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가 지도, 택시, 배송 그리고 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에서의 정보 흐름이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흐름과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중심의 비즈니스에 오래 몸담고 있던 저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물류(Logistics)’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접점의 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서 데이터 기술을 중심으로 한 첨단 물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로지스틱스(Logistics)라는 말은 프랑스어의 Logis(영어로 Lodging; 숙박)가 어원입니다.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전쟁 시 부대의 배치(Deployment)와 그에 따른 다양한 물적 이동-식량, 군수, 이동수단(말) 등-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후 19세기 프랑스에서 ‘Logistique’라는 명칭으로 이 분야가 체계화되면서 현재의 ‘Logistics’라는 말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어원이 가진 역사처럼 물류의 발전 역시 전쟁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 물류는 세계 2차대전을 거치며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이후 기계화, 이론화, 학문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소비재의 다양화, 경제의 글로벌화, 첨단 기술의 발달 등을 통해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물적 유통을 넘어 생활의 가치까지 창출하는 핵심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1세기의 디지털 가속화와 함께 찾아온 물류의 혁신은 결국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1. 데이터 혁신
다양한 센서 및 IoT(Internet of Things)등을 통한 데이터 수집(Acquisition), 그리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등 다양한 수학적 기술을 통한 예측(Forecast) 및 운영 효율화(Optimization).
#2. 자동화 혁신
제어계측(Control Systems), 로보틱스(Robotics) 그리고 영상인식(Image Recognition)등 AI기술 등을 통한 직접적인 물류 운영 및 운송의 자동화.
이미 SSG.COM에서는 OMS (주문 관리 시스템; Order Management System), WMS (창고 관리 시스템; Warehouse Management System), WCS (창고 제어 시스템; Warehouse Control System), 그리고 TMS (운송 관리 시스템; 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등의 물류 관리 시스템의 내제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 및 시스템의 자동 제어, 나아가 미래 물류에 대한 다양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류 혁신에 대한 이야기 소재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몇 가지 기술 트렌드를 선택해 소개하고 물류 산업 혁신의 지향점과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간단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첨단 제어기술의 집합체,
창고 자동화(Warehouse Automation)
SSG.COM 김포 NE.O.003의 자동화 시스템 (사진: SSG.COM)
SSG.COM 물류 창고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그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수 많은 인력과 차량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코디네이션에 또 한번 놀랍니다. 창고 자동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DAS (디지털 분배 시스템; Digital Assorting System), DPS (디지털 피킹 시스템; Digital Picking System), 소터(상품 분류 장비; Sorter)등 다양한 약어가 등장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는데요. 그만큼 창고 자동화는 첨단 제어기술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SG.COM의 경우 김포의 NE.O.002와 NE.O.003 그리고 하이브리드 스토어인 이마트 청계점 EOS(Emart Online Store) 센터를 통해 창고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물류 관리 시스템 내제화로 다양한 경험 및 운영의 노하우를 습득했는데요. 최근 이마트 이천점의 EPP(Emart Picking and Packing) 시스템 자동화는 SSG.COM Logistics/SCM팀의 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창고 자동화, 특히 창고 로봇의 경우는 최근 AI의 발달과 더불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인데요. 최근 아마존(Amazon)이 인수한 Kiva Systems라던가, 중국의 유니콘인 Geek+, 그리고 전체 창고형 로보틱스를 제공하는 AutoStore등 다양한 신흥 주자들이 경쟁하면서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SSG.COM도 SSG Lab을 운영하며 이러한 최신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AI팀이 자체 개발한 고도의 이미지 분류기(Image Classifier)를 자동화 EPP의 상품 분류 장비(Sorter)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려고 하는 작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이미지 분류 기술은 창고뿐만 아니라 SSG.COM앱 내 고객 서비스인 쓱랜즈(SSG Lens) 그리고 물류창고 내 상품의 각종 이슈를 미리 찾아내는 위기 관리 시스템(Risk Management System)의 일부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성과 뒤에는 SSG.COM과 이마트의 복합적인 물류체계 지원과 효율화 작업 그리고 물류 선진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과 준비가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대응,
예측 물류(Predictive Logistics)
공급 및 수요 등의 예측(Forecast or Prediction)은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매우 중요한 토픽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아마존은 광범위한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미리 수요를 예측하고 인벤토리를 이동시키는 예측 물류(Predictive Logistics)를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운영의 효율화는 물론 철저한 재고 관리를 통한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까지 이루고 있습니다.
