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ESG 경영의 방향키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TV를 켜면 환경을 주제로 한 각종 광고가 넘쳐난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기업이 서로 ESG를 앞세우며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이 흐름은 SNS에서도 이어진다. 기관이나 기업,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다양한 캠페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참여하는 #플로깅 #줍깅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프리 #용기내 #NO플라스틱 #비건 등 각종 환경 관련 해시태그를 담은 챌린지와 인증 콘텐츠도 급증하고 있다.
#제로 # 비건 #죄책감 #줄이다 #무제한의 역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한 환경 컨퍼런스에서,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환경 트렌드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를 소개했다. 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급상승 키워드다. 연관 검색어까지 함께 살펴보면 유통업체가 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키워드들이 ESG 경영에 던지는 인사이트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인포테인먼트 컨퍼런스 <환경 읽어드립니다> 중 연사로 참여한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부사장
#제로
지금까지 ‘제로’나 ‘無’가 붙는 곳은 제로 칼로리, 무항생제, 무첨가와 같은 ‘내 몸에 유해한 것들 을 걷어낸 건강한 식품’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 제로 플라스틱, 무알콜, 무독성, 저탄소’ 등으로 환경에 유해한 것들을 걷어낸, 지구 건강을 생각하는 상품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컨퍼런스에 소개된 키워드 증감 변화를 보아도 그렇다. 상위 Top10과 하위 Top10을 비교해보면, 제로 플라스틱은 2,359%, 제로웨이스트 137% 등 환경 관련 내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저칼로리 -25%, 무카페인 -21%, 제로칼로리 -16% 등 식품 관련 언급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유해한 물질을 빼고 없애는 행위가 내 몸을 챙기는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내 몸을 지키듯 환경을 지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는 이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이마트에서 진행한 친환경 상품 행사는 정부가 보증하는 환경표지, 우수 재활용인증 등 녹색 상품이나 유기농, 무농약 등의 먹거리 중심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재생 플라스틱 패키지를 도입한 신선 상품, 바가스* 펄프 패키지로 변경한 델리 상품, 매출액 1%를 나무심기에 기부하는 ‘노브랜드 나무심는 화장지’, 세탁세제나 헤어/바디케어 상품을 리필용기에 담아갈 수 있게 만든 리필스테이션 등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포맷이 주목 받고 있다. 지구와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나아가 소비패턴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
* 바가스 : 사탕수수에서 설탕액을 짜내고 남은 섬유소
#비건
인터넷에 ‘비건(vegan) 지도’를 검색하면 비건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을 소개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성수동을 비롯해 홍대, 한남동 등 요즘 핫하다는 지역에는 비건족을 위한 가게가 꽤 많다. 필자는 비록 비건은 아니지만, 일부러 비건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해 본 적이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생각은 비건이란 ‘채식주의’라는 하나의 신념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힙한 라이프스타일’로도 인식된다는 것이다. 단지 그 공간에서 내가 비건 상품을 구매하고 향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건강하고, 힙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런 코드는 MZ세대가 중심이 되는 인스타그램 인증샷과 해시태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컨퍼런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인스타그램에서 ‘비건’의 언급량은 8.7배나 증가했다. 연관 검색어까지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연관 키워드로 가장 많이 하락한 top20에는 식생활, 식습관, 건강, 다이어트 등이 있고, 가장 크게 증가한 top20에는 트렌드, 가성비, 유행, 인증, 패션, 독서, 미니멀라이프, 메이크업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비건’을 떠올렸을 때 연결되는 키워드와는 전혀 다르다. ‘비건’이라는 가치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발표자는 이에 대해 환경과 일상이 직접적인 접점을 갖기 시작하며 나타난 변화라고 말한다.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패션이나 삶의 태도 등으로 확장된 ‘힙합’처럼, ‘비건’이 환경에 쓰는 소비, 미니멀 라이프 등을 포함한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비건’은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신념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는 콘텐츠가 된다. 비건 샴푸, 비건 화장품, 비건 레더로 만든 코트나 가방이 각광받으며 MZ세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소비되는 것처럼 말이다.
