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무죄, 이를 묻는 자 유죄.
플라스틱 없는 일상이 가능하기나 할까?
이미 우리의 일상 많은 부분에 뿌리내린 지 오래지만, 어느덧 플라스틱은 이름 그 자체로 유죄가 된 듯하다. 전 세계 쓰레기 이슈의 원흉으로, 마치 마녀사냥당하듯 너나 할 것 없이 온통 비난 일색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다. 본질은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재활용하지 못하는 폐기 과정에 있다. 적어도 유용한 모든 영역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물질을 개발하기 전까진 말이다. 사실 주위를 한 번만 둘러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일부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순 있겠지만, 온전히 플라스틱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매립률 0% 도전, 에너지 회수를 향한 꿈
유럽에서 조사한 2018년 국가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에너지 회수, 매립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우리가 아는 유럽 청정 선진국 다수가 매립률 0%다.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는 이미 2013년도에 이에 근접한 매립률로 낮췄다.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부분이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회수(소각, 열분해 등을 통해 전기와 난방열 또는 가스 생산)한다는 얘기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소각률이 80%에 달하고 매립률은 단 1% 수준이다.
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률은 7.8%, 소각률은 5.9%로 소각보다 매립이 많은 나라다. 매립은 중장기적으로 토질과 식수를 오염시키고, 이는 곧 상수도 및 해양 오염으로도 이어져 동식물 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폐기물의 처리 방식이 매립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하물며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쓰레기책 저자 쓰레기센터 ‘이동학 소장’ 발언문 참조 2021.07.07.
하지만 이러한 폐기물 처리시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선 님비현상으로 누구도 섣불리 얘기 꺼내지 못한다. 당장 내 집 앞에 그런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주민 전체가 데모하고 난리가 날 게다.
앞서 언급한 유럽은 어떠할까. 오스트리아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세련되고 멋진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연간 25만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12만 메가와트의 전기와 50만 메가와트의 지역난방을 빈 시내 약 6만여 가구에 제공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암벽타기를 즐길 수 있는 외벽과 사계절 운영하는 옥상 스키장으로 지역 명소를 넘어 해외에서도 찾는 유명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곳에서 배출하는 평균 공기와 수질 수준은 EU 및 덴마크의 허가기준을 압도적인 차이로 만족시키며, 강력한 안전장치를 구비했다.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을 넘어 코펜하겐이 자랑하는 명소이다.
여담이지만 여긴 실제로 본인도 방문해보았다. 내부 소각시설을 견학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여느 레포츠 시설이 갖춰진 대형 레저쇼핑몰인 줄만 알았다. 스키복과 장비를 갖추고 많은 가족 단위가 오가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을 누가 쓰레기 소각장이라 상상이나 하겠는가.
물론 이러한 대형 폐기물 처리시설은 국가 차원의 정책과 방향이 서야 한다. 기술의 뒷받침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사실은 폐기물 처리장이지만, 누구도 상상못한 창의적이고 멋스러운 건축물에 신세계그룹의 유통역량을 응집해, 어느 쇼핑몰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 채워진 한국판 아마게르 바케. 그룹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기성 폐기물을 이곳에서 모아 처리하고, 회수한 에너지는 다시금 전국의 사업장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멋진 서큘러 이코노미. 미래의 어느 이마트 또는 스타필드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플라스틱 소비 선순환을 위해 당장 우리 리테일 업계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칼럼 3편[플라스틱, 묻지 말고 따져야 하는 이유]에서 UN이 권장하는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Waste Sustainable Management) 위계를 소개했다. 당시에도 말했지만 매립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방법이며, 지속할 수 없는 처리 방법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감량(Reduce)’이다.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선이 바로 재활용이다. 여기까지 당장 우리도 해볼 만한 과제 같다. 물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고, 많은 생산자 역할을 하는 제조 협력사 협업과 고객 동참이 전제된다.
혹자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리드해서 모든 입점 협력사에 강력한 포장재 감축을 요구하길 바라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이마트의 개선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외부에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해관계가 너무도 많다. 고객 역시 그 니즈가 굉장히 다양하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걷어내라고 요구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포장재를 걷어내서 불편하다고 항의하는 고객 또한 상당하다.
포장재를 줄여보고자 대형마트 최초로 리필 매장을 오픈했지만, 이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위생과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에 따라 사용토록 한 지정 리필용기를 두고, 이를 팔아 보겠다는 계산 아니냐며 오해하고 비난하는 이도 많다. 담당자는 다소 황당해하고 억울해도 하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과 니즈, 그리고 오해마저도 이젠 문득 이해도 되고 그 또한 나름 필요한 역할이 되어줌을 느낀다.
한가지 변을 하자면, 이마트가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수년 전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이마트 역시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하는 시대다. 또한 시장을 지배하는 그 누구도 상대 협력사에 강압적인 요구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공정거래 시대이기도 하다. 경쟁과 공정의 이데올로기 앞에서 이마트는 혼자가 아닌 함께를 그리며, 많은 주변 이해관계자, 협력사와 끊임없는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나름의 분명한 원칙과 기준, 가이드가 되어줄 택소노미(Taxonomy)를 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언젠가 이마트의 택소노미가 결국 경쟁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이 시대 리테일 시장 전체로 자연스레 문화로 확산하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혼자 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원더플한 협업
최근 이마트는 투명 음료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여 보내주면 페트병 원사로 만든 예쁘고 힙한 코카콜라 알비백*으로 돌려주는 ‘원더플 캠페인’을 시작했다. ‘원더플’은 한 번 더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폐플라스틱 페트가 아임백(I’m back)하는 원더플한 이야기다.
국내에서 연간 배출하는 페트병만 약 49억 개, 지구를 10.6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고품질 자원으로 가치가 높은 음료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시작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지난해 12월 시작해 6개월여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7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본 캠페인은 이러한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올 하반기 동안 총 4,200명에게 8,400개 회수 box를 제공하여, 약 20여 톤의 투명 음료 페트병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미션을 완수한 고객들에겐 회수한 페트병으로 업사이클하여 만든 알비백 4,200개와 업사이클 캠핑박스 1,400개, 라벨제거기 콕따 3,000개 등 푸짐한 선물을 제공할 계획이다.
* 알비백 : SSG닷컴의 새벽배송 포장재 감축을 위해 사용하는 재사용 보랭가방
본 캠페인은 고객에게 분리배출에 대한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시작했다. 투명하게 전과정을 공개하고 그 결말까지 확실하게 공개하는 것. 우린 평소 가정에서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지만, 그게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사실 그간 분리수거를 하라는 교육만 받아왔지, 그 후의 처리 과정은 잘 교육받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도 무관심했다.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는 막연한 믿음만 있었을 뿐. 자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더럽고 냄새나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해도 그저 애써 외면해 왔다. 그래서 시키니까 하지만, 내가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쓰레기의 결말을 알지 못하니 그 보람이 적다. 내 할 일 다 했는데 자꾸 쓰레기 이슈에 대해 소비자 책임론이 나오자 마음만 불편해진다. 그리고 그 화살은 생산자와 유통자에게 다시 돌아간다.
그런데 이젠 많은 이들이 인정하기 시작한 듯하다. 남 일이 아니라는 것.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것. 우리 모두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우리 사회의 협업이 보다 원활하도록, 그리고 이들의 선한 의지가 쉬이 지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는 것. 바로 우리 신세계가 가장 잘하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미션이다. 또 다른 원더플한 협업을 이어갈 파트너사는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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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지구의 내일을 우리가 함께,
리테일 유니버스 어딘가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