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하나의 산을 넘었다
저는 보청기를 통해서 작은 소리만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주로 입 모양을 보는 구화로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죠. 처음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을 때 발음, 억양 연습부터 시작해 인사하는 법까지 모든 것을 하루에 수백 번씩 연습을 했어요. 남들에겐 평범한 일도 제게는 다 넘어야 할 산이었거든요. 실무에서는 고객 주문 응대가 가장 어려웠어요. 고객의 입 모양을 주시하면서 POS 화면을 번갈아 주시한 사이, 고객의 추가적인 주문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고요. 특히, 입 모양만 보고는 숏(Short)과 톨(Tall) 사이즈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아 고객에게 컵을 보여주면서 사이즈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곤 했어요. 저는 어려움을 어렵다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했어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제 겨우 하나의 산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노력과 도전 정신이 일류를 만든다
저는 지금까지 이 사람 만큼, 또는 이 사람 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없었어요. 오로지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이 더 중요했어요. 이런 제게 청각장애는 좌절이 아니라 계속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어요. 처음에는 사회생활 자체가 서툴기도 했고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것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주위의 이해와 저의 노력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가끔 새로 합류하는 파트너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요. “난 귀가 안 들려요. 내가 못 알아 들으면 터치하거나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해줘요” 라고 말이죠. 진정으로 노력하는 마음에는 모든 벽이 허물어져요.
스타벅스라는 기회의 땅
스타벅스에는 저와 같이 불편함이 있는 동료가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결국, 장애가 있다는 것은 신체 한 부분이 불편하다는 것뿐, 일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 생각해요. 스타벅스는 이러한 가치를 증명하고 바리스타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기회의 땅이죠. 예전에 외국에서 저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교포 분이 있으셨어요. 장애인 차별이 심한 한국에서 어떻게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이 궁금했다 하셨죠.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자식이 걱정되어서 이민을 한 분이셨는데요. 저의 모습을 보시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쁘다고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셨던 게 참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남아있지만 분명 여기저기에 기회는 존재해요. 많은 분이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커피처럼 성장하는 나의 모습
연두색의 파릇파릇한 커피콩은 로스팅을 거치면서 점점 갈색으로 단단해지고 향을 피워내게 되는데요. 이런 변화가 마치 저의 모습 같답니다. 앞으로 점점 더 깊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제가 되고 싶어요.
바리스타로서 나의 좌우명
한 잔의 좋은 커피에는 무엇보다 비율, 분쇄도, 물, 신선도 등의 기본요소가 중요해요. 저도 커피를 만들 때나 다른 업무를 진행할 때 항상 ‘기본’을 생각해요. 다른 바리스타 들과 똑같은 프로로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늘 처음 같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거죠.
바리스타로서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저는 휴일에 일부러 다른 다양한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음해보아요. 그렇게 하면 다양한 바리스타들의 특별한 로스팅 방법이나 다양한 원두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이런 경험들이 제가 더 좋은 바리스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