이전의 기록을 통해 수요 예측을 하는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이제는 검색력이나 구매력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와 인구 통계학적 정보를 반영해 매우 정밀한 계산이 가능합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의 배경에는 다양한 빅데이터 저장(Big Data Storage) 관련 기술과 Big Query, Spark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RNN(순환신경망 모델; Recurrent Neural Network), LSTM(장단기 기억 모델; Long Short-Term Memory)같은 다양한 기계학습 방법론 등 최근 10여 년간의 다양한 기술 개발과 혁신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SSG.COM에서도 추천예측팀이 이미 제품 수요예측 및 자동발주를 시스템화하여 활용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능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XGBoost, LSTM 등 최신 기계학습 기술 및 다양한 피쳐 셋(Feature Set)을 동원하여 예측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추천팀이나 변동가격제(Dyanmic Pricing)팀과 협력하여 수요부터 가격, 프로모션, 배송까지의 모든 운영 과정을 전체론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문 앞까지,
라스트마일 자동화(Last-mile Automation)
자율주행차량의 발전과 함께 자율배송로봇, 드론, 그리고 자동배송차량 관련 기술도 유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의 문 앞까지 물품을 배달해 주는 라스트마일(Last-mile)*은 고객 기대치 상승과 배송인력시장의 변화 등으로 더욱 핫하게 떠오른 영역인데요. 아마존의 배송 드론 실험이라던가, 미국의 Starship 배송 로봇, 그리고 월마트의 Nuro 자동 배송 차량 등은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기술입니다.
*라스트마일(Last-mile): 유통이나 운송 과정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
하지만 이런 배송 기술들은 서울같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는 적용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선 배달의 민족의 딜리(Dilly)같이 엘리베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버티컬 딜리버리 로봇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도요타의 우븐시티(Woven City)같이 도시 설계 자체에서부터 이러한 라스트 마일 자동화 컨셉을 적용한 아이디어도 발표되었는데요.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많은 기술이 실험 단계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함께 신기술들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초고도 분석으로 더욱 예측 가능하게,
투명 물류(Transparent Logistics)
최근 선물시장(Futures Market)이나 국경간상거래(Cross-border Commerce)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는 물류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Transparency and Traceability)입니다. 단순히 “내 물건이 어디쯤 있는가”를 풀어주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예측과 효율, 그리고 의사결정 등의 고도화가 주된 목적인데요. 미국 같이 물류 규모 자체가 크고 국제 물류 비중도 높은 국가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Space X등 상용 로켓 회사들로 인해 인공위성 보유 및 운영의 단가가 낮아지면서 상업적 용도의 관측 위성을 보유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위성사진을 분석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기술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광활한 미 중부 옥수수밭의 색상분석을 통해 선물가격을 예측하는 Descarte Labs나, 국제 항구의 컨테이너 수를 분석해서 물류 시간을 예측하는 Orbital Insight이 대표적인데요. 기존에 국가의 몫이었던 분석 영역을 상용화하고 그 정밀도를 초고도화하여 공급 사슬 인텔리전스(Supply Chain Intelligence)* 등의 신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공급 사슬 인텔리전스(Supply Chain Intelligence): 공급 사슬 관리(SCM) 시스템에서 추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최적화 수요 계획, 품질 관리 등에 필요한 다양한 분석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IT용어사전
흐름을 잡는자가 이긴다
자동화부터 예측까지. 이런 물류 트렌드의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온라인 비즈니스는 그 시작점부터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최적화, 비즈니스 효율화 등의 성과를 이루어 왔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와 그를 통한 비즈니스의 자동화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쉽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인간중심의 계획 및 결정, 노무 중심의 비즈니스 운영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프라인도 데이터 및 자동화 혁신을 통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은 인력과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는 기존 물류 시스템과는 달리 예측가능(Predictable)하고 확장가능(Scalable)한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고객서비스와 비용의 균형을 맞추는 정밀한 운영을 구현하는 것이죠. 온·오프 기반의 커머스가 비즈니스의 핵심인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준비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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