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s maketh man, Manners maketh wine
술, 음식, 문화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죠. 각 나라의 오랜 문화가 녹아 있는 술은 그 나름의 주도가 있답니다. 어른에게 소주를 받을 때는 두 손으로 술잔을 감싸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듯이 와인에도 몇 가지 에티켓이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와인 매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황극으로 알아보는 ‘와인 에티켓’
최근 와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와인 매너에 대한 관심도 부쩍 증가하고 있습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가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와인 매너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보다 맛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답니다.
와인 에티켓을 알기 쉽도록 상황극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테이스팅
자 오늘 와인 모임은 총 4명, 남성 두 분, 여성 두 분입니다. 이제 각자 자리에 앉았어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거나 원하는 와인을 반입할 수도 있죠.
먼저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경우, 소믈리에가 와인 테이스팅 여부를 물어봅니다. 코르크 마개가 상한 것을 ‘부쇼네’라고 하는데, 테이스팅 시간에 상한 와인을 체크하게 됩니다. 선택한 와인이 기호에 맞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반품은 불가능합니다. 테이스팅 시 소믈리에가 와인을 소량 따르는데, 이건 보통 남성분들이 테이스팅하시면 됩니다. 간혹 상한 와인이 나올 때, 여성분이 테이스팅하게 되는 건 실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에요.
와인을 반입한 경우, 와인을 가져온 호스트가 먼저 테이스팅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와인을 따르면 됩니다. 따르는 순서는 당연히 레이디 퍼스트, 그리고 어른 순입니다.
이제 와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자꾸 한국식 주도가 떠오릅니다. 와인 잔을 자꾸 들어요. 그리고 와인 잔을 두 손으로 감쌉니다. 이건 와인을 따를 때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이에요. 와인 잔을 들게 되면 와인을 따르는 호스트는 와인 잔보다 더 높이 와인병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와인병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무거운 병은 손목이 아플 정도랍니다. (특히나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와 같은 와인병은 정말 무거워요.)
또한 와인 잔을 두 손으로 감싸면 따른 와인의 양을 알 수 없어서 양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와인을 받을 때는 테이블 위에 가만히 와인 잔을 두면 됩니다. 이건 절대 무례한 행동이 아니에요. 만약 손윗사람이나 직장 상사가 와인을 따라 준다면, 와인 잔 베이스 위에 손가락을 살짝만 올려주면 됩니다. 또는 베이스에 두 손을 공손히 올려도 됩니다.
#2. 스월링
자, 이제 와인을 따랐습니다. 와인을 음미하며 와인 잔을 돌리는 행위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스월링이라고 하는데, 와인이 가진 다양한 풍미를 느끼기 위한 행동이랍니다. 스월링은 보통 스템이나 베이스를 잡고 진행하는데, 손목이 안 좋은 분들은 테이블 위에 와인 잔을 두고 베이스나 스템에 손가락을 올려서 잔을 돌리는 걸 추천합니다. 의외로 이 스월링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스월링을 할 때는 와인을 내 몸의 안쪽으로 돌리는 게 좋습니다. 바깥쪽으로 돌리다 간혹 와인이 튀면 상대방의 옷에 묻을 수 있으니까요.
#3. 건배
스월링도 했고 향도 맡았으면 이제 짠! 건배를 해야겠죠. 건배할 때에는 와인 잔 볼의 아래쪽 부분을 살짝 터치하는 게 좋습니다. 고급 와인 잔의 경우, 립 부분, 즉 입술이 닿는 부분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건배를 하면 깨지기 십상입니다. 그럴 경우 비싼 와인과 와인 잔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가 너무나 비일비재하기에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4. 와인 음미
이제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고 입 안에서 굴려주며 음미해봅니다.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굴려서 입 안을 적셔준다면 와인이 가진 여러 가지 풍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간혹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어르신들은 원샷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술이기에 천천히 한 모금씩 들이키며 풍미를 느낀다면 와인의 맛은 물론 음식과의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와인을 한 두 모금 마시다 보니 점점 와인이 비어갑니다. 이때 호스트는 얼른 와인을 첨잔해 주어야 합니다. 첨잔하는 이유는 와인 잔의 온도와 풍미를 유지하기 위함이랍니다.
와인을 충분히 마셔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면 손을 와인 잔 위에 살짝 얹어서 거절의 표시를 하면 됩니다. 아니면 와인 잔의 와인을 원샷하세요. 바닥을 보인 와인잔 또한 더 이상 와인을 마시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랍니다.
어색할 수도 있는 와인 에티켓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죠? 평소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와인 매너가 어색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와인을 시작하고 와인 매너가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물잔을 테이블 위에 두고 스월링하거나 소맥 잔을 코에 대고 킁킁거린다거나 생수를 입에 머금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이때쯤이면 여러분은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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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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