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이 단순한 이익으로 귀결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돈은 인간의 삶과 성장을 개선하는데 쓰여야 가치가 있고, 이것이 내가 이루기 위해 애쓰는 최종 목표입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캐시미어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고급 품질과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올랐다. 한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제품으로 알려져있지만 최근에는 인본주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인본주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올해 23회를 맞은 세계지식포럼(WORLD KNOWLEDGE FORUM)에서 ‘창조와 함께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주제로 특별한 강연을 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그만의 경영철학을 들려준다.
■ 농부의 아들, 명품 기업 CEO가 되다
창립자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1953년 페루자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농장에서 힘들게 일했고, 도시로 이사를 한 후에도 그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도덕적, 경제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꿈을 키웠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건축 측량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공학부에 진학했지만 곧 중퇴하고 1978년 스물 다섯의 나이에 작은 캐시미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캐시미어를 선택한 이유는 고급소재이면서도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캐시미어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천연 소재이고 캐시미어 제품은 한번 구입하면 쉽게 버리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당시 50만 리라(약 37만 원)를 대출받아 컬러풀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만들어 시장을 사로잡았다.
1982년 아내의 고향인 솔로메오로 이주한 그는 14세기 지어진 이 마을의 성곽을 매입하여 브랜드 본사로 만들었다. 그는 솔로메오라는 작은 마을을 재건하고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시켰다.
학교와 교회, 극장과 도서관을 짓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각종 시설들을 만들면서 쇠락했던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다. 솔로메오는 브루넬로의 쿠치넬리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주민들과 브랜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솔로메오에서 이탈리아 장인들이 만든 고품질의 캐시미어 제품들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캐시미어의 제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 인본주의적 자본주의 실천하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세네카, 칸트에 이르기까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성 베네딕토에 이르기까지, 나는 매일의 길에서 위대한 사람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습니다. 저는 수공예품의 품질과 아름다움을 믿습니다. 인간성 없이는 어떤 품질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많은 사상가들의 책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고, 그것은 인본주의적 자본주의라는 그만의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실천하는데 근간이 됐다. 그는 사람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인류를 해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공정한 것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경영에도 반영되어 있다. 직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에만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퇴근 이후에는 이메일에 답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진짜 휴식을 취해야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상품은 인류를 해치지 않으며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 번 사면 쉽게 버리지 않는 옷, 손자, 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옷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면서 그의 경영철학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G20 로마 정상회의에 초청되어 세계 지도자들과 찰스 왕세자에게 ‘인본주의적 자본주의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2 세계지식포럼’에 동영상 강의를 통해 참여한다. 그는 인간이 대지, 공기, 물고기, 동물, 하늘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경영철학이 담긴 강연은 세계지식포럼 유튜브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