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떠났지만, 그의 손길은 여전히 호텔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
1981년부터 2016년까지 35년, 한 청년이 장인(匠人)이 되는 긴 시간 동안 신세계조선호텔 구석구석을 매만져온 손이 있습니다. 바로 신세계조선호텔 김우천 전 시설팀장님의 손입니다. 빛나는 일류 호텔을 일궈온 일류 장인의 35년. 그 시간에 깃든 열정은 여전히 호텔 곳곳에서 느껴지는데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그의 명예로운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Profile
1981. 10. 28 시설팀 입사
1981 – 1995 시설팀
1995 – 2011 신규사업개발팀 (외식사업부, 시설프로젝트, 서비스기획, 디자인기획)
2011 – 2016 시설팀장
Broadcast
2016 연합뉴스TV 기업비사 52회: 격동의 역사 품은 201호 한국 영빈관 조선호텔
2010 조선호텔 에너지 절감
Renewal Project
1997-2000 객실 1차 리뉴얼
2006-2008 객실 2차 리뉴얼
2008 LL층 리뉴얼 (아리아, 홍연, 베키아 에 누보, 격물공부) 및 20층 리뉴얼 (스시조, 라운지)
2010 9, 17층 리뉴얼 (객실 및 리뉴얼 스위트)
2011 5월 1-3층 리뉴얼 (1층: 프론트, 써클, 2층: 연회장, 3층: CAC 리셉션)
가장 노력을 기울였던 곳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문화재인 환구단 터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기가 항상 쉽지 않습니다. 공사 전 무엇보다 먼저 문화재에 영향은 없는지 ‘현상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로 가장 고심했던 것이 바로 주차장 엘리베이터 공사입니다. 기존 주차장 엘리베이터는 주차장에서 지하 1층까지만 올라와서, 고객이 지상 1층까지 한 층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와야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장애인 고객, 유모차나 큰 짐을 가지고 오거나 계단 이용이 어려운 나이가 있으신 고객들이 많은 불편함을 호소했던 점입니다. 그 때문에 엘리베이터 공사 진행 허가를 받기 위해 몇 년간 계속 노력했었습니다. 그러던 2016년, 드디어 엘리베이터 공간을 확장하지 않는 선에서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공간 구성 상 기존 2대의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여 1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다림을 최소화할 수 있게 속도를 45m/분이었던 엘리베이터를 90m/분으로 교체했습니다. 저의 노력에 유종의 미를 안겨준 이 엘리베이터, 마지막까지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를 타보고 운영 상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곳
리뉴얼 프로젝트는 ‘왜 괜히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는 동안은 너무 고생스럽고 힘들지만, 성공 후의 쾌감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바로 아리아 정원입니다. 현재 성업 중인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는 원래 뷰가 없는 저층 로비였습니다.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뷰를 만들기 위해 원래 도로였던 곳을 막고, 거기에 정원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저희끼리는 아리아가 눈을 떴다고 해서 일명 심봉사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힘들었던 프로젝트였지만 덕분에 아리아에서 탁 트인 도심 속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뷰가 생기니 매출도 덩달아 1.5배나 뛰었습니다
이곳에 제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팽나무 때문입니다. 2014년, 조선호텔 100주년을 기념해 직접 제주도에서 100년 된 팽나무를 구해 와 아리아 정원에 심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팽나무를 고른 이유는 팽나무 잎이 너무 무성하지도 않고 고요하면서 항상 한결같이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는 것이 호텔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와 서울의 환경이 달라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잘 자라주고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호텔리어로서의 나의 좌우명이자 소신은 “고객이 요청하는 점에 절대 NO를 외치지 말자” 였습니다. 고객이 요청하는 부분을 99% 가능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저는 1981년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고객 컴플레인을 따로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시설 설비에 항상 고객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설계했습니다. 대표적인 컴플레인은 객실 냉난방 문제였습니다. 80년대에는 2파이프 시스템으로 객실 내 냉난방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특히 환절기에는 냉방을 요구하는 고객과 난방을 요구하는 고객이 혼재해 고객의 컴플레인이 잦았습니다. 당시 리뉴얼 시에 이 컴플레인을 반영해 설계했습니다. 당시 호텔업계 최초로 2 파이프 시스템 플러스 일렉트릭 히터 시스템 도입을 통해 냉, 난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시설팀의 매력
호텔은 공간 활용에 있어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집니다. 그래서 공간 활용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가 없다면 훌륭한 호텔을 만들 수 없습니다. 숙박부터 식사, 세미나 등 다양한 용도로 호텔을 찾는 여러 고객에게 맞는 공간을 구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각의 다른 공간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험과 노하우가 없이는 운영하기 힘들다”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호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여 결국 또 무언가를 손으로 탄생시키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해외여행을 갔을 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항상 그 나라의 럭셔리 호텔을 방문했습니다. 시설설비의 좋은 점이 있으면 호텔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했답니다. 이런 고민이 저의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손이란?
나의 ‘손’은 맥가이버입니다. 호텔의 모든 공간에 나의 손이 안 거쳐 간 곳이 없습니다. 나의 손이 거쳐 간 곳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여 동료가 지어준 별명이기도 합니다.
명예로운 퇴직, 그 소감
호텔리어라는 직업은 화려합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시설팀은 그런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편안하게 숙박하고, 식사할까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사람과 그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호텔의 만남이 결국 100년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상하고 계획했던 그림과 준공 후 실제 모습이 일치할 때의 희열. 전 그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호텔리어로 30년 넘게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삶의 이유와 보람을 준 신세계조선호텔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