼마만큼 선도적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는 고도의 개발 능력이 요구된다. 재고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사업자 시스템, 창고 시스템, 택배사 시스템, 셀러 시스템 등을 연동하여 데이터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쿠팡같이 모두 자신의 시스템을 통해 연동할 수 있는 사업자가 풀필먼트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것인데, 이베이코리아와 같이 자사의 시스템이 아닌 타사의 시스템들을 연동해야 하는 사업자가 7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왔다는 것은 그들의 개발능력과 기술력 그리고 운영 노하우 등이 뛰어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같은 이커머스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인력도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자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DNA를 가진 인력들과 IT 인프라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신세계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모멘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인 것이 Walmart의 사례이다. Walmart는 2016년 Jet.Com을 36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Jet.Com은 2014년 설립된 이커머스 회사로 설립된 지 채 2년도 안 된 회사를 무려 3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Walmart는 Jet.Com의 창업자인 Marc Lore를 이커머스 대표로 선임하고 그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Jet.Com의 인력과 기술력 등을 Walmart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Walmart.Com에 투입시키게 되었고, Walmart.Com의 이커머스 경쟁력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Jet.Com의 인수가 Walmart의 이커머스 경쟁력 확대의 모멘텀이 되어준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 저하의 원인,
충분하지 못했던 재투자
분명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선도적인 사업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마일 서비스를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하였다. 그럼에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전통적인 오픈마켓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내의 경쟁력이 약화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양질의 무형자산을 확보할 수는 있었으나, 플랫폼 그 자체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되어왔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 둔화가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이라는 사업구조 등 내부적인 원인에 기인하다고 보지 않는다. 충분한 재투자가 되기 어려웠던 외부 환경에 따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4년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시기와 동일하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물류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고, 그 결과로 현재 우리나라의 70% 인구가 쿠팡의 물류센터 반경 10km 내에 거주하고 있는 수준까지 배송 커버리지를 확대했다. 더 나아가 쿠팡은 2025년까지 70%의 배송 커버리지를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7년간 제대로 된 물류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다. 2020년에야 스마일 배송 전용 물류센터 한 곳을 준공할 수 있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이토록 물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국 이베이 본사의 자금 회수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 판단한다. 지난 5년간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약 1.5조 원 수준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등의 투자 지분도 이베이 본사로 넘어갔다.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재투자를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것이 결국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이 시장 내에서 약화되어 왔던 가장 큰 원인이라 판단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셀러플렉스와 같이 셀러의 창고를 풀필먼트 창고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고안하는 노력을 했다.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물류 투자 본격화 전망
SSG닷컴 역시, 물류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NEO.3호 물류센터 준공 이후, 4호와 5호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폐점한 이후 다크스토어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던 서부산점 등은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이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물류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SSG닷컴의 소극적인 모습이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SSG닷컴이 물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 기인했다고 추측한다.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4조 원 수준이다. 그중 물류센터가 요구되는 이마트몰의 거래액은 2~3조 원 수준인데, 필자의 추정으로는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이 나타나야만 대규모 물류센터 1곳의 가동률이 단기간에 충분히 끌어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즉, SSG닷컴의 거래액 규모만으로는 신규 온라인 물류센터인 NEO.4호, 5호, 다크스토어(서부산점 등), PP센터 등 물류센터 확장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비용 효율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어놓고 가동률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대규모로 집행되었던 투자 비용을 모두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SSG닷컴의 물류 투자의 속도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의 규모만으로는 단기간에 높이기 어려웠던 신규 물류센터의 가동률을 이베이코리아와의 물류센터 공유를 통해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SSG닷컴의 물류 투자에 있어 모멘텀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함께 4년간 온라인 물류센터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적극적인 물류 투자는 SSG닷컴의 배송 CAPA를 빠르게 늘릴 수 있게 해주며, 이베이코리아의 풀필먼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IT 인프라를 확충하였고, 공격적인 물류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 규모를 키운 신세계그룹이 향후 고객에게 선보일 차별화된 이커머스 서비스를 소비자로서, 유통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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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타증권 이진협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