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예쁘게 물이 든다 싶더니 어느새 코끝이 시린 겨울이 와버렸네요. 지난 1년 동안 와인을 즐기고 사랑하는 고객 수가 무려 30%나 더 늘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홈술이 대표적인 음주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와인’은 대세 중에 대세로 등극했죠. 와인을 즐기는 숫자가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와인의 멋과 맛을 함께 나눌 친구가 많아졌다는 거겠죠? 정말 와인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 아는 만큼 대접받을 수 있는 술이 와인이라고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올겨울에는 와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시는 분들이 유독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제 피노누아, 나파밸리 정도는 식상하게 느끼실 여러분들을 위해 ‘와인 아는 척하기! 약어 편’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용어로 여러분들의 와인 상식을 업그레이드 해 보세요.
CDP(châteauneuf du pape) : 샤또 뇌프 뒤 파프
‘샤또 뇌프 뒤 파프(Châteauneuf du pape)’를 줄여서 보통 CDP라고 부릅니다. 샤또 뇌프 뒤 파프는 프랑스의 지명으로 남동부 론(Rhone) 지역의 마을 이름인데요. 우리나라 지도로 본다면 대략 대구 정도에 위치한 마을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샤또 뇌프 뒤 파프만 알아도 어디 가서 와인 좀 마신다고 명함은 내밀 수 있겠지만, 이 지역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CDP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론 지역을 알아야 합니다. 이 지역은 부르고뉴 아래 론 강을 끼고 있는 광활한 지역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하나죠. 론 지역은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나뉘는데 CDP는 남부 론에 위치하고 있어요. 워낙 넓은 땅덩이를 가진 지역이라 CDP 말고도 유명한 곳이 많아서 알아두면 멋지게 써먹을 수 있답니다. 북쪽에서부터 쭉 대표 와인 생산지를 읊어보자면 꼬뜨로띠, 꽁드리유, 에르미따쥐, CDP, 따벨, 지공다스가 있어요. 이 정도 지명만 알고 있어도 수준급의 와인 애호가로 평가받으실 거예요. 대부분의 지역이 레드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꽁드리유는 비오니에(Viognier)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유명합니다. 열대과실과 꽃향기가 풍부한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이죠. 따벨 또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로제 와인이 주로 생산되는 지역이랍니다.
다시 CDP로 돌아와서 샤또 뇌프 뒤 파프는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14세기 아비뇽의 교황들이 여름 별장으로 지내던 곳에서 유래된 이름이죠. 이곳 샤또 뇌프 뒤 파프에서 나오는 와인의 97%는 레드 와인이에요. 이곳에서는 13개 품종의 블렌딩이 허용되고 주로 그르나쉬라는 품종이 블렌딩 된답니다. 유독 많은 품종의 포도가 블렌딩되는 게 참 특이하죠. 비싼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 높을수록 와인 가격이 비싸요. 그르나쉬, 쉬라, 무드베르드, 생소 등이 비싼 품종이에요.
CDP는 부르고뉴 지역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병모양도 부르고뉴 와인병처럼 아래쪽이 넓답니다. 또한 ‘교황의 와인’이라는 별칭처럼 와인 병 라벨 위에 교황의 문장이나 성 베드로의 두 열쇠가 새겨져 더욱 고급스럽습니다.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담긴 와인이다 보니 가격이 착하지는 않은데요. 5만 원 미만으로 매장에 보인다면 한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BDM(Brunello di Montalcino) :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왔어요. 끼안띠, 끼안띠 클라시코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BDM은 끼안티나 끼안티 클라시코와 같이 토스카나(Tuscany) 지역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토스카나 시에나 지방의 몬탈치노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랍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을 말하다 보면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그리고 이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즉 BDM이 자주 언급되죠.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이탈리아 북부의 피에몬테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네비올로라는 품종으로 만들어집니다. 반면, BDM은 부르넬로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토스카나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부르넬로 품종은 보통 끼안띠 클라시코를 만드는 산지오베제와 같은 품종이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산지오베제의 변종 중에서 최상급 품종이라고 합니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직역하면 몬탈치노 지역의 부르넬로 품종이라는 뜻인데요. 실제로 몬탈치노 지역은 언덕 위에 자리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중세 스타일의 마을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 묘사는 사진으로 대신해보겠습니다.
BDM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역시나 고급와인답게 최저가가 5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혹시라도 매장에서 5만 원 근처 가격대의 와인을 발견한다면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산지오베제 품종이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산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분들도 꽤 있는데요. BDM의 우아한 맛을 접해보시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GSM : 그르나쉬(Grenache), 쉬라(Syrah), 무르베드르(Mourvèdre)
벌써 위의 두 가지 줄임말과는 뭔가 다른 점이 느껴지시죠? CDP나 BDM과는 달리, GSM은 품종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랍니다. 보통은 호주 와인 라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줄임말인데요. 그르나쉬(Grenache), 쉬라(Syrah), 무르베드르(Mourvèdre, 또는 Mataro)를 블렌딩한 와인 라벨에서 볼 수 있어요. 블렌딩 비중이 많은 순서대로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지는데요. 대부분 이 순서의 비율이 유지된답니다. 각각의 품종이 가진 무게감을 조율하면서 블렌딩 비율을 맞춰 최상의 맛을 찾아가는 거죠.
원래 GSM은 앞서 알려드렸던 프랑스 론 지역, 특히 남부 론의 대표 블렌딩 와인이에요. 하지만 구대륙인 프랑스에서는 품종을 라벨에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구대륙에서 GSM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GSM은 신대륙인 호주 와인에서 자주 볼 수 있답니다.
GSM은 CDP나 BDM보다는 훨씬 착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내 주머니 사정까지 헤아려주는 멋진 와인이죠. 그렇다면 맛과 풍미는 어떨까요? GSM의 기본이 되는 그르나쉬는 붉은 베리 향과 스파이시한 향신료의 풍미가 매력적인데요. 세 품종 중 가장 가벼운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쉬라나 무르베드르의 묵직한 바디감을 균형있게 잡아주죠. 이제 매장에서 GSM을 발견한다면 자신 있게 “GSM이네?!”하며 픽업할 수 있겠죠?
오늘은 간단히 아는 척할 수 있는 3개의 와인 약어를 소개해 드렸어요. CDP, BDM, GSM. 앞으로 입에 착착 잘 붙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제 누군가 이 와인 중 하나를 갖고 온다면 감탄사와 함께 “우와 CDP네, 영광이야~!” 라는 멘트를 한번 해보세요. 좋은 와인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마시는 술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이니까요.
때마침 이번 이마트 28주년을 기념해서 가성비 좋은 CDP가 출시됐어요. 수량은 딱 6천 병! CDP는 오픈 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나서 마시면 그 진가가 나오기 시작하니 충분히 브리딩해서 드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이제 곧 모임도 많아지고 와인이 필요한 순간도 늘어나는 연말 시즌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팁이 연말 모임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꿀팁이 되길 바라며! 이번 연말에는 더욱 다양한 와인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연시는 와인과 함께 그리고 와인은 이마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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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