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배우 공효진, 전혜진, 이천희가 출연한 영화 <보통의 용기>가 개봉했다. 작년 하반기 방영된 KBS 환경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무해하게>의 환경다큐 영화 버전이다. 탄소 없는 생활을 해보겠다며 무작정 떠난 에너지 자립섬 죽도에서, 환경에 진심인 배우들이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펼치며 겪는 우여곡절을 그려낸 영화다.
당시 우연히 방송에 출연했던 이마트는 그들과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나눈 후, 실제로 패키지를 개선한 여러 상품을 출시했다. 영화에도 그 과정들이 잘 담겼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겠다. 이번 글에선 영화가 아닌 출연 배우들과 이마트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Do right Now!
배우들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무척 두려웠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 환경전문가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환경예능 출연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진심이 자칫 오해와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공효진은 KBS뉴스 인터뷰에서 “심지어 텀블러도 두고 와서 물도 못 마실 지경”이라며 “개인적인 인터뷰면 20년간 했으니까 자신 있게 인터뷰할 텐데,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니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수병을 들었다가는 아무래도 감옥에 끌려갈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환경에 대한 애정과 진심과는 별개로, 제작진과 배우들이 짊어져야 했을 그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데 이건 이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이라는 주제에 있어 이마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선택은 업계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큰 힘을 갖고 있고,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 역시 감당해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시도, 작은 변화를 위한 선택조차 쉽사리 언급하지 못하고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던 어느 마블 영화의 명대사처럼, 이마트는 그래야 한다. 그래서 정말 우연히 선한 취지로 진행된 프로젝트였음에도 왜곡되어 상업적으로 비춰지진 않을까, 바이어의 노력과 진심이 담긴 개선안이 완벽하지 못하다며 비난 받지는 않을까 솔직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이마트도 용기를 냈다. 사실 완벽한 정답과 솔루션이 아님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의 과정을 담고 이를 공유해보자는 취지였다. 여러 이해관계자와 현실을 감안한 작금의 최선 말이다.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거나 미완이라고 하여 용기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비난이 두려워 위축된 채 아무런 도전도 시도도 해보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궁극의 완벽함보다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 Knowing(앎)에 그치지 않고, 바로 지금 Doing(행동)하는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러한 꾸준한 시도의 과정에서 좀더 보완하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Ing(진행형)이니까 말이다.
PSI, Reactive → Proactive, Standardize → Evolutionize의 시작
본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과거 그린피스의 국내 대형마트 플라스틱 감축노력 성적표를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낮은 성적의 이유로 ‘택소노미*’의 부재와 투명한 정보공개 및 공감의 부족을 들었다. 우리의 명확한 기준과 철학, 목표와 계획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이행한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 말이다.
* 그린 택소노미 : Green Taxonomy.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
얼마 전 이마트는 국내 업계 최초로 상품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위한 PSI*(Product Sustainability Initiative)를 공개했다. 이마트 PSI는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이마트의 기준과 원칙, 그리고 철학을 만들어가는 연구 담론이다.
* 2022 이마트 PSI Phase 1 연구보고서 보러가기
이마트가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소통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로서, 지속가능한 상품의 영역을 크게 4대 부문 △친환경 상품 △책임있는 원재료 소싱 △건강영양&안전 상품 △지속가능 포장&플라스틱으로 나누고, 부문별 과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정의하는 ‘지속가능상품’ 개념 정의와 기준을 마련한 셈이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대내외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통의 정의와 용어, 기준 등의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WWF(세계자연기금)와 함께 연구를 진행해 발표한 PSI Phase 1에는 ‘원재료 소싱 로드맵 및 지속가능 포장지표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결과물을 담았다.
원재료 소싱 로드맵에서는 원재료별 환경∙사회적 이슈들을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하여 총 7개의 원재료(수산, 축산, 팜유, 임목재, 면직물, 대두, 코모디티)를 도출해 선정하고, 우선 전환 상품군별 3단계 로드맵을 제안하고 있다.
지속가능 포장 지표 부문에서는 3R(Reduce, Reuse, Recycle) 원칙에 입각한 지표정의서와 기준을 정립한 후, 주요 상품군 14개에 대한 감축 및 개선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7대 평가지표(포장공간비율, 포장횟수, 재포장, 재활용가능소재, 재생소재, 바이오소재, 에코디자인)를 개발했다. 나아가 최근 이마트는 이를 현장에서 보다 쉽게 이해하고 보다 나은 포장을 적용하기 위한 ‘Playbook’도 추가로 제작 중이다. 흩어져 있던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Doing’이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이렇게 용기 내어 PSI를 만들고, 이러한 시도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도, 환경단체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자성에 비롯해, 우리 사회와 고객의 요구에 Reactive(반응)가 아닌 Proactive(선도)하기 위함이다. 업계가 가야 할 길을 그저 Standardize(표준화)하기 위함이 아닌 Evolutionize(진화)하기 위함이다. 이마트의 장바구니 캠페인(비닐쇼핑백 없는 점포)도, 모바일영수증 캠페인(종이영수증 없는 점포)도 과거 그렇게 이마트가 용기 낸 덕분에 시작됐다.
그러기에 이제 막 시작한 PSI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업데이트되며, 지속적인 확장과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세운 기준들에 대해 Knowing(앎)에 그치지 않고 Doing(실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PSI는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와 유관 업계 전체에 지속가능 상품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나침반 역할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It is absolutely worth it to say that today we wrote history
(오늘은 우리가 역사를 썼다고 말할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 결의안이 통과된 날, 에스펜 바스 에이데 UNEA 의장이 한 말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본 합의는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 이후 국제사회 최대의 친환경 합의(그린 딜)라고도 평가된다. 오는 2024년 말까지 협약 안건 완성을 목표로 회원국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합의안 통과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환호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가슴 뭉클해진다. 해당 협약이 전 세계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터, 이러한 결정에 동참한 회원국들 모두의 용기에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영화 <보통의 용기>에 나온 촬영지 죽도의 해지는 노을 풍경은 CG가 아닌 100% 리얼, 자연이 준 선물이다.
이마트의 우연한 출연 기회로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며 보았던, 그 붉게 빛나던 노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저런 멋진 선물을 우리는 매일 받고 있는데, 우리 모두 겁내지 말고 용기 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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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지구의 내일을 우리가 함께,
리테일 유니버스 어딘가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