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비싼 향기는 잘 팔렸다.
선물용 수요가 많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올해 니치 향수 매출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데,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작은 사치에는 오히려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 현상으로 고가의 니치 향수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인기 니치 향수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향수 브랜드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이 기간 니치 향수를 구매한 MZ세대 고객 비중은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했다. 20~40대 초반인 이들은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명품급 가심비를 느낄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제품인 니치 향수나 고가의 향기 제품에 열광하는 세대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한정으로 출시한 각 브랜드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정판은 지금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제품 구성과 특별한 포장으로 선물용으로는 물론 소장가치까지 뛰어나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딥티크는 인기 향수 ‘도손’을 블루 색상의 한정판으로 출시했는데, 출시 이후 기존에 판매하던 일반 도손의 판매량을 뛰어 넘으며 새로운 인기 제품으로 떠올랐다. 바이레도에서 선보인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언네임드 오 드 퍼퓸’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완판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메모 파리(MEMO PARIS)는 2월 1~13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6%나 증가하며 밸런타인데이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메모 파리의 베스트셀러 향수 ‘인레 오 드 퍼퓸’ 외에도 같은 향을 모발 전용 향수로 선보인 ‘헤어퍼퓸 인레’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모발용 향수는 머리카락이 건조해질 수 있는 알코올 성분을 제외했으며 은은한 향기가 오래도록 지속된다. 간편하게 휴대가 가능하며 향수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어 선물용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향수 한 병에 최고 64만원에 달하는 프랑스 초고가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도 매출이 전년비 122% 급신장했다. 엑스니힐로는 향수 개발 시 조향사들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비용에 제한 없이 최고급 원료를 자유롭게 사용해 독창성 있는 향수를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기간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은 ‘상탈 콜링 오 드 퍼퓸’으로 섬세한 우유향(밀키 어코드)과 머스크, 우디한 샌달우드가 어우러져 남녀 관계없이 뿌릴 수 있는 중성적인 향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니치 향수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차량용 방향제, 디퓨저, 캔들 등의 방향 제품과 바디로션, 바디워시 등 인기 향수의 향을 그대로 재현한 바디 용품 또한 고르게 판매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잘 팔리던 립스틱 대신 이제는 니치 향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면서 “니치 향수는 재구매율이 높은 품목인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