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전략 강화를 위해 조만간 회사명을 바꿀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재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이다.
과거의 가상세계가 공허함이나 현실과 분리된 이질적인 것을 보여줬다면, 작금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한다. 더불어, 메타버스는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는 현실 속 다른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나를 위한 세상’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빠져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메타버스의 인기는 2019년 겨울 유산슬과 함께 등장한 ‘부캐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 현실의 상황을 벗어나 메타버스의 아바타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다 보면,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성향이나 기질 또는 취향을 찾을 수 있다. 멀티 페르소나는 내 안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 혹은 일상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돌파구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SNS를 통해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SNS 유저들은 운동하는 모습, 핫 플레이스에서 보내는 시간 등 타인이 부러워할 만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과 반응을 즐긴다. 기본적인 생활을 넘어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내면의 모습을 찾으며 개인마다 만들고 싶은 삶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신조어가 소비 기준으로 떠오른 이유다.
*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
호텔도 이러한 삶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물론 호텔이 갖는 서비스의 본질과 사회적 공간이라는 가치는 변함없다. 다만 호텔이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호텔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변화한 건지, 트렌드에 따라 호텔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변화했는지, 그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호텔도 일상의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비일상을 만족시키고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가상의 공간에 삶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 활동을 보면, 호텔이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자주 등장한다. 가상세계에서 호텔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모든 과정이 일상이 된 셈인데, 현실에서의 부담감과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보인다.
참조: <“메타버스가 다시 오고 있다”-메타버스를 둘러싼 기술적·경제적·사회적 기회와 현안>,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오연주 책임연구원
* 라이프로깅(Lifelogging): 개인의 일상을 인터넷 또는 스마트 기기에 기록하는 것. 취미, 건강, 여가 등에서 생성되는 개인 생활 전반의 기록을 정리·보관해 주는 서비스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 5월 오픈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은 럭셔리 호텔의 기준을 보여주고자 공간 하나하나에 최상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리고 현재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주말 객실 예약은 꾸준히 만실을 이어가는 중이다. 객실만이 아니다. 코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 중식 파인 다이닝 ‘더 그레이트 홍연’,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 등의 식음 공간은 미식가들의 성지로 평가받으며 꾸준히 인증샷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선호텔의 헤리티지 스토리가 녹아든 ‘1914 라운지앤바’는 예약대기가 걸릴 정도다.
비일상의 일상화, 현실과 분리된 일상에서 해방감을 선사하는 것은 최근 인기 있는 호텔 콘텐츠의 공통 키워드다. 부산 해운대와 제주에 선보인 그랜드 조선은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공간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특히, 헤븐리 풀(Heavenly Pool)과 그랜드 조선 제주 루프탑에 마련된 피크 포인트(Peak Point)는 인생 사진 명소로 주목받았다. 그랜드 조선에 방문한 고객들은 개성을 담은 SNS 콘텐츠로 각자의 해방감을 뽐냈다. 레스케이프는 파리지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파리 감성의 공간이다. 호텔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호텔은 프랑스 파리를 추억하거나 파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서인지 호텔을 찾는 고객들은 옷차림 하나, 포즈 하나에서도 일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비일상을 즐기고, 그러한 경험을 누리는 것에 익숙한 고객이 많아지면서 레스케이프는 스타일리쉬한 국내 유일 부티크 호텔로서 입지를 굳혔다.
오픈과 동시에 판교 지역의 모던하고 개성 있는 공간으로 이름을 알려 지역민들에게 인기인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역시 고객들의 이미지와 특성을 대변한다. 이 호텔은 젊고 자유로운 에너지로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함으로써 그래비티만의 세계관을 더욱 스타일리쉬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래비티가 보여주는 공간의 가치에 공감하고, 경험하고, 그 삶을 공유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시공간이 연결되는 것처럼, 현실에서 호텔이 삶의 허브 공간(Your Modern Hub)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선보이는 호텔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전과 달리 고객의 성향에 집중하고, 경험을 설계하며 각각의 독특한 스타일을 확립한다. 같은 브랜드도 비슷한 느낌의 브랜드 경험을 고수하지 않는다. 브랜드 철학과 에센스만 유지하며 콘텐츠 중심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이 일종의 메타버스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할 수 있는 가상세계에 열광하는 흐름은 내가 원하는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성향과도 이어진다. 일명, ‘미닝 아웃’*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이는 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마치 부캐 하나를 보여주는 것과 동일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거나 원하는 삶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특정 브랜드를 소비한다. 또한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가 개인의 성향과 부합한다고 여겨지면 언제든 다른 소비보다 우선하려고 한다.
* 미닝 아웃: 소비 행위 등을 통하여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와 경험이 또 다른 메타버스가 되어 새롭게 고객을 끌어들이는 시대다. 고객이 소비하고 싶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국내외 호텔업계도 탈바꿈 중이다. 주도적으로 변화한 호텔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얻는다. 이제 호텔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어야 한다.
신정연 조선호텔앤리조트 브랜드전략팀 팀장
공간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브랜드가 되는 호스피탈리티 세상
온오프라인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