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콜라비,엔다이브,파스닙… 셰프가 사랑하는 채소 이야기

2015/07/27

신세계그룹 블로그의 시작을 축하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블로그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 프리랜서기자·셰프, 박준우

 

요즘 장을 보러 마켓에 들릴 때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요리를 사랑하는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다양해진 식재료입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이 재료를 모두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테죠. 하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음식 관련 TV 프로그램과 함께 셰프들의 레시피가 많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은 매일 똑같은 식단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동네 마켓에서도 글로벌 식재료를 손쉽게!

자! 우리가 장을 보는 곳들을 둘러 볼까요? 동네 슈퍼마켓에만 들러도 비트나 콜라비 정도는 구할 수 있습니다. 땅콩호박이나 돼지감자도 대형마트 한쪽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식품코너에는 엔다이브나 파스닙처럼 이름도 생소한 재료들도 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모두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상대하는 도매상을 찾거나, 외국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이태원, 한남동의 수입마켓에 가야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죠.

다양한 채소를 찾는 세계의 다이닝 트렌드가 이제 국내에도 영향을 준 것일까요? 드디어 늘 같은 채소를 먹는 지루한 식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식의 본고장 프랑스, 잊혀진 채소를 식탁위로 올리다!

식재료의 세계화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 대표적 예가 미식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이슈가 된 ‘잊혀진 채소들’이죠. 직역해놓고 보니 조금 어색하게 들리는데요. 프랑스의 잊혀진 채소는 과거에 즐겨 먹었지만, 지금은 찾기 힘들어진 채소를 말하는 것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잊혀진 채소의 맛과 영양을 재조명하고, 다시 찾아 먹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잊혀진 채소를 찾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잊혀진 채소의 소비도 증가세를 보여왔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프랑스 가정식과 레스토랑의 접시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트렌드와 함께 식탁 위에 올라온 채소가 바로 앞서 얘기한 파스닙, 돼지감자, 콜리비 등이죠. 이 채소들은 사실 프랑스가 전쟁을 겪던 시절 서민들의 주된 식재료였습니다. 이 재료들에 스며있는 가난의 이미지는 이들을 한물간 채소로 만든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수확 기간도 길고, 손이 많이 가는 수익성 낮은 작물들이죠. 공산품이든 농작물이든 수익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20세기에 이들 식재료에 대한 푸대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빨리 자라고, 과육이 단단해 상처를 덜 입는 품종이 유통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식탁은 조금 재미없어졌죠.

 

더 재미있는 식탁을 만드는 노력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무료한 식탁은 꼭 미식가에게만 느껴지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대중 역시 늘 새로운 것을 원하기에 젊은 농부들과 요리사들은 열정적으로 새로운 채소를 재배하였고, 이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왔죠. 최근에는 경기도 지역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특수 채소를 재배하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고, 패션프루츠나, 중국 원산의 수박무 같이 색이 예쁜 채소들도 많이 재배하고 있습니다. 판매자들은 이들을 확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죠.

정말이지 매우 반가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닌데요, 다시 프랑스의 상황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죠. ‘쾨르 드 뵈프(Coeur de boeuf)’라는 품종의 토마토에 대한 것입니다. 이 토마토는 울퉁불퉁한 비주얼 때문인지 시장에 나타나자마자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맛과 향도 없이 모양만 그럴듯한 이 제품에 소비자는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식재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품질입니다. ‘잊혀진 채소들’이 인기몰이를 하게 된 것은 그 바탕에 맛과 영양, 그리고 원산지나 정보 등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비를 확산하는 가장 기본은 홍보 이전에 재료가 가진 이야기와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