#죄책감
매출액 1%를 나무심기에 기부하는 ‘노브랜드 나무심는 화장지’는 담당 바이어의 죄책감에서 시작되었다.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지내던 어느 날, 바이어는 어린 자녀의 질문을 받았다. “아빠는 왜 나무를 베는 상품을 팔아?” 그는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안 쓸 수는 없고, 보다 환경적으로 만들되, 쓰는 것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그만큼 나무를 심자’는 일명, ’Guilty free’ 상품은 그렇게 탄생했다.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죄책감 키워드의 변화도 매우 흥미롭다. ‘죄책감’이란 키워드는 2016년 이래 3.2배나 증가했다. 연관 검색어의 경우 2017~2018년에는 ‘엄마, 상처, 스트레스, 가족, 남편, 부모, 아버지, 아가, 자식’과 같은 인간관계에 관한 영역들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2019~2020년에는 ‘음식, 반려견, 인권, 인격침해, 동물학대, 비건, 동물보호, 쓰레기’ 등 환경, 동물, 음식과 같은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대된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이를 사람들이 더 많은 영역에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구와의 관계로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환경재해 등을 반복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생긴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죄책감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이어진다.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 선물이나 여행으로 나타났다면, 환경과 지구에 관한 죄책감은 비건, 동물보호, 친환경 상품 구매 등으로 나타난다. ‘노브랜드 나무심는 화장지’의 경우도, 동일한 화장지가 해당 브랜드 로고를 달고 리브랜딩한 뒤 고객의 호응이 높아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마트 고객의 소리나 SNS, 손편지 등을 통해 겹겹이 포장된 패키지 상품과 쌓여가는 재활용 쓰레기로 죄책감을 느낀다며 그 고통을 토로한다. 고객의 죄책감에 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또 대응해야 한다.
#줄이다
‘죄책감’에 이어 나타나는 키워드가 바로 ‘줄이다’다. 컨퍼런스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월 평균 3,966건이었던 ‘줄이다’ 키워드는 2020년부터 월 평균 5,180건으로 급증했다. ‘줄이다’의 연관 키워드 역시 양, 씀씀이, 용량, 쓰레기, 배달음식, 플라스틱, 불필요한 소비, 고정지출 등 불필요한 지출과 관련된 내용이 함께 늘어났다. 특히,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해서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송길영 부사장은 그 이유를 코로나 펜데믹 이후 홀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간 관습적으로 해오던 소비를 다시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본다.
과거 새벽배송 등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불필요한 ‘양’을 줄이는 데도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줄여진 소비는 선택적 소비를 통해 가치 소비로 향하게 되지 않을까?
이는 경쟁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오로지 빠른 배송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SSG닷컴을 비롯한 신세계그룹 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불필요한 자원 소비에 대한 반성과 함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고객의 태도는 사회 전반의 소비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이마트, SSG.COM, 코카콜라가 함께 한 음료 페트병 회수 캠페인 ‘윈더플 캠페인’의 참여 지표는 무척 놀라웠다. 총 4,200명 모집에 약 4만여 명의 참여자가 몰릴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지난 6월 이마트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했던 모바일 영수증 캠페인 이벤트 에는 8,1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인바 있으며,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 줍깅 캠페인도 많은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무제한의 역설
‘무제한’에 대한 언급량은 2018년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무제한’과 연결된 감성어를 과거와 비교해본 결과도 무척 흥미롭다. 과거 ‘괜찮다, 필수, 믿다, 대박’과 같은 키워드와 연결되었지만, 2021년에는 ‘많다, 필요없다, 부담, 제한있다, 갈아타다’ 등의 단어로 큰 변화를 보인다. 이에 대해 발표자는 더 이상 무제한이 매력적이지 않은 시대, 대량 생산시대의 종말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한다. 낭비가 심한 경제 시스템은 이 사회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 이미 자연스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싸게 많이 팔 수 있다면 좋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앞서 언급한 ‘죄책감, 줄이다’와 같은 키워드에서 볼 수 있듯, 소비의 방향은 이제 지구와의 공존으로 향하고 있다.
# ESG경영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지난 10월 7일, 구글과 유튜브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콘텐츠에 광고 게재 및 비용 지불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콘텐츠 옆에 광고가 표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광고주들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고 한다.
한때, 우리 주변에도 온실가스 음모론을 운운하며 이러한 시대의 도래를 믿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다. 배출권 거래제가 국내에 시행될 리 없다 했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친환경을 컨셉으로 브랜딩하는 상품을 두고 마케팅의 수단일 뿐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환경에 보다 나은 상품의 개발에 집중한 기업들은 그 지속가능성을 무기로 고객으로부터 응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IT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도 환경 분야에서 많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겹도록(?) 중요하다고,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환경 이야기를 해 왔기에 겨우 가능해진 변화다. 이제는 멈출 수 없는, 멈춰서도 안 되는 생존을 위한 거대한 움직임이다. 삶의 판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자, 이제 환경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자. 옛날 이야기는 그만두고,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당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기업들이여, 지속가능성을 챙기자. 환경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춘 혁신. 그게 ESG경영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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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지구의 내일을 우리가 함께,
리테일 유니버스 어딘가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