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밝았다. 유통업계 또한 새로운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유통업의 본질, 업의 본질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의 본질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로 상품구성
유통업의 본질을 뒤틀어 버리는 온라인 플랫폼의 파괴력
유통업의 본질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로 상품구성(merchandising), 입지(location), 서비스(service)를 꼽을 수 있다. 이 3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공급해주는 것이 소매 유통업이다. 이러한 본질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유지되고 발전하였다.
그러나 유통의 주류(main stream)가 무형의 공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입지(location)는 과거보다 중요성이 떨어진 반면, 상품(merchandising)이 더 중요해졌다.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비교하고 살펴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는 식품이든 비식품(공산품)이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그 무엇을 하나의 멤버십으로 로그인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본질이 되었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업자가 고객을 로그인 상태로 가둬둘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많은 상품과 셀러들이 입점해야 한다. 우리는 이걸 바로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alue)으로 검증한다.
한국의 소매업에서 온라인 침투율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이어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약 475조 원 내외로 추산되며 이 중 온라인 거래액은 159조 원으로 온라인의 침투율은 이미 33%를 상회한다.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블랙홀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하는 미국의 온라인 침투율이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해 비로소 15% 수준에 이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소매업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일본의 경우 온라인 침투율은 13%에 불과하다.
반복 구매에 필수 요소, 이마트의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로 온라인 식품 구매도 일상이 되었다. 식품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고 상품을 고르는 품목이긴 하지만, 온라인 식품 유통사업자들이 식품의 신선도, 상품의 등급에 대한 기초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공개하고 선도 유지를 위한 배송과 포장 등에 신경 쓰면서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19로 팬데믹 상황에 직면하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국내 식품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26.7조 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맞닥뜨렸던 2020년의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은 43.4조 원으로 전년 대비 62.5%나 급성장했다.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에서 특히 신선식품 분야는 상품의 신선도 유지가 관건이므로 까다로운 시장 수요에 맞는 신선한 상품 공급과 배송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품목이다. 이 때문에 당일배송도 아닌, 새벽배송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식품 대비 초기 투자가 많이 소요되고, 평균 판매 단가가 높지 않아 기존 온라인 유통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온라인 유통 사업자들은 신선식품 분야에 대해 크게 집중하지 않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가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선식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적시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면 유통이 어려운 품목이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대형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경우 재고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서, 신선식품 유통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에서 식품 비중은 15~22% 내외에 불과하다. 이것도 전체 식품 비중이므로 이 중 신선식품 비중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가 이마트와 지분 교환을 통해 네이버 장보기몰에 이마트몰 상품 판매를 시작한 이유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온라인 거래액은 흔히 우리가 장바구니 가격이라고 하는 평균 구매단가와 구매 건수, 두 값의 함수인데 기존의 이마트의 상품들, 특히 신선식품은 구매 건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이마트의 상품들은 고객을 반복 구매하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고정값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 속속 등장하는 신선식품 온라인 사업자들이 이마트의 트래픽에 (-) 영향을 미치기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들이 전에 보지 못했던 이마트만의 “신선”한 신선식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시장에서 급성장한 신선식품 전문 유통 온라인 사업자가 이 부분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단시간에 급성장한 점을 봐도 이는 직매입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신세계그룹의 탱커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이베이코리아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현재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식품, 비식품 분야를 망라하고 트래픽 경쟁을 위해 무리한 할인 마케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자가 바로 신세계그룹의 새 식구가 된 이베이코리아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사업 모델을 운영하는데 오픈마켓 사업은 상품을 직매입하여 유통하는 소셜커머스나 여타 온라인 사업자와는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marketplace 플랫폼을 제공하며 판매자로부터 수수료와 광고비 등을 받는다. 거래 품목은 비식품 분야가 85% 이상으로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사의 이러한 사업 구조상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상품을 직매입해서 가격 할인 경쟁으로 역마진 상태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에 비해 매출총이익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단가가 낮은 (신선)식품보다 비싼 비식품 분야에 강점이 있어 거래액이 15조 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완성하였다(이베이코리아와 동일한 오픈마켓 사업 모델의 타사들의 경우 트래픽 확보를 위한 할인 판매가 많아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총이익률은 평균 45~55% 수준이다. 반면 여타 메가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의 매출총이익률은 30%를 넘지 못한다. 여기에 소비자 할인과 배송, 포장 등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의 경쟁 비용이 녹아 있는 판매관리 비율은 이베이코리아를 비롯,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략 40~50% 내외로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면 이들 사업자 간 영업이익 흑자와 적자의 차이는 매출총이익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태생적으로 오픈마켓 사업자가 마진을 확보하기에 유리함을 의미한다. 직매입을 통해 새벽 시간까지 배송 경쟁을 하는 온라인 식품 사업자들로서는 아직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상대적으로 마진 확보가 유리한 오픈마켓 사업 구조가 아닌 이상, 매출총이익률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면 온라인 유통의 수익성 회복의 key는 결국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판관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잘 알다시피 현재의 경쟁 강도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당장 달성하기 어려운 명제다.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적자를 줄이고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거래액이 크게 늘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15조 원 이상 되는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이마트의 기존 온라인 사업의 효율을 빠르게 개선하는데 필요한 자원인 셈이다. 더군다나 이베이코리아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전선에서 이른바 탱커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의 수평적, 수직적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
앞서 온라인 거래액은 흔히 우리가 basket price라고 하는 장바구니 가격, 즉 평균 구매단가와 구매 건수, 두 값의 함수라고 언급했는데 기존의 이마트의 상품들, 특히 신선식품은 구매 건수에 영향을 미친다면, SSG닷컴과 이베이의 다양한 상품들은 이마트 온라인 사업의 수평적, 그리고 수직적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평균 구매단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SSG닷컴과 이베이가 제공하는 패션/명품은 신선식품에 비해 판매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수직적 확장) 신선식품 중심의 직매입 상품 외에 훨씬 더 다양한 상품군을 경험(수평적 확장)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비 행태는 가격이 비싸면 구매 빈도가 크게 떨어지고(ex. 백화점), 가격이 극도로 싸면 구매 빈도가 상승(대표적으로 쿠팡 사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트래픽도 증가하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은데,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외연 확장에 필수 요소인 트래픽 증대와 basket price 가격 상승 모두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2022년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에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카드가 많아 보인다.
소비자들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파워를 느끼려면,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는 매일, 매주 구매하게 되는 이마트 only 신선식품과 로그인 한 번으로 각종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에코시스템 사업자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W컨셉 인수 이후 온라인 사업의 전열과 위용을 갖춘 채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커머스 패권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고 용맹이다”
– 군사학 논고,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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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현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유통·의류 팀장